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정 배우가 <원더풀 라디오>이후 11년 만에 영화 <스위치>(감독:마대윤)로 돌아왔다. <스위치>는 슈퍼스타 권상우가 크리스마스 때 갑자기 ‘무명배우’가 되어 10년 전에 헤어진 여친 ‘이민정’을 다시 만나 대오각성하는 이야기이다. 슈퍼스타 자리는 매니저였던 ‘오정세’로 스위칭된다. 권상우-이민정 부부는 쌍둥이 남매(박소이-김준)와 함께 소박하지만, 행복한 인생 2막을 지속할까? 영화 <스위치>는 오늘(4일) 개봉한다. ( * 스포일러가 조금 포함되어 있습니다 *)
Q. 영화 <스위치>는 결말이 뻔히 보이는데 재밌다.
▶이민정: “영화가 어떻게 흐를지 훤히 보이는 영화이다. 어느 기자분이 ‘아는 맛인데 맛있다’고 표현했더라.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김치찌개 맛을 몰라 매일 먹는 것은 아니잖아요. 아는 맛이지만 더 생각나는 것 같다. 너무 뻔하지만 또 보고 싶은 게 클래식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대본을 읽었을 때도 같은 생각이었다. 다 읽고 나서 끝에 놀라게 되는 스릴러는 아니다.”
Q. <원더풀 라디오> 이후 10년 만의 영화출연이다. 작품 선택에 심혈을 기울였을 것 같다.
▶이민정: “요즘 영화계에서 여자의 롤이 많이 없다. 울림도 주면서 10년, 20년 지나고 소장하고 싶은 책 같은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컬렉션에 남을 작품을 고르고 싶었다. 그래서 신중하게 선택한 것이다. 시나리오는 되게 쉽게 넘어갔다. 내 캐릭터도, 영화도 어렵지 않았다. 촬영도 쉽고 재미있게 진행되었다. 친구들이랑 MT가면 라면 하나 두고도 더 맛있게 끓이려고 애쓰잖은가. 배우들이 이렇게 저렇게 아이디어 내놓고, 감독님이 쳐내고 그런 식이었다. 현장에서는 애드리브가 많았다.”
Q. 이 영화에서 이민정의 애드리브는?
▶이민정: “권상우 배우가 침대에 누워 있는 장면. ‘너 담배 폈지?’ 이 대사가 애드리브이었다. 가글했다는 설정이었는데 이 남자는 이도 잘 안 닦는 남자인데 ‘오늘 이 닦았어?’하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바로 코 고는 장면, 그걸 손으로 막는 행동은 대본에 없었다.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현장 분위기가 그랬다. 사람들이 많이 웃더라.”
Q. <스위치>에서 권상우와 부부연기를 하게 되는 것에 대해 이병헌 배우의 반응은 어땠었나.
▶이민정: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정말 상우 오빠가 잘 할 것 같은 역할이었다. 영화에 대해 다 이야기 하지는 않았지만 어울릴 것 같다고 말했었다. 두 사람은 오래 알고 있으니. 대강 들어도 재밌겠다고 그랬었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더 코믹하게 잘 어우러진 것 같다. 권상우, 오정세 배우와의 시너지가 느껴졌다.”
Q. 엄마 이민정, 주부 이민정의 삶은 어떤가?
▶이민정: “아이를 키우는 데는 엄마가 꼭 필요하다. 극성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케어했다. 하나를 물어보면 1시간 정도 설명해주기도 한다. 친구들 중에 결혼이 빠른 편이라 출산과 육아에 대해 준비를 많이 했다. 육아책을 50권정도 읽은 것 같다. 앞이 너무 막막해서 기본정보라고 생각했다. 아이와의 첫 36개월은 엄마와의 애착이 형성되는 시기란다. 그때 감성이 평생을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옆에서 엄마에 대한 믿음을 주려고 했다. 하루 종일 함께 있으면 말을 건네고 했었는데 보람이 있더라.”
Q. <원더풀 라디오>이후 오랜만의 영화출연이다. 그동안 출연제의가 없었나.
▶이민정: “햇수로는 11년 만에 개봉된다. 중요한 캐릭터가 나한테 오지는 않지만 중간중간 들어오긴 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 메이드가 안 되고, 또 드라마하게 되고 그랬다. 영화에 대한 갈증은 있었다. 학교 갈 때도 연출하려고, 영화 만드는 일 하려고 했었는데 배우 일을 하게 되었고, 배우 일이 빨리, 순조롭게 되었다. 인연이 아니면 안 되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었다. <스위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 시국이 되면서 막혔다. 이렇게 개봉날짜 잡히니 이것도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Q. 권상우 배우와의 키스신은 어땠나. 어쨌든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민정: “권상우 배우도 연기를 오래한 사람이다. 촬영할 때 서로 불편한 것이 있으면 이야기하면서 잘 헤쳐 나갈 구력은 되었다. 인터뷰할 때 농담조로 병헌 선배 눈치 봤다고 그러더라. 그런데 키스는 여자가 적극적으로 나오고 남자가 좀 밀리는 것 같이 보여야 재밌게 나온다. ‘제가 덮치는 게 재밌는 것이다. 한 큐에 잘 넘어갔다’. 불편함 없이 잘 촬영한 것 같다. 다들 미식가여서 어디 촬영가면 서로 맛있는 것 연구하고 그랬다.”
