영화 <악녀>의 액션전사 김옥빈이 유태오와 함께 달달한 로코를 탄생시켰다. 지난 1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연애대전>(영어제목:Love to Hate You)이다. 김옥빈은 남자에게 지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변호사 여미란을, 유태오는 여자라면 엮이는 것을 너무 싫어하는 톱스타 남강호를 연기한다. 변호사는 미란은 무술유단자이고 남강호는 멜로전문배우이다. 이제 그 멜로 전문배우가 액션영화에 출연하기 위해 변호사에게 ‘액션’을 한 수 배우게 된다. 그 과정에서 ‘멜로’ 대전이 펼쳐지게 된다. 김옥빈을 만나 액션을 펼치다 멜로를 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참, 감독은 오래 전 <동감>(2000)을 감독한 김정권 감독이다.
Q. <연애대전>을 선택한 이유는
▶김옥빈: “그동안 해왔던 작품들과는 결을 달리 하는 장르의 작품을 해야겠다고 생각할 때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재밌었다. 지난 주말에 공개되자마자 봤다. 너무 재밌게 봤다.”
Q. 웹툰이나 만화처럼 느껴질 만큼 통통 튀는 재미가 있었다.
▶김옥빈: “그렇다. 처음에 마음에 든 것은 미란의 캐릭터 때문이다. 이런 캐릭터가 로코에서 남자주인공을 계속 패는 것이 이상했다. 물론 실제로 때리는 것은 아니지만 액션대련을 하며 몇 번을 이기고 싶어 한다. 그러다가 진정한 사랑을 알게 된다. 선입견을 없애는 과정이 아름다웠다. 남주와 여주는 서로에 대한 선입견이 있는데 이 작품에서는 아름답게 맺어지는 것 같다.”
Q. ‘남자에게 지기 싫어하는 여자’라는 콘셉트에서부터 젠더 갈등을 담고 있다.
▶김옥빈: “저는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한 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니라 서로가 갖고 있는 선입견을 시원하게 말해주고, 긁어주는 것이 좋았다. 무게감 있게 진지하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재밌었다. 아름답고 귀한 대본이었던 것 같다.”
Q. 유태오 배우와의 케미는 어땠나
▶김옥빈: “현장이 너무 재밌었다. 미란 캐릭터를 잘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과는 별개로 유태오 배우와의 호흡이 너무 좋았다. 현장 분위기는 전혀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지금도 매니저에게 <연애대전> 촬영현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할 정도이다. <연애대전> 같은 작품은 현장에서의 연기자들의 친밀도가 높을수록 좋은 케미가 나올 수 있는 작품이었다. 현장에서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 그게 작품에 드러난 것 같다.”
Q.로맨틱 코미디를 해보니 어떤가.
▶김옥빈: “그동안 로코가 제게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20대 때는 맞지 않는 옷이라 생각한 것이다. 낯간지러워서 못하겠더라. 30대엔 내가 너무 한정지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새로운 모습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었고 그 때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다. 찍으면서 감독님께 많이 의존했다. 한 장면 찍고 나서는 쪼르르 달려가서는 ‘사람들이 제 연기보고 토하면 어쩌죠’라고 물어봤다. 그러면 감독님이 ‘괜찮다. 제가 그렇게(잘) 만들어드리겠다. 더 해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계속 물어보고 연기 톤을 조절한 것 같다.”
Q. 후반부에 유태오가 기자회견을 열어 심정을 밝히는 장면은 많이 오글거리는 신이다.
▶김옥빈: “말이 안 되거나, 이해가 안 되어도 배우는 캐릭터로 그걸 표현해야한다. 그 장면에서는 충분히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운 것이 많이 나온 것 같다. 익숙함에 변주를 주는 게 좋았다.”
Q. 액션 연기를 펼칠 때는 즐기며 하는 것 같았다.
▶김옥빈: “액션연기는 힘들다. 시간이 지나니 다 내 재산이 되더라. <악녀>때 한번 단련한 기초가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다. <연애대전>에서는 따로 액션을 배우지 않았지만 현장에서 바로 동선을 알 수 있었다. 예전에는 못했는데 지금은 보면 바로 할 수 있다. 유태오 배우는 극중에서 엉성하게 (액션) 하는 것이 더 효과가 있었다. 그런 게 시너지가 생겼다.”
