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생 김시은이 ‘소희’를 연기한다. ‘소희’는 졸업을 앞두고 실습 나간 ‘국내 대기업 하청 콜 센터’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는 잿빛 청춘을 마감하는 인물이다. 월드스타 배두나와 정확히 영화 ‘다음 소희’의 절반을 책임진 김시은을 만나 ‘또래의 비극’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았다. <도희야>의 정주리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영화 <다음 소희>는 8일 개봉한다.
Q. 작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이제 곧 개봉된다. 영화를 본 소감은?
▶김시은: “처음 칸에서 영화를 볼 때는 걱정했었다. 한국적인 상황, 정서가 많이 들어가서 그들이 이 영화를 공감할까. 그런데 많이들 웃고 울며 공감해 주셨다. 이게 우리나라 문제만이 아니구나, 세계에는 소희가 많이 존재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해주어 고맙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Q. 캐스팅 과정은 어땠나.
▶김시은: “조현철 감독의 <너와 나> 촬영 때 조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보내주셨다. 받자마자 읽었고, 읽자마자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에서도 좋아했고 오디션 일정을 잡았다. 연기를 할 준비를 했는데 감독님은 시나리오에 대해서 물었다. 이게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한 것인 줄은 몰랐다. ‘이 세상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모르고 있는 일이니 영화의 힘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알게 되면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날 오디션에서는 영화 대사도, 춤도 안 췄었다. 감독님이 다음에 만나자고 그러시더라.”
Q. 부담이 되었다는데.
▶김시은: “배두나 선배와 함께 1부와 2부를 책임지는 형식이다. 제가 1부에서 비중을 차지하니 그게 걱정되었다. 배두나 선배와 정주리 감독이 다시 만든 영화이니 많이 궁금하실 텐데 앞부분에 소희에게 몰입하면 어쩌나 고민했었다. 그냥 잘해내야 한다는,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이었다. 연기하면서 감독님에게 많이 의지했다.”
Q. 소희라는 캐릭터는 배우들이 탐낼 만하다.
▶김시은: “캐스팅되어 엄청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제 또래라면 누구나 탐낼 캐릭터였다.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걸 잘해내야 연기자로서 다음 단계로 갈수 있을 것 같았다. 감독님이 저를 믿고 선택한 만큼 정말 잘해내고 싶었다. 처음 대본 리딩하러 갈 때 잘못 되어 무산될까 엄청 떨었었다.”
Q. 정주리 감독이 김시은 배우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 것 같나.
▶김시은: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인터뷰 때 옆에서 들어보니 ‘세상에 널리 알려지기를 바랐다’고 말한 게 극중 소희와 가깝다고 생각하신 모양이다.”
Q. 처음에는 당차고 자신감 넘치던 소희가 갈수록 무채색으로 메말라간다.
▶김시은: “소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관객들도 같이 느꼈으면 좋겠다. 콜센터 장면에서 초반에는 또박또박 말하려고 하지만 잘 못한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로봇처럼 말을 한다. 그렇게 표현하려고 연습을 많이 했다.“
Q. 소희를 연기하며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김시은: “평소 눈물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 소희가 (전화 상담 중) 성희롱 당하는 장면에서는 눈물이 나더라. 소희와 가까워진 것 같았다. 숨이 막히고 힘들었다. 내가 소희에게 많이 몰입된 것을 감독님이 아셨는지 ‘너는 현장에서만 소희가 되면 돼,’라고 말씀해 주셨다. 감독님이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부담감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소희는 극중에서 그렇게 끝나지만, 저는 그렇게 하면서 감정이 해소된 것 같다.”
Q. 실제 사건이 모티브이다.
▶김시은: “피해 학생, 가족이 있으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실제 일어난 일이니 찾아볼 수 있는 정보가 많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다뤘고. 그런데 일부러 그 프로그램은 보지 않았다. 그 인물에 대해 알고 연기를 하면 마치, 정답처럼 느껴져 유연하게 연기를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관련기사 등 활자만을 보고 연기하려고 했다. 시나리오 안의 소희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같다.”
Q. ‘다음 소희’의 주인공을 연기하면서 지금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본 것이 있다면.
▶김시은: “영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진 않는 모습에 화가 났었다. 그런데 내가 저 사람이라면? 나도 저렇게 할지 모른다. 나는 일개 개인이고, 나보다 더 높은 사람도 있고, 나만의 책임이 아니라고 회피하려고 할지 모른다. 각자 변해야 사회가 변할 것이다. 과연 그렇게 될까. ‘다음 소희’가 안 생겼으면 좋을 텐데. 아직도 존재하고 묵묵히 버텨주고 있는 친구들 고맙다. 이 영화로 해소가 되고, 위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한 사람만 변해서 달라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봐주셨으면 한다. 어제 뉴스에서 이 영화를 소개하면서 관련 사건을 소개하더라. 이게 영화의 힘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작은 변화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Q. 춤추는 장면이 중요하다. 엔딩 신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김시은: “안타까웠다. 소희는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마지막으로 남긴 것이 그것이다. 그 장면은 그날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날 이후 그 연습실에 가지 못하고 점점 고립된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있고, 하고 싶은 게 있지만 사회에 적응해 보려고 하지만 혼자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체감하게 되면서 힘들어진다. 집안 사정도 그렇고, 친구들도 똑같은 상황이니. 그런 회사에라도 갔는데 여길 나가면 뭘 하지 하는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들었을 것 같다.”
