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웹툰’이라고 할만큼 큰 사랑을 받은 주호민의 웹툰 <신과 함께>가 영화로 만들어졌다. <국가대표>로 천국을 맛보고 이어 <미스터 고>로 지옥을 맛본 김용화 감독에 의해 실사영화로 완성된 것이다. 웹툰을 어디까지 구현했고, 원작과는 어떻게 다른지, 내년 개봉될 2편에는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수많은 궁금증을 직접 물어봤다. 개봉을 하루 앞둔 19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이다.
8권의 단행본으로 나온 웹툰 <신과 함께>는 사람이 죽은 뒤 가게되는 저승세계를 다룬다. 살아생전 착한 일을 했는지 나쁜 일을 했는지 염라대왕의 심판을 받게 되고, 그에 알맞은 벌을 받게 되는 이야기이다. 웹툰에서는 평범한 시민 김자홍이 죽은 뒤 강림, 해원맥, 덕춘 등 삼차사에 이끌려 저승으로 안내되고, 이곳에서 진기한 변호사의 법률적 도움아래 일곱 지옥을 거치며 재판을 받게 된다. 영화에서는 진기한 캐릭터가 사라진다. 또한 평범한 소시민이었던 자홍은 화재 진압 중 순직한 소방관으로 바뀐다. 웹툰의 아웃라인을 가져오면서 더욱 다채로운 지옥의 모습과 함께 영화적 상상력을 완성한 셈이다. 139분동안 말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감독에게 덕담부터 건넨다. “예매율이 1위를 차지했다.”고. 김용화 감독은 “‘미녀는 괴로워’나 ‘국가대표’가 개봉할 때는 그러지 않았다. ‘미스터 고’는 완전히 애들 영화라서 이번엔 좀 신기한 경험을 한 셈이다. 상영 중인 영화들도 센데..”
원작자 주호민 작가가 영화를 본 뒤 SNS에 호평을 올렸단다. “원작자가 칭찬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원작의 정수를 가져오면서 마이너한 부분은 바꾸었다. 진기한의 부재는 크다. 원작자가 잘 봐주셨다니 행복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곧 바로 물어봤다. 웹툰에서는 진기한이라는 캐릭터가 아주 중요한데 왜 빼버렸냐고. 감독의 긴 답변이 돌아왔다.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 받은 것은 4년 전이다. 원작에서 진기한은 망자를 변호하는 일종의 국선변호사이다. 관객들이 왜 이 캐릭터를 좋아할까 생각해 보았다. 이승에서 지은 죄가 많은 사람이 저승에 올라갔을 때 누군가가 변론을 해 준다는 것이 울림이 컸을 것이다. 그런데 진기한을 살려서 시나리오 작업을 하니 영화적으로 허점이 많았다. 원작을 안본 관객에게는 ‘웬 변호사?’하는 느낌이 있을 수 있었다.”며 “실제로 시나리오를 여러 차례 수정하면서 검토했다. 드라마를 오롯이 한다면 소소한 재미가 있을 것이다. 웹툰에서 보여주는 통찰이 가능하다. 진기한만을 따로 떼어 빌딩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어쨌든 2부 보고 나면 조금 이해하실 것이다.”고 덧붙였다.
“<신과 함께>는 시나리오가 수십 차례 고쳐졌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감독 손을 돌다가 결국 저한테 온 것이다. 김용화 감독과 덱스터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잘 하는 걸 더 잘하겠다는 생각으로 <신과 함께> 작업을 했다.”고 밝힌다.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의 실사화 작업을 하면서 고민을 많이 한 모양이다. “기본적으로 난 저승의 이야기를 믿지 않는 사람이다. 웹툰은 하나의 창작물로 보았다. 저승에 가서 재판을 받다니...”란다.
감독은 “이야기의 가장 큰 동인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자신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펼친다. “김자홍은 소방관으로 나온다.그는 소방관을 하면서 돈을 벌기 위해 별 일을 다 한다. 내 이야기인 셈이다. 어머니가 많이 편찮으셨다. 대학도 그만 두고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벌어야했다. 막노동을 끝내고 병원에서 의식이 없는 엄마 침상 옆에서 쪽잠을 자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었다.”며 “웹툰을 읽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진심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잖은가. 그때 이런 저런 생각을 했었다.”며 “원작의 정수들을 잘 살려서 제가 느낀 그 때의 감정, 용서, 위로. 이런 것들 잘 녹여 웹툰을 계승하고 싶었다. 제가 느낀 것과 관객이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다를 수 있다.”고 덧붙인다.
이 영화의 ‘신파’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개연성 없이 이야기를 끄집어 들여 눈물을 강요하는 것이 신파이다. 이질감 없이 이야기에 동화되어 느낀다면 감동을 받을 것이다.”며 지난한 시나리오 작업을 이야기했다. “웹툰은 에피소드별로 이어지고 시점이 나뉘어져 있었다. 이것들을 잘 합치는 것이 중요했다. 초고들은 거칠었다. 개연성 있게 잘 합치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를 2부작으로 만들었다. 이미 모든 촬영은 끝난 상태이다. 2편은 내년 여름 즈음에 개봉될 것이란다. “관객들이 1편을 어떻게 볼지 궁금하다. 너무 긴 시차를 두는 것보단 IPTV에서 한 번 보고, 여름 무렵 개봉하는 게 시기적으로 적절할 것 같다.”고 말한다. 1부 영화 마지막에 마동석이 깜짝 등장한다. 마블 이스트에그를 한방에 날리는 ‘성주신’의 등장이었다.
