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휘의 현실밀착 청춘연애극을 만난다. 오늘(8일) 개봉하는 형슬우 감독의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라는 제목의 영화이다. 이동휘는 공시를 준비하는 백수 준호를 연기한다. 정은채는 그런 남친을 위해 자신의 미래(화가)까지 포기하며 뒷바라지하는 아영을 연기한다. 이동휘는 절로 “한심하다”라는 소리가 나올 만큼 대책 없는 ‘무능력 남친’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다. '응답하라1988'의 류동룡과 '놀면 뭐 하니'의 싱어를 거쳐 오랜만에 이동휘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는 작품이다. 개봉을 앞두고 이동휘 배우를 만나 <어쩌면 우린 헤어졌는지 모른다>(줄어서 ‘어우헤’)와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영화를 본 소감부터.
▶이동휘: “시나리오대로 잘 표현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담백하게 연기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도 있다. (어떤 장면?) ”배드민턴 치는 장면에서 왜 저렇게 찍었나 싶다. 옛날 생각도 많이 났다. ‘응답하라’의 전국노래자랑 장면에서 지문에는 ‘목을 푸는 동룡이’라고 나왔었고, 그렇게 연기했었다. 이번엔 ‘배드민턴 치는 준호와 안나’라고만 나왔었다. 그걸 왜 그렇게 쳤을까. 개인적으로 좀 과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언론시사회에서 이동휘는 배드민턴 씬에 대해 ‘와호장룡을 생각하고 연기했다’고 밝혔었다. 안나는 정다은 배우가 연기했다.)
Q. 준호라는 인물을 어떻게 바라봤는지.
▶이동휘: “저와는 완전히 다르다. 전 그렇게 교육을 받지 않았다. 연기하려고 프로필 돌릴 때도 프린트 뽑아놓은 것이 아까워 제작사 한 군데라도 더 원서를 넣으려고 돌아다니는 타입이었다. 집에서 늘어져 있는 경우가 없었다. 준호는 그런 생활에 젖어들고 익숙해졌다. ‘나, 이 정도 노력하고 있는데 왜 그래?’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이다. 어떻게든 돌파구를 찾아내려고, 절박하게 살았던 사람이다. 준호는 복에 겨운 생활을 한 것 같다. 그래도 양심이란 게 있는 사람이라 판단한다. 이별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Q. 본인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
▶이동휘: “전적으로 그런 세월이 길어지면. 제 주변에는 아직도 그런 과정에 살고 있는 사람이 많다. 도전하고, 증명하고, 기다리는 시간들. 그렇게 오래 지내다보면 아무래도 대학 시절이나 초반에 가졌던 기세도 꺾이게 된다. 10년 정도 세월이 지나 그렇게 달라진 친구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준호도 그런 불확실한 미래, 응답하지 않는 현실에 부딪치고 깨지면서, 자존심도 상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 인물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Q. 메이크업을 안했다고 하는데.
▶이동휘: “아예 안 한 것은 아니다. 분장팀이 있으니까. 최대한 안 한 것처럼 했다. 내가 좋아하는 배우 프란시스 맥도먼드의 <노매드랜드>를 보면 거의 맨 얼굴이다. 마치 그곳에 그런 사람이 있는 것 같은 얼굴이다. 그런 현실적인 느낌의 사람을 스크린에서 보고 싶다. 좀 강박처럼 그런 걸 지키려고 하는 편이다. 절대 그럴 수 없는 상황인데 틴트가 촉촉하게 발라져있으면 못 견디겠더라."”
Q. 영화 <국도극장>에서는 함께 나온 이상희와 어울리는 커플 같았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 이동휘와 정은채는 정말 안 어울리는 커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본인 생각은?
▶이동휘: “이 작품을 만들면서 의도한 바가 그것이다. 어울리는 사람이랑 만나면 안정감이 있을 것이다. 이번 커플은 생소한 느낌이 들 것이다. 정은채 배우를 오래 전부터 봐왔는데 차분하고, 고품격의, 우아한 자태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비현실적인 에너지와 아우라의 배우가 들어온다면 색다른 느낌을 줄 것이다. 그리고 아영이(정은채)도 밖에서 활동을 할 때는 예의를 갖춘 모습을 보이지만 집에 들어와서는 본연의 모습을 비출 수 있을 것이다. 짜증유발자인 준호를 만나 균열이 생기는 지점이 신선하다고 느꼈다.”
Q. 정은채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이동휘: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미리 말해두기도 했지만 돌발적으로 재밌는 대사가 나오면 웃음을 꾹 참고 버티는 것을 보고 죄송하기도 하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경험은 많지는 않았던 모양이었다. 아마도 재미있는 유형의 배우를 만나 만족스러운 연기를 한 것 같았다.”