(왜 그 영상을 남겨두었을까?) “누군가가 내가 이런 걸 좋아했다는 것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인 것 같다. 티 내지 않지만 알아주었으면 하는. 소희는 춤 영상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그랬던 것 같다. 표현을 못했을 뿐이지 누군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했다. 그렇게 씩씩하고 자신의 마음을 잘 표현하던 친구였는데 말이다. 마지막에 선생님한테도 충분히 ‘저 힘들어요.’라고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선생님이 ‘너 그런 애 아니잖아..’하는 소리를 듣고는 점점 무기력해지고 힘이 빠진 것이다.”
Q. 배두나 선배와 한 작품에서 공연한 소감은.
▶김시은: “배두나 선배가 영화를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배두나 선배님은 순수하고 건강한 마인드를 가진 분이다. 배울 점도 많았다. 같이 호흡 맞추는 장면이 적어 아쉽다. 개봉 앞두고 홍보일정 같이 하게 되어 기대된다. 저수지 장면 찍을 때 추운겨울이었는데 엄청 걱정을 해주셨다. 감기 걸린다고. 나중에 전해 들었는데 그게 더 멋있었다. 촬영 끝내고 내려가니 어묵과 붕어빵 차가 기다리고 있었다. 선배가 준비한 것이다. ‘짱’이다.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슬리퍼를 신고 있었는데 발을 따뜻하게 해주는 핫팩도 많이 주셨다.”
Q. ‘괴물 신인’ 평가도 받는데 다음에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가.
▶김시은: “다음 작품이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좀 더 고민을 해봐야할 것 같다. 저는 코미디도 해 보고 싶다. 안 해 본 게 너무 많으니. 시대극도 해보고 싶고. 왠지 재밌을 것 같다.”
Q. <너와 나>는 어떤 영화인가.
▶김시은: “<너와 나>에서는 하은이 역할을 맡았다. 두 소녀의 꿈일 수도 있고 현실일 수도 있고, 네가 내가 될 수도 있고 내가 너가 될 수도 있는 아름다운 소녀들의 이야기이다. 소녀의 아름다운 감정이 들어가 있는 불완전하지만 좋은 영화이다. 이 영화도 얼른 개봉이 되어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
Q. 동유럽학과에 진학했다. 연기는 어떻게 하였는지.
▶김시은:“언어에 관심이 많았다. 성적도 괜찮은 편이었다. 부모님이 연극영화과 말고 일반대학에 가는 걸 원하셨고, 하고 싶은 것 하라고 하셨다. 대학 들어가기 전부터 회사 오디션도 보고, 드라마 오디션도 보고 해서 배우가 되었다. 학교는 1학년 1학기만 다니다 제적당했다.
Q. 영화에는 소희 또래 친구들이 많이 등장한다.
▶김시은: “먹방하는 친구가 생각난다. 공감이 많이 간다. 아무래도 친구들이 모두 ‘다음 소희’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다. 그 중에서 ‘쭈니’가 많이 걱정이 되었다. 유진 형사(배두나)가 ‘너 잘못이 아냐’라는 말을 해준다. 소희가 만약 쭈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다면 그 말이었을 것이다.”
Q. 소희가 병원에서 나올 때 차안에서 엄마에게 뭔가 말을 하려다가 그만둔다. 가슴 아팠던 순간이다.
▶김시은: “집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회사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지만 엄마는 못 들은 것 같다. ‘들었으면서...’라고 말할 때 눈물이 났다. 일을 그만 두고 싶다고 처음 말한 것인데. 엄마가 그만두라고 해도 그만둘 친구가 아니다. ‘왜 내 맘을 몰라줄까.’ 혼자가 된 느낌이 들 것이다. 소희 집안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냥 이렇게 회사 다니게 좋은 것인가. 외롭고 힘든데 누군가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처음 속내를 털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가족조차 마음을 몰라주는 것이다. 고립이 되는 시점인 것 같다. 나라면 큰 소리로 한 번 더 말할 것 같다. 왜 내 마음을 몰라주나고. 그런 식으로 터뜨려야 해소가 될 것이다. 아니면 속으로 곪게 된다. 소희는 너무 많은 일들을 겪었으니. ‘다음 소희’들에게는 차라리 터뜨리라고 말하고 싶다. 소리 내어 우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다고 무기력하게, 무채색으로 변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Q. 칸 영화제에서 소개 되면서 ‘칸의 샛별’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소개되었다. 소감은?
▶김시은: “칸에서 보고 8개월 쯤 지나 한국에서 다시 보았다. 칸에 갔다 와서 개인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다음 소희>는 <다음 소희>인 것이고 앞으로의 고민이 더 많이 든다. 칸에 갔을 때 붙여준 수식어가 마음에 들지만 ‘나, 그랬어!’까지는 아닌 것 같다. 부산에서 볼 때 많이 떨렸다. 한국 관객들과 같이 보는 것이어서 많이 떨렸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어떻게 봐줄지 기대도 되고. 제대로 전달이 되었을까 걱정도 되었다. GV때 좋은 질문을 많이 해주셨다. 그 에너지가 좋았다.”
Q. ‘내 인생의 영화’가 있다면?
▶김시은: “볼 때마다 바뀌는 스타일이다. 아, 최근에 아주 우연히 ‘고양이를 부탁해’를 보았다. 절대 배두나 선배 때문에 본 건 아니다. 넷플릭스에서 추천해 준 작품이다. 2001년 작품이니, 내가 초등학생 때 영화이다. 청춘들의 이야기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은 이야기이다. 제 나이에 아직 공감이 되어 인상이 깊었다.”
영화 '다음 소희'는 2017년 1월, 전주의 한 대기업 협력회사 콜센터 현장실습생(특성화고등학교 졸업예정자)의 자살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당시 언론에서는 홍은주(가명) 사건으로 보도했다. 영화 <다음 소희>를 보든, 김시은 배우의 인터뷰 기사를 읽든, 홍은주(가명)씨를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배두나, 김시은 주연의 영화 <다음 소희>는 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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