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0년대 초부터 1950년 즈음까지 근현대 한국의 모습을 담은 다양한 기록영상들이 공개된다. 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은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 10개국 30개 처로부터 발굴 수집한 기록영상자료 중 113편을 수록한 기록영상 컬렉션을 26일부터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컬렉션 서비스를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컬렉션의 대부분은 한반도를 방문한 외국인이 촬영한 것들이며, 1900년대 초부터 50여 년에 걸친 기간 동안 조선인에 대한 인상, 생활상, 민속문화, 자연 경관, 도시 풍경의 변화를 나름의 시선으로 기록하고 있어 생생한 시간 여행을 통해 사진과 문헌으로 느낄 수 없었던 생동감을 선사한다.
이번에 공개되는 컬렉션은 지난 2021년에 한상언 영화연구소의 석지훈 연구자가 수행한 1945년 이전 기록영상 53편 및 해방 이후 영상 60편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전체 113편에 대한 연구해제집과 54편의 VOD 서비스로 구성됐다. 수집 조건에 의해 외부 VOD 공개가 허용되지 않는 나머지 영상들 중 50편은 빠른 시일 내에 한국영상자료원 영상도서관에 내방하여 내부망 또는 오프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며,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공개 범위를 넓히고자 노력할 방침이다.
컬렉션 연구, 구축 과정에서는 한국영상자료원 아카이브관리시스템(AMS) 정보와 고려대학교 한국 근현대 영상아카이브의 기존 연구 성과를 종합하고, 원본 필름자료의 숨겨진 단서들과 다양한 문헌들을 교차 검증하여 정보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 주안점을 뒀다. 아울러 영상마다 키워드와 연관 영상 정보를 함께 수록했고, 집중 분석이 필요한 영상 8편에 대해서는 별도의 심화 해제를 마련했다.
● Archives Korea : 1930-1940
이번에 최초 공개되는 영상 중 특별히 주목해야 할 기록물은 제임스 헨리 모리스(J. H. Morris)가 촬영한 푸티지들의 모음집인 < Archives Korea 1930-1940>이다. 지난 2020년에 캐나다 유나이티드 처치 아카이브(United Church Archive)로부터 16mm 필름 7릴에 담겨 극적으로 수집됐던 이 영상은 적정 속도로 재생했을 경우 장장 5시간 14분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 뿐 아니라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희귀한 장면들을 대거 포함한 ‘기록영상의 보물상자’로서 높은 가치를 지닌다.
모리스는 조선 최초의 전차 운행에 관여한 기술자이면서 1920년대부터는 영화 배급, 자동차 회사 등 사업을 전개하며 당시 조선 내의 외교관, 선교사 등 외국인들과 다양한 관계를 맺었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였던 만큼, 다방면에 걸친 섬세한 시선을 통해 그 시대의 면면을 빼곡히 담았다.
따라서 미국 남장로교의 전주 선교 활동, 캐나다 장로교의 함흥 선교 활동, 이화학당 개교 50주년 및 신촌 교사 이전 기념행사, 성균관 문묘 석전대제 광경, 정동 영국영사관 등의 외국인 교류 활동, 덕수궁과 창경궁의 공원화 사업 및 어린이 놀이터의 출현, 금강산의 다채로운 풍경 외에도 일제강점기에 여전히 살아 숨쉬던 전통문화의 일면들을 확인할 수 있어, 기독교 선교사, 도시사, 교육사, 병원사, 민속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적으로도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시 사용하거나 초기 컬러 규격을 도입하는 등 영상의 풍부함을 더해 충실한 사료로서 부족함이 없다.
다만 이러한 방대한 정보들이 미편집 상태로 5시간 이상의 분량 내에 섞여 있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여, 영상자료원은 이 영상에 상세한 안내 자막을 별도로 제공하여 영상의 이해를 돕도록 했다.
영상자료원은 보유 기록영상에 대한 연구와 컬렉션 공개를 단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아울러, 대중 공개가 허락되지 않는 자료들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에 선별하여 내부 열람이 가능하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사진/자료제공=한국영상자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