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 중국기업이 대대적인 입주식을 갖는 날 북한 1호 ‘지도자 장군님’도 참석한 그 자리에 미사일이 떨어진다. ‘남쪽’에서 쏜 클러스터형 로켓이다. 치명적 부상을 입은 ‘1호’를 북한 최정예요원 정우성이 트럭에 태우고 급하게 남으로 피신하는 중국차량 틈에 끼어 남으로 넘어온다. 누가 그 무기를 쏜 것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북의 쿠테타는 성공했는가, 어수선한 틈을 노려 한반도는 통일의 전기를 맞을 것인가, 아니면 핵을 가진 폭풍이 동아시아에 일 것인가. 영화 <강철비>가 전하는 엄청난 한반도 핵전쟁 가상시나리오이다.
영화 ‘강철비’의 언론시사회가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양우석 감독과 배우 정우성, 곽도원, 김의성, 이경영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영화만큼 뜨거운 간담회가 이어졌다.
노무현 대통령을 모티브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대사를 소름끼치게 읊은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양우석 감독은 “2006년 북한이 제1차 핵실험을 할 때 처음 프로젝트를 생각했다. 2006년경부터 핵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우리가 가지고 있는 북한과 핵에 대한 인식이 영화에도 언급됐지만 회피해서 바라보는 느낌이 있었다”면서 “영화를 통해서라도 북한과 북한 핵, 북한 동포들과 정치구조, 남북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영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밝혔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아마도 지드래곤의 음악이 나오는 장면일 것이다. ‘삐딱하게’와 ‘Missing you’가 적당한 시점에서 흘러나온다. 양우석 감독은 “워낙 영화가 무겁고 경직되어 보여서 그랬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젊은 사람들에게 지드래곤 음악이 인기 있다는 말을 들었다. 영화를 보는 분들이 편안하게 봤으면 하는 마음에서 집어넣었다.”고 설명했다.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로 변신한 정우성은 “감독님께 엄철우가 왜 나여야 하냐는 질문을 했을 때 정우성의 순수함과 우직함이 고스란히 엄철우한테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더라. 감독님이 원했던 감정을 실으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곽철우를 연기한 곽도원은 “지금껏 수많은 고위관리역할을 했었지만 곽철우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많이 이야기했다. 어느 부분에서 힘을 빼야할지 실어야할지, 관객들이 어느 지점에서 쉬어야할지 이런 문제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 대한민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굉장히 떨린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곽도원과 공연한 소감에 대해 “한 동료한테 신뢰를 가질 수 있는 건 엄청난 축복이라 생각한다. 촬영하면서 도원 씨가 저를 참 사랑해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같은 미묘한 감정들이 캐릭터에 자연스럽게 연결이 돼서 두 캐릭터의 케미로 화면에 담긴 것 같다”고 말했다.
<강철비>에서 김의성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현직 대통령, 이경영은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등장한다. 김의성은 북한사태에 대한 대처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북 핵선제공격에 손을 드는 강경파의 입장을 취한다. 이경영은 핵은 전멸이자 공멸이라며 확전을 막으려고 애쓰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에 대해 양우석 감독은 “북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포와 적이 동시에 있다. 한 분은 북을 주적으로 생각하고 차기 대통령은 원래 하나였던 건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다”며 “우리가 가진 북에 대한 이중적 시선을 두 대통령을 통해 곱씹어보고 싶었다. 열연을 해주셔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그래서, 한반도는 어떻게 되냐고? 전쟁은 어떻게 결말 나냐고? 양우석 감독은 “이 영화만큼은 제 사적인 견해를 빼려고 했던 영화다. 핵전쟁을 막으려면 핵균열을 맞춰야한다는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참고했다. 부디 우리나라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 배우들의 열연, 제작진의 노고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과 북의 대치에서 빠질 수 없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을 다루는 양우석 감독은 거의 첩보전에 가까운 요원들의 활약상을 담는다. “주변 국가들의 시선은 이 영화에서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기도 하다.”며 “영화에서 나오는 입장의 차이는 경중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사실적으로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남과 북이 뛰고, 미국, 중국, 일본이 조연을 한 영화 <강철비>는 14일 개봉한다. (KBS미디어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