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민은 누구보다도 바쁜 2017년 한 해를 보냈다. 지난 연말부터 KBS 2TV를 통해 방송된 웹툰 원작의 예능드라마 <마음의 소리>에서 애봉이 역을 맡아 원작만화를 찢고 나온 듯한 청순하면서도 털털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어 KBS 2TV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에서는 순수한 매력의 변미영을 맡아 상대배우 이준과 로맨스를 선사했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tvN 월화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에서 현실감 넘치는 윤지호를 연기해 2030 시청자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명실상부 로코퀸이자, ‘이번 생은 처음이라’을 통해 새로운 인생작을 연기했다는 정소민을 만나 ‘서른 잔치가 시작된’ 여배우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1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되었다.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이하 ‘이번 생’)을 막 끝낸 정소민은 “무엇보다 드라마가 별다른 탈 없이 끝나 감사하다. 부족한 것도 많았는데 현장에서 다들 많이 챙겨주셨다. 개인적으로 오래 기억될 작품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소민은 해가 바뀌면 이제 서른이다. 드라마를 통해 미리 서른을 경험한 여배우의 솔직한 감정은 어떨까. 우울하지는 않을까. “드라마는 기분 좋게 끝났다. 우울할 것은 없다. 개인적으로 서른이 되기를 기대하기도 했었다. 스물일곱 즈음에 막연하게 빨리 서른이 되었음 생각했다. 지금 하고 있는 고민이 해결되어 있을 것 같기도 했으니.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땐 그런 기대감이 있었다.”
<아버지가 이상해>를 끝내자마자 곧바로 <이번 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전작이 호흡이 긴 드라마였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았지만 시놉시스를 보고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극중 윤지호와 나랑 비슷한 지점이 너무 많았다.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지점? “가족 구성원이 같았다. 엄마, 아빠, 남동생. 동생과의 나이 차도 똑같았다. 게다가 경상도였고. 꿈을 향해서 가는 과정에서 아버지한테 알리지 않고 학교시험을 보는 것 같았다. 이 대본은 운명이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드라마 <이번 생>에서 경남 남해출신의 우등생 윤지호는 아버지를 몰래 시험을 치른다. 실제로 정소민은 아버지에게 무용과 시험 친다고 하고선 연기과 시험을 쳤다.(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시험장 앞까지 아버지가 데려다 주셨는데 차마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란다.
연기자가 된 후, 뚜벅뚜벅 연기자의 길을 걸어가면서 온 가족이 그를 응원한다. “엄마가 ‘이번 생’의 열혈 시청자였다. 방송이 나가는 월화요일 저녁에는 다른 약속을 안 잡고 무조건 집에서 본방 사수하다.”고 말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아달라는 부탁에 한참 고민을 하더니, “지호가 정말 갈 곳이 없어서 방황을 하다가 터널을 지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며 “그 때 내레이션인 ‘내가 하는 이 말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겠지’라는 생각과 함께 저도 위로를 많이 받았었다.”고 덧붙인다.
서울출신의 정소민은 이번 드라마에서의 사투리 연기에 대해서는 편했다고 한다. “<디데이>와 <빨강선생님>에 이어 세 번째 사투리 연기였다. 동생을 상대로 사투리 연습을 했다. 문자로 안하고 음성 톡으로 사투리를 연습했다.”고 밝힌다.
정소민에게 이번 작품은 ‘인생작’일까. 정소민은 조심스럽게 대답한다. “제가 나온 작품 중 하나라도 빼버린다면 지금의 저가 없을 것”이마며 “큰 변화를 줬다기보다는 하나씩, 조금씩 나아질 수 있었던 작품이다.”고 자평한다.
이어 “지금은 나 자신을 좀 다독여주고 싶었다. 항상 제 자신에게 채찍질을 많이 하는 편이다. 숨을 좀 고르고, 위로하는 그런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지금 행복하다는 게 좋다.”며 “연말까지는 쉴 것이다. 내년 초엔 동생이랑 한동안 미룬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한다.
쉼 없이 달려온 정소민, 다음 작품은? “아직. <이번 생>처럼 대본을 딱 보는 순간 확 빠져드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장르를 떠나서.” 물을 조금 마시더니, “몸이 더 굳기 전에 무용하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뭔가 액션을 하고 싶다. 몸을 많이 움직이는. 액션을 배우니 재미있더라.”란다.
영화이야기가 나왔다. 정소민은 올 봄 <아빠는 딸>이라는 영화에도 출연했었다.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아버지와 딸의 육신이 체인지 되는 영화를 통해 통통 튀는 소녀감성을 잘 표현했다. 정소민은 내년 개봉되는 ‘골든 슬럼버’에 특별출연해 강동원과 호흡을 맞춘다. “라라랜드가 재개봉한다던데 가서 또 보고 싶다.”고 덧붙인다.
2017년을 달려온 정소민의 2018년이 기대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사진제공=젤리피쉬/ tv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