Q. 멜로와 액션을 섞은 인물을 연기해야했다. 특히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김옥빈:“고민을 많이 했었다. 터프하고 대장부 같으면서도 남강호와의 멜로에 잘 융합이 되어야했다. 보통 여자와는 다른 지점이 많았다. 고민하다가 신을 쪼개는 방식을 생각했다. 이 느낌으로 한 장면을 연기했다면, 다음 신에서는 그 느낌을 갖고 가지 않는 방식으로. ‘지금은 연약한 미란이야’했다면, 다음엔‘여기서는 악동 미란이야’ 식으로 신을 쪼개어 생각했다.”
Q.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를 보니 일본에서는 1위에 올라섰다. 아시아에서 인기가 좋다.
▶김옥빈: “제가 생각하기에 미란이 캐릭터는 전무후무한 스타일인 것 같다. 나라마다 여성상이 다를 수 있다. 같은 여성이라면 할 말 다하는, 자기주장을 분명히 하는 그런 여성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런 캐릭터가 미란이다. 그래서 많은 여자 분이 좋아해주는 것 같다.”
Q.미란과 김옥빈의 실제 싱크로율은 어느 정도인가.
▶김옥빈: “애정이 많이 간다. 미란이는 남자에게 지기 싫어해서 태권도 도장을 간다. 저도 어릴 때 이기고 싶어서 태권도 도장을 다녔다. 미란이가 자라온 환경도 저랑 비슷한 것 같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그 때는 가부장적 분위기였으니. 양자경 좋아하고 운동 좋아하는 것이 같다. 대본을 보면서 작가님에게 ‘저를 두고 쓴 줄 알았다’고 하자, 작가님이 ‘대본을 본 제작자들이 다들 김옥빈 두고 쓴 거야?’라고 물어보더란다.”
Q. 김옥빈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이 있는지.
▶김옥빈: “있겠죠. 첫 감정, 첫 이미지가 있다. 그렇다고 해명하거나 바꿔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맞을 수도 있으니. 저는 고집도 있는 편이고. 제 생각이 확고하다면 밀어붙이는 성격이다. 다른 사람들 생각에 대해 인정도 잘하는 편이고. 뭔가 화려하게 살 것 같지만 집에서 소박하게 가만히 있는 것을 좋아한다. 먹는 것 좋아하고. 그런데서 행복을 느낀다. 롤(LOL) 좋아해서 보러가는 것도 행복하게 생각한다.”
Q. 함께 연기한 유태오 배우에 대해서.
▶김옥빈: “오빠는 다음 작품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 촬영하면서 그렇게 친해진 배우가 없었다. 유태오 배우는 외국에서 자라서 그런지 사람 자체의 순수함이 있는 것 같다. 천진난만한 캐릭터가 합쳐져서 매력이 배가되는 사람이다. 작품을 대하는 태도, 열정이 남달랐다. 오빠가 연기하는 것을 보면서 영감을 받았다. 갑자기 생뚱맞게, 엉뚱하게 연기를 할 때가 있는데 ‘뭐지?’하면서도 유태오라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면접 장면에서 텀블링도 한다.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부분은?
▶김옥빈: “하하. 다른 것은 다 해도 제가 텀블링을 못한다. 그것만 다른 분이 해 주셨다. 몸으로 하는 신을 쉬운데 감정적으로 이해를 시켜줘야 하는 것이 어렵더라. 면접 기다릴 때 남강호가 걸어 들어오고 발을 거는 장면. 그 장면에서 남강호는 속일 수 있지만 관객들은 다 알잖아요. 어색하지 않게 웃겨야한다. 남강호와 관객에게 각기 다른 느낌이 들게. 그게 어려웠다.”
Q. 첫 로코에서 아쉬운 점은 없었나.
▶김옥빈: “첫 로코다 보니 잘 몰라서 헤맨 게 많다. 자신감이 없었는데 현장에서 조금씩 익숙해져갔다. 다음에 비슷한 장르를 만난다면 좀 더 수월하게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망가지는 연기를 할 때 어느 정도해야할지 몰라 여러 번 시도하고 감독님께 좋은 것 선택해달라고 했다. 우악스럽지 않게, 사랑스러운 느낌이 남는 모습이 완성된 것 같다.”