Q. 함께 연기한 아역 배우에 대해.
▶이민정: “소이가 ‘아빠가 더 좋아’할 때, 참아야지 참아야지 하는데도 눈물이 나오더라. 상우오빠도 마찬가지였다. 아역 배우들이 착하다. 연기 경력이 있는 아이들이고. 소이는 자기가 해야 할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마음에 안들면 다시 하겠다고 한다. 똑똑한 배우이다. 연기란 것은 눈에서 주는 것이 반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소이의 눈은 쳐다만봐도 사람의 마음을 열리게 한다. 아역 배우와 안 친하면 바로 티가 난다. 아이들이 거리감을 더 심하게 느낀다. 쉬고 있을 때는 같이 ‘묵찌빠’하고 어울린다. 따로 쉬다가 연기 들어가면 그렇게 리얼하게 안 나온다.”
Q. 아들에게서 배우의 가능성이 보이는지.
▶이민정: “지금까지는 모르겠다. 사람들이 다 같이 쳐다보면 쭈뼛댄다. 멍석 깔아주면 못 하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남편도 무대 체질이 아니지만 배우 하고 있잖은가. 공연은 무대 체질이어야 한다. ‘니 인생이니까, 니가 (알아서) 살아라’이다.”
Q. 영화에서처럼 과거에 해보지 못해 후회된다거나, 아니면 다시 돌아가고 싶은 과거가 있다면?
▶이민정: “결혼 전으로. 미혼 때로 가고 싶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그랬지만 다시 돌아간다면 일분일초도 허투루 보내지 않을 것이다. 대학 때는 대학생활 열심히 하긴 했지만 몰려다니며 놀진 않았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지금 동기들과 더 놀아야죠. (하하하)”
*** 이민정은 대학 동기들에게 ‘21년이 지나도 이민정 의리 하나는 똑같다'는 말을 들을 만큼 쾌활하단다. ***
Q. SNS 이야기. 최근에 손예진의 SNS에 올린 댓글이 화제다.
▶이민정: “부담은 없다. SNS에는 솔직하고 내가 느낀 것을 올린다. 남편(이병헌)은 뭘 올릴 때 내게 보여준다. 그러면 재미가 없다. 즉흥적으로 올리는 게 재밌지. 생각하고 올리면 재미없다.”
Q. 영화에서 특히 애착이 가는 장면이 있다면.
▶이민정: “동네 엄마들이랑 거실에서 아모르파티 노래 부르는 장면. 함께 출연한 배우들이 스트레스 풀었다. 노래방 가고 싶은데 갈 수 없는 상황이어서 오늘 하루 여기서 재밌게 놀아보자고 그랬다. 엄마들이 한 번 더 찍자고 그랬는데 감독님이 ‘끝났어요’ 그랬다.”
(마이크 안고 자는 장면이 이어진다) “대본에는 ‘끝까지 잡고 있었다’로 나온 것 같은데 화면에 잘 살려주셨다. ‘아모르 파티’ 장면 촬영은 정말 재밌었다. 아마 풀 편집본으로 봐도 재밌을 것이다.”
Q. ‘이병헌이 싸다’는 대사가 화제이다. (상황이 역전된 ‘스타’ 오정세와 ‘매니저’ 권상우의 대화중에 신작 이야기를 하면서 ‘그 작품 이병헌에게 갔었대. 이병헌이 (출연료가) 싸잖아~’라고 말한다.)
▶이민정: “오정세 배우가 그 장면 촬영하고 엄청 조심해 하면서 ‘이거 써도 될까. 네가 말해주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 원래 대사는 ‘이병헌이 깐 건데 너한테 왔어.’ 같은 식이었다. 병헌 오빠에 이야기했더니 (자기 이름이 거론된) ‘그 장면이 재미가 없으면 (오히려) 기분이 나쁠 것’이라고 하더라. 그 부분에서 관객의 웃음이 터져야 한다고. 정말 남자 관객들이 많이 웃더라. 사람들이 대게 까고 싶었던 모양이다. 뒤에는 손흥민에게 간 광고 이야기도 나오는데 적절히 잘 사용한 대사 같다. 정말 (이병헌 개런티가) 싸다면 그런 대사 못한다는 것을 본인이 알고 있는 거지.“
