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밀밀>, <화양연화> 등 홍콩 영화계의 아이콘 ‘장만옥’이 출연했던 1997년 작품 <이마 베프>(원제:Irma Vep 감독: 올리비에 아사야스)가 디지털 리마스터링되어 27년만에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이마 베프>는 한 물간 프랑스 중견 감독 ‘르네 비달(장 피에르 레오)’이 평소 흠모하던 아시아 배우 ‘장만옥(장만옥)’을 캐스팅해 고전 무성 뱀파이어 영화를 만드는 과정 속에서 프랑스 영화의 저물어가는 명성을 기록한 ‘영화 속 영화, 영화에 관한 영화’이다.
프랑스 대표 시네아스트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초기작품만으로도 <이마 베프>는 볼 가치가 충분하지만 <첨밀밀>(1997), <화양연화>(2000) 등에서 고혹적인 연기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스크린을 사로잡은 배우 ‘장만옥’의 해외 첫 진출작이자 리즈 시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네필들을 더욱 설레게 하고 있다.
‘장만옥’은 미스 홍콩대회 출신으로 현재까지도 명작으로 회자되고 있는 <동사서독>(1995), <첨밀밀>(1997), <화양연화>(2000)에 출연하며 홍콩 대표 배우가 되었다. 그녀는 스크린을 통해 어디서나 통용되던 미의 전형을 허물고, 특유의 관능적 매력으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았다. 그녀의 첫 해외 진출작 <이마 베프>(1996)에서 ‘장만옥’은 이러한 매력과 함께 코스모폴리탄적 자유분방함과 감수성까지도 가감 없이 드러내며 완벽한 ‘이마 베프’로 변신한다.
영화 속에서 그녀는 홍콩을 대표하는 여인상이 아닌, 단단해진 자의식을 기반으로 하여 탈여성적 주체로서의 모습을 선보이며 쇠락해가는 프랑스 영화계에서 유일하게 프랑스계 감독을 이해하는 역설적 존재가 된다. 달라붙는 캣 슈트와 고스 메이크업을 한 뱀파이어 수장 ‘이마 베프’로서의 ‘장만옥’은 혼란에 가득 찬 눈빛과 그녀 특유의 고혹적인 눈빛을 한 채, 아시아인의 민낯으로 낯선 땅에서 시네마의 미래와 고유성을 외치는 것이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은 장만옥에게 <클린>으로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로 크리스틴 스튜어트에게 세자르영화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겼다. 아사야스 감독은 2022년 '이마 베프'를 8부작 드라마로 만들기도 했다.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8부작 HBO드라마는 웨이브에서 볼 수 있다. '이마 베프'(Irma Vep)는 '뱀파이어'를 흩어놓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