Q. 영화 <여배우들>에서 ‘빨리 30대가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김옥빈:“지금의 30대가 좋다. 다시 20대로 돌아가라면 못 할 것 같다. 그때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자신의 앞길을 몰라 불안하니 현장에서 사람들의 반응을 체크한다고 정신이 없었다. 지금의 평온한 상태가 너무 좋다. 지금은 다른 사람들 반응을 보는 여유가 생겼다.”
Q.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콘텐츠가 세계로 소개된다.
▶김옥빈: “넷플릭스를 통해 우리 작품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으면 좋겠다. 각 나라마다 관심도가 다르겠지만 한국 콘텐츠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는 이런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지난 3~4년 사이 여성 캐릭터의 다양성이 눈에 띈다. 대본 보면 많이 달라졌고, 발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더 다양한 여성캐릭터들이 탄생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Q. 그 동안 나온 작품 중에서 여전히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다면?
▶김옥빈:“지금도 애절하게 생각하는 캐릭터는 드라마 <유나의 거리>(JTBC,2014)의 강유나이다. 감독의 세계관, 사람을 대하는 가치관이 좋았다. 지금도 한 번씩 센티해지면 <유나의 거리> 대본을 꺼내본다. 강유나 캐릭터는 저에게 애정을 많이 받는 캐릭터이다.”
Q. 앞으로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는지.
▶김옥빈:“그동안 해본 것과는 달리, 역으로 남자에게 푹 빠져서 전 재산을 다 털리는 정신 못 차리는 여자 역할을 해보고 싶다. 전 재산을 홀라당 갖다 바치는 그런 역할 말이다.”
Q. 배우 말고 인생 계획은?
▶김옥빈: “계획은 있다. 인생이 계획대로 안 되는 것이지만. 마흔에 아이를 갖고 엄마가 되고 싶다. 예전부터 40대엔 예쁜 딸을 낳아야지 생각했었다. 저는 가족의 소중함, 고마움을 너무나 잘 안다. 가정을 이루면 잘 할 것 같다.” (비혼주의자?) “결혼은 하면 좋겠죠. 미란이는 비혼주의자였지만 저는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미란이는 정말 사랑한 남자를 못 만나봐서 남성 불신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제는 충분히 설득되었고, 행복을 생각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란이가 말이죠.”
Q. 마흔에 엄마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액션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 것 같은가.
▶김옥빈:“미셀 여(양자경)이 ‘에에올’(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액션 연기를 멋지게 소화하잖아요. 판타지라서 현실과는 다른 부분이 있지만 그런데서 구현되는 짜릿함이 있다. 액션이라는 부분은 힘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나도 그 때까지 관리 잘 해서, 액션 연기 잘해내고 싶다. 50대, 60대가 되어도 멋지게 액션 하는 여배우로 남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Q. 로코물에 출연했으니, 좋아하는 로코물이 있다면? 그리고 [악녀]로 액션의 신기원을 이뤘는데, 정병길 감독의 신작 [카터] 보았는지, 여성판 카터가 나온다면 출연할 의사가 있는지.
▶김옥빈: “로맨스 코미디 중에 <노팅 힐> 좋아한다. <10일 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이란 작품도 좋아한다. 의도를 갖고 남자와 데이트하며 이상한 짓만 골라한다. 헤어져야하는 상황인데 타킷이 된 그 남자와 사랑으로 변해가는 그런 영화이다. (매튜 맥커너히와 케이트 허드슨 주연의 영화로, 잡지가 칼럼니스트인 여주인공이 칼럼을 위해 멋진 남자를 찾아, 사랑에 빠지게 한 후, 갖은 방법으로 데이트를 망쳐 남자에게 차여야만 한다는 것이다!) <왓 위민 원트>도 진짜 좋아한다. OST도 예술이다. 그리고 <카터> 재밌게 봤다. <연애대전> 제작발표회때 봤을 것이다. 나는 춤을 시키면 춤을 추는 사람이다. 감독님이 시켜주시면 해야죠.”
“여자들이 웨딩드레서 고를 때 나에게 예쁜 것 말고, 같이 간 친구가 예쁘다는 것을 골라야한다고 그런다. 내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한 게 남들이 보기엔 어울리는 모양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이것저것 다 입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액션을 하다가 이번에 로코의 매력에 빠진 김옥빈의 소감이다.
김옥빈, 유태오, 김지훈, 고원희가 출연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연애대전>(전체 10부)은 지난 10일 공개되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