Q. 남편(이병헌)은 웃기는 편인가?
▶이민정: “무척 유머러스하고 웃긴다. 그런데 숨기고 산다. 그런 재능을 배우로, 작품에 쓰려는 것 같다.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는데 친한 사람들과의 단톡방에서는 웃기는 말이 아니면 문자를 쓰지도 않는다. 어떻게 하면 터질까에 대한 욕심이 있다. SNL에 출연한 것은 (신)동엽 오빠가 무척 공을 들이며 섭외한 것이다. 집으로 찾아와서 4시간 정도 이야기를 한 것 같다.”
Q. 부부가 같이 작품에 나와도 재밌을 것 같다. 특히 코미디.
▶이민정: “아마 우리 둘이 작품을 찍게 된다면 서로에게 마이너스일 것이다. 둘이서 보여주는 이미지가 있을 것인데 굳이 많이 보일 필요가 있을까. 그래서 SNS에도 둘이 찍은 사진은 안올리다. 둘이 같이 다니다가 대중에게 노출이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물론 옴니버스 영화에서 서로 다른 편에서 나오는 것은 괜찮을 것이다.”
Q. 연출에 관심 있나?
▶이민정: “연출하려고 학교 갔었다. 데뷔 때도 그랬고 지금도 연출에는 욕심이 있다.”
Q. 이민정 배우는 어떤 배우였으면 하는가.
▶이민정: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 작품에 방해가 되지 않는, 거치적거리지 않는 역할이 좋다. 이 사람 자체는 어떤 면이 있을까 궁금해지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이게 원래 모습이세요?’라는 반응을 불러오고, 다음에는 또 뭐가 있을까 궁금해지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영화관 자체가 축소되는 것 같다. 집에서 혼자 영화를 즐길 수도 있지만 영화란 것이 주는 설렘이 분명 있다. 밀폐된 공간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보는 것이 영화이다. 집에서 볼 때와는 다른, 영화에 대한 로망은 다들 있을 것이다.”
Q. 앞으로 어떤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가. 자신을 패러디하는 작품은?
▶이민정: “저는 클래식한 걸 좋아한다. 보고나서 가슴이 먹먹해지고, 따뜻해지는 영화. 그런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스릴러도 좋아한다. 20대엔 러블리하고 무척 착한 것 같은 이미지를 주었다면 이제는 나이 들었으니 많이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음 장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그런 영화를 하고 싶다.”
“저에게 특별히 패러디할만한 게 있는지 모르겠다. 특징적인 것이 없다. 권상우 오빠는 정말 패러디할 게 많기는 하더라. 그런 것은 배우가 일부러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Q. 본인의 이미지가 어떤가?
▶이민정: “새침하다는 말도 들었는데 난 전혀 그렇지 않다. 뭔가 우아하기도 하고, 억척스럽기도 하고, 울기도 잘한다. TV에 오은영 박사 프로그램을 보다가 난 감정형 인간인 것 같더라. 친구가 힘들어하면 같이 다독여주는 편이다. 영화도 웬만하면 웃고, 울고 그런다. 대중이랑 취향이 똑 같다. 그래서 (이병헌)오빠 대본을 내가 본다는 이야기가 나온 모양이다. 난 진짜 관객처럼 대본을 본다. 오빠는 영화판에 오래 있어 영화인 시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거의 100% 일반 관객처럼 공감한다. 내가 울지 않거나, 재미없다고 느끼면 대체로 그렇다.”
(‘내부자’는 어땠나? 그리고 자기 반응과 대중의 반응이 달랐던 작품이 있었다면?) “‘내부자’는 좋았다. 그리고 나에겐 좋았는데, 대중의 반응이 그렇게 안 온 것은 ‘남한산성’이다. 영화 끝나고도 먹먹했었다.”
“<스위치>는 2023년에 처음 개봉되는 한국영화이다. 영화관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들 설레는 마음으로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를 기대한다. <스위치>는 폭력적인 영화가 아니니 여럿이 함께 가서 봐도 좋다. ‘간만에 옆에 사람이랑 소리 내고 웃었다’는 리뷰 평을 보았다. 정말 그렇다.”
이민정 배우는 인터뷰를 끝내고 몇몇 기자들의 요청으로 같이 사진을 찍는다. 남자기자도, 여자기자도. 젊은 기자도 나이 든 기자도. <스위치>는 남녀노소 다 같이 보고 “하하호호” 할 수 있는 영화이다. 2023년 1월 4일 개봉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