Q. 형슬우 감독의 디렉션은 어땠나.
▶이동휘: “정말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나보고 눈을 조금 ‘덜’ 뜨라는 주문이었다. 화실에서의 내 표정을 보니 은채 씨에게 화를 내는 것 같았다. 제가 정말 눈이 크다. 그래서 평상시에는 눈을 다 안 뜨고 다닌다. 눈을 다 뜨면 혐오스럽다. (안경을 벗고 눈을 동그랗게 뜨자 ‘김민교’가 떠오른다) 그런 게 어떤 작품이나 장르에서는 들어맞을 때가 있다. <카지노>에서처럼. 감독님이 여러 번 눈을 ‘덜’ 뜨라고 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디렉션이지?’ 그랬다. 그 이후에 눈을 덜 뜨고 있다. 별걸 다 신경 쓰고 살아야 되구나. 사람들이 절 보면 왜 이리 피곤해하냐 말씀하시는데 그런 이유가 있습니다.”
Q. 후반부에 준호가 어깨에 담이 걸려 고개를 움직이지 못한다. 그 설정에 대해 말해 달라.
▶이동휘: “마지막 화실을 찾아갈 때 상황이다. 처음에 대본을 보고는 재미있을 것 같았다. 누가 무슨 영화 찍냐고 물어보면, ‘오랜만에 만난 연인인데, 남자가 담이 걸려 한 쪽만 쳐다보는 거야’라고 말하면 재밌는 코미디 찍는다고 말한다. 너무 과한 설정 같아서 감독님에게 몇 번을 물어봤었다. 자기 경험담이라며 믿어달라고 그랬다. 재밌는 현실에 비현실적인 상상을 더해 빚는다. 그런 면에서 밸런스를 잘 맞추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Q. 처음 제목이 ‘어쩌면 우리는 헤어졌는지 모른다’가 아니었다는데.
▶이동휘: “왼쪽을 보는 남자, 오른쪽을 보는 여자‘였다. 남자는 담이 걸려서 그렇고, 여자는 그림을 그리며 이야기하느라 그렇다. 제작사가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란 것을 보여주려고 제목을 바꾼 모양이다. 그러면 쉽게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해서.”
Q. 헤어진 연인이라면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다시 만나려고 할까?
▶이동휘: “대본에 표현된 인물이 그러니 배우로선 믿어야죠. 현실적이지 않다고 대본 바꿔달라고 하기에는 제가 아직 수준이 안 된다. 사실 그 인물 자체가 이해가 안 되죠. 모든 면에서. 응원한다거나 할 인물은 아니다. 그런 동생이 있으면 잔소리를 할 것이다. ‘너, 또 왜 그러냐’하며. 제가 잔소리꾼이라서. 제가 지금은 이렇게 쿨하게 말해도 막상 닥쳐보면 장담할 수 없다. 이렇게 호기롭게 떠들다가도 울고 있을지 모르죠.”
Q. 데뷔 10년차 배우이다. 자신의 커리어는.
▶이동휘: “냉정한 현실은 제가 이런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질 가능성은 0.1프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선택권이 주어지는 배우도 분명 존재하지만 저는 부족함이 많은 배우이다. 그 때 그 때 주어진 상황에서 충실히,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다.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온다. <극한직업> 하기 전에 1년 반 정도, <놀면 뭐하니> 전에도 1년 반 정도 아무 것도 못했었다. 너무 큰 사랑을 받게 되니 겸손해진다. 끙끙 앓는다고 뭔가 이뤄지지 않는다. 다 내려놓고 '나는 틀렸다. 안 된다' 했을 때 찾아온 작품이 '응답하라 1988'이었다.”
Q. 디즈니플러스의 <카지노>도 그렇게 찾아온 기회인가.
▶이동휘: “그렇다. 최민식 배우와 어찌 같이 안 해보고 싶겠는가. 정말 열심히 살고, 현장 가서는 잘하고, 잘 지내다 보니 연락이 오더라. 9년 전 영화 <집으로 가는 길>을 제작한 장원석 대표가 연락을 주셨다. ‘<카지노> 대본 한 번 볼 테냐고. 그동안 동룡이로 많이 알려진 내가 느와르나 갱스터무비 장르에 쓰인다는 것을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이미지 변신을 해야지 생각해도 안 되는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런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게 인연이 되어 <범죄도시4>로 이어지고 있다.”