미스터 고, 덱스터, 그리고 신과 함께
김용화 감독의 전작 <미스터 고>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한중합작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133만 관객이 들며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나 혼자만의 우물 안에 살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릴라가 야구를 한다니. 이런 기획을, 한중합작으로 만든, 애들 영화를 내가 하게 되었다니.“라고 말문을 열더니 ”그래도, 그 작품이 있었기에 이번 작품도 가능했고, 덱스터도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말한다. ‘덱스터 스튜디오’는 김용화 감독이 대표로 있는 특수효과 전문회사이다. <미스터 고>와 <신과 함께> 뿐만 아니라 중국영화들의 VFX도 맡아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었다. (<지취위호산>으로 대만 금마장 시각효과상, <적인걸 신도용왕>으로 중국 장춘영화제 시각효과상, <몽키킹2>로 홍콩 금상장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이날 김용화 감독은 엄청난 물량을 쏟아 붓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릴 것 없는 덱스터의 실력에 대해 자랑했다. ”현재 400명의 직원이 있다. VFX만 보자면 175억 정도가 투입되었다고. " 작업 인력 1만 명에, 1천억 원을 넘어서는 VFX비용을 쓰는 할리우드에 큰 소리칠 만할 것이다. ”실제적으로 인력대비로 보자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 마블 영화도 1/3만 비용만 줘도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 고 말한다. 최고의 가성비, 엄청난 퍼포먼스를 자랑했다. (VFX 전문업체 대표답게 김용화 감독은 할리우드블록버스터와 자신의 최신결과물에 대해 비교적 소상하게 기술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감독의 작품이 가족의 소중함을 내세운 드라마적 구성에 특수효과를 선도한다는 점에서 스티븐 스필버그 같다고 하자 “어렸을 때부터 할리우드 키드였다. 존경하는 감독은 절대 타르코프스키가 아니었다. 스필버그와 제임스 캐머런, 토니 스콧 이런 분이었다. <이티>와 너무 좋아한다. 저는 기본적으로 2시간 안에 필사적으로 인물을 배치하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라는 것은 많은 사람이 봐야한다. 내 영화는 좀 그랬으면 좋겠다.”고 자신의 영화관을 밝혔다.
얼핏 김용화 감독의 야심이 엿보인다. “<미스터 고>와 <신과 함께> 등을 작업하며 산업적으로 우리 영화계의 지평을 좀 넓혀놓았으면 한다.”면서 “VFX작업뿐만 아니라, 미국의 스튜디오와 유명한 작품을 리메이크할 계획도 있다. 드라마팀도 있고 투자배급을 하려고 준비 중이다. 우린 CJ나 롯데 같은 큰 회사가 아니지만 한두 편이라도 할 예정이다. 덱스터가 만들면 이런 영화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 것이다.”고 힌다.
그런데 ‘덱스터’가 무슨 말이죠하고 물어봤다. “희랍어로 어원이 재주가 좋은, 솜씨가 뛰어나다는 뜻이다. 악인들을 솜씨 좋게 연쇄살인하는 ‘덱스터’라는 미드도 있잖은가.”란다.
‘솜씨 좋은’ 덱스터가 만든 <신과 함께>의 VFX는 해외 바이어들을 매료시킨 모양이다. 전날 아시아프레스정킷 행사가 있었고, 대만에서는 시사회도 가진 모양이다. “미국에서 온 관계자가 영화를 보고나서는 아시아에서 이런 비주얼이 나올 수 있냐며 놀라워하더라. (해외시장이) 잘 됐으면 한다.”며, “이전에 한국어로 랩하는 것을 미친 짓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보세요. K팝 랩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왔는지. 한국영화도 그럴 것이다. 이런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편, 김용화 감독은 스탠 리의 포우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프로디갈’(Prodigal)이란 영화의 감독을 맡는다는 할리우드발 뉴스가 전해졌었다. 이에 대해 감독은 “감독 권한, 시나리오 각색문제 등 제가 요구하는 것들과 관련하여 최종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김용화 감독은 <신과 함께> 3부도 기대할까. “당연하죠. 그렇게 되면 너무 해피한 거죠. 국민적 사랑을 받은 웹툰을 기반으로 영화가 잘 만들어진다면 좋은 거죠. 잘 ‘빌더’해서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고 싶다.” 마블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나 들어보는 ‘세계관’을 한국영화에서 들을 수 있다면 정말 멋진 일 아닌가.
“전 세계에서 마블 히어로 영화가 상대적으로 잘 되는 나라가 우리나라이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어찌 보면 자국문화를 가장 업신여겼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프랜차이즈 영화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상황이다. <신과 함께>는 가족드라마지만, 10대, 20대가 어떻게 열광할지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엑소의 멤버 도경수는 관심사병으로 등장한다. 극중 이름은 원동연이다. ‘원동연’은 이 영화의 공동제작사인 리얼라이즈픽처스의 대표 이름이기도 하다. <미녀는 괴로워>, <광해, 왕이 된 남자>, <대립군> 등을 만든 제작자이다. 왜 그 이름을 땄을까. “하하. 그 분이 영화계의 관심사병입니다.”란다.
400억원의 제작비로 1,2부가 동시에 제작된 <신과함께>는 20일, 1부 ‘죄와 벌’이 개봉되었다. 누적 관객수는 42만 명. <강철비>를 제치고 흥행 톱 자리에 올랐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