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 달러, 420억 원이라는 한국영화로서는 최고의 제작비를 들인 영화 <설국열차>의 개봉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주 송강호와 고아성 등 국내 출연진만이 달랑 참석한 기자시사회가 아쉬웠던지 오늘은 ‘외국 스타급 배우’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한 차례 더 열렸다.
오늘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IFC몰 내 콘래드호텔에서는 ‘설국열차’ 홍보를 위해 한국을 찾은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 송강호, 고아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설국열차’는 지구온난화의 후유증으로 빙하기가 다시 도래하여 지구가 온통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얼만 안 남은 생존 인류를 태우고 끝없이 달리는 열차 안에서 펼쳐지는 인류투쟁사를 담고 있다. 이 영화는 프랑스 자크 로브와 뱅자맹 르그랑가 글을 쓰고 장마르크 로셰트가 그림을 그린 그래픽 노블이 원작이다.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미리 본 사람들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크리스 에반스와 틸다 스윈튼의 모습에 놀라게 된다. 영화에서 신경질적인 노인네 분장으로 괴상망측한 2인자 메이슨 역을 소화한 틸다 스윈튼은 패션쇼 모델 같은 포스로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봉준호 감독을 만난 이후로 이 순간을 너무나 기다려왔다”며 “영화를 함께 만든 가족과 재회해 기쁘다. 이들은 비범한 영화 예술가다. 전 세계 관객들도 우리 영화를 관람하길 바라고 있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어벤져스’에서 슈퍼 히ㄹ어로로 매끈한 외모를 자랑하던 크리스 에반스는 설국열차에서는 꼬리칸 탑승객으로 반란을 이끄는 터프 가이 커티스 역으로 출연한다. 어제 저녁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크리스 에반스는 “매니저가 한국 팬 몇 명 정도 올 거라고 했는데 예상보다 큰 환대에 정말 깜짝 놀랐다. 가족 같은 느낌을 받았다. 정말 감사하다”고 내한 소감을 밝혔다.
설국열차에는 다국적 스태프와 함께 다양한 나라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이에 대해 틸다 스윈튼은 “예술을 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국적은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가 인간이 될 수 있는 자유로운 기회를 준다. 그런 점에서 여기 있는 이들은 다 가족 같다”며 한국 영화인과의 작업소감을 밝혔다.
달리는 열차 내에서 반란에 대응하는 2인자 역할에 대해서는 “여러 지도자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극단적인 제스처로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했다”는 그는 “리더를 바라보며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 하는 것처럼 메이슨의 캐릭터에도 여러 층위를 두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메이슨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정확히 알 수 없다. 요정일지도 모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크리스 에반스는 “영화를 선정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감독이다. 감독은 영화의 시작과 끝이다. 좋은 스크립트는 많지만 그것을 영화화 했을 때 좋은 경우는 많지 않다. 스크립트 안의 스토리와 캐릭터를 살리는 건 전적으로 감독 능력이다. 그런 측면에서 봉준호 감독은 세계 최고다”라고 봉준호 감독에 대해 극찬했다.
<괴물>에 이어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 올라탄 고아성은 "봉준호 감독은 촬영 내내 윌포드 같은 존재였다. 엄청난 리더십으로 배우들을 이끌었고, 배우들은 감독님을 무한 신뢰했다."고 봉 감독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했다.
이날 송강호는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봉준호 감독은 매번 배우를 당황스럽게 만든다. 혼란의 구렁텅이에 집어넣어서 배우들은 정신없고, 긴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 한 순간도 머리가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계속 뇌를 써야하니 치매는 안 올 것 같다. 피곤한 스타일이다“고 봉감독을 평가하더니 마지막으로 ”사실. 그래서 좋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크리스 에반스, 송강호, 에드 해리스, 존 허트,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고아성 등이 출연한 <설국열차>는 당초 8월 1일에서 하루 앞당겨 7월 31일 오후부터 상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자회견 중 봉준호 감독이 셀카를 찍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지켜본 박찬욱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