Q. 머리는 <카지노> 때처럼 길다. 불편하지 않은가.
▶이동휘: “작품 성격에 따라 머리를 자르거나 기르게 된다. 형사를 맡으면 명분이 타당하니 자를 것이다. 그런데 역할을 해보니 머리를 기르는 게 쉽지 않더라. 자르게 되면 가발을 써야하는데 이질감을 못 견디겠더라. 머리 길 때 많이 찍어놓고 싶다. 지금 너무 자르고 싶다. 너무 불편하다. 말리는 게.”
Q.고양이를 두 마리 키운다고 했는데.
▶이동휘: “영화 <국도극장> GV할 때 지금은 없어진 종로의 한 극장 근처에서 새끼 고양이를 만났다. 조그만 게 많이 아픈 것 같았다. 너무 상태가 안 좋아 병원에 데려가고, 지금까지 집에 잘 있다. 두 번째는 영화 <모라동> 찍을 때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만났다. 많이 힘들어하고 있더라. 그때부터 같이 지낸다. 영화이름 따서 ‘모라’라고 부른다.”
Q. 임지연 SNS에 단 댓글이 화제이다.
▶이동휘: “<더 글로리> 재밌게 봤다. 지연씨랑은 오랜 인연이 있어서. 자꾸 댓글 올리니 주접떠는 것 같아서 참고 있다. 너무 강렬하게 표현하시니 무섭기도 하고 실제 만나면 무서워질 것 같다. ‘더 글로리’에 과몰입하게 된다.”
Q. <카지노>에 출연하며 배우 최민식에 대한 존경심을 숨기지 않았다.
▶이동휘: “최민식 선배를 만난 것이 제 인생의 변곡점인 것 같다.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뉘는 것 같다. 작품마다 압도당한다. 존경심을 갖고 있었는데 호흡을 맞춰보니 정말 장인의 경지에 다다른 배우 같다. 경외심 갖고 하루하루 감동하며 보냈다.“
Q. <카지노> 시즌2에서 정팔이는 어떻게 되나.
▶이동휘: “한 인물을 그릴 때 일관적으로 밀어붙이는 경우도 있지만,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경우도 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한 인물이 그렇게 다양한 모습으로 표현된다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정팔이가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예고편에 다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더 이상 말할 게 없다. 재밌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Q. 스케줄이 없을 때는 어떻게 보내는가. 최근 재밌게 본 영화가 있다면?
▶이동휘: “취미가 콘서트 관람 가는 것이다. 내한공연에도 열심히 다닌다. 술을 안 마시니까 남는 시간이 너무 많다. 그런 삶에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미안한데 <슬램덩크> 재밌게 봤다. 어릴 때 만화책이 닳도록 봤었다. 다 아는 내용인 데 뭐 더 있겠어 하고 봤다가 감동을 너무 받았다. 울컥해지더라. 아는 캐릭터들이 나와 눈앞에서 공이 날아가니.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헤어진 결심>은 그 해 본 영화 중 가장 좋아하는 영화이다.”
Q. ‘응팔’ 친구들이랑 아직도 끈끈한가.
▶이동휘: “최근에 응팔 친구와 모였다. 그 친구들은 보면 마치 쌍문동에서 어린 시절을 같이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정말 똑같고, 한결같고, 착하고 고마운 친구들이다.”
Q.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응팔’의 동룡이를 먼저 떠올린다.
▶이동휘: “개인적인 숙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성취를 위해서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럴 상황이 안 된다. 대부분의 배우는 쓰임을 당하는 입장이다. 기존의 안정감 있는 연기를 기대한다. 공사할 때 전문가에게 맡기고, 운동선수 포지션 바꾸지 않듯이. 저에게도 그런 모습을 기대하시는 분이 있고, 다른 것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후회 없는 선택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시간이 조금 걸리는 것 같다.”
Q. 패셔니스트 이동휘에 대해서.
▶이동휘: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자면 저는 옷을 좋아할 뿐입니다. 제 입으로 단 한 번도 패셔니스트라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술을 안 마시니 취미생활로 옷을 사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옷을 좋아하셨는데, 그 분들 중 아직까지 쇼핑하는 사람은 저 밖에 없을 것이다.”
Q. 올해 소망이나 목표가 있다면?
▶이동휘: “인생에 뭐가 중요할까 생각해 봤다. 건강이고, 나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을 둘러보면 힘든 사람이 너무 많다. 혼자 잘 먹고 잘 사는 게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은 내가 조금 더 잘되고 싶다. 내가 힘이 생기면 더 많은 사람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유쾌함을 내뿜은 이동휘 주연의 <어쩌면 우리는 헤어졌는지 모른다>는 오늘(8일) 개봉한다. 이동휘 배우와 함께 정은채, 강길우, 정다은이 출연한다. 형슬우 감독, 103분.
[사진제공= 안성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