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수)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물의 길>이 어제까지 581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질주를 하고 있다. 오래전 <피라냐2>부터, <어비스>, <타이타닉>을 거치며 '물'에 진심이었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에서 물의 왕국을 완성한다. 그의 집념 뒤에는 수많은 개발자와 아티스트들이 있었다. 2천 명 이상이 CG작업에 매달린 결과물이 지금 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과 함께 판도라를 설계하고, 물을 만들고, 인물을 창조해낸 아티스트를 만났다. '아바타 2' 디지털 시각효과를 담당한 웨타FX(WETA FX)의 컴퓨터그래픽(CG) 슈퍼바이저 최종진과 시니어 아티스트 황정록이다. 둘 다 한국인이다. 흥행 질주에 맞춰 두 사람이 한국 취재진과 화상인터뷰를 가졌다. 최종진 슈퍼바이저는 CG작업을 총괄했으며, 황정록 아티스트는 제이크, 키리, 토나와리의 얼굴을 담당했다. ‘아바타’의 창조주 곁에서 일한 소감을 들어보았다.
Q. [아바타:물의 길]에서 담당한 분야와, 작업하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다면?
▶최종진: “라이트 테크니컬 디렉터와 CG슈퍼바이저를 맡았다. CG작업 전반에 걸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에 참여하며 문제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각 팀장들과 상의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마지막까지 퀄리티를 책임진다. 최대 규모의 작업에 참여하여 기쁘다. 예전엔 CG작업에 참여했을 때 엔딩크레딧에 이름 나오는 것 보고 아내와 아이들이 눈물 흘릴만큼 좋아했는데 지금은 무슨 일 하는지도 잊어버리더라. 그래도 이번에 <아바타> 하니까 기뻐하고 자랑스러워한다. 돌아가신 아버지도 아셨다면 기뻐하실 것이다. 카메론 감독과 같이 작업하며 예산의 제약 없이, 현존하는 모든 기술을 투입하여 비주얼 작업을 했다. 흔치 않은 작업이었다. 이 영화에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아티스트의 영혼이 깃들여 있다. CG작업에서는 이른바 ‘히어로샷’이라고 말하는 멋진 샷이 있다. <아바타2>는 모든 샷이 히어로샷이다.”
▶황정록: “이번에 운이 좋게 아바타와 일을 하게 되었다. (뉴질랜드로) 거주지를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아바타 팬이어서 기쁜 마음으로 동참했다. 제가 맡은 일은 가상의 캐릭터가 잘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캐릭터의 사실감 있는 표현이 중요했다. 감정전달을 할 때 눈이 큰 역할을 한다. 관객들의 몰입감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썼다. 코로나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잘 극복했고, 영상의 수준을 높인 기회였다.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되어 기쁘다.”
Q. 13년 만에 완성된 아바타의 속편이다. 작업 기간은 어느 정도였나.
▶최종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속편을 만들기 위해 환경개선과 기술개발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모든 준비 과정이 끝나고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 뒤 CG작업은 2년 조금 넘게 걸렸다. 2020년부터 본격화되었다. 아티스트들이 모두 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라서 열의를 가지고 참여했다. 보통 대작의 경우 CG작업이 1년 이내이니 이 영화는 그 두 배가 소요됐다.”
▶황정록: “캐릭터 얼굴 작업에 대해서는 먼저 셋업이 이뤄졌다. 얼굴 부분은 2019년부터 시작되었다. 캐릭터의 얼굴에 대해 연구를 하고, 개발을 할 수 있었던 게 시간이 충분했다.”
Q.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가장 염두에 두었던 부분은 무엇이었나.
▶최종진: “워낙 눈높이가 높아서 걱정이 앞섰다. 감독님은 CG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정확한 디렉션을 내렸고, 꼼꼼하게 진행했다. 그 덕분에 큰 수정사항 없이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었다. 감독님은 디테일에 신경 쓰면서도 전체에 대해 많이 보셨다. 카메라 구도, 움직임, 스토리텔링, 촬영 등에. 그런 것들이 훌륭한 이야기와 만나 좋은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풀 CG샷이 티가 안 나게 만들어낸 것이 인상적이다.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힘들게 작업한 것이라도 몇 십, 몇 백 샷을 빼기도 했다.”
▶황정록: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 작업할 수 있었다는 것은 큰 행운이었다. 작업을 하면서 퀄리티를 타협하는 경우는 없었다. 정말 아티스트로서는 만나보기 힘든 작업환경이었다. 최고의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해준 것에 대해 존경한다. 수평적 위치에서 같이 의논하고 피드백 받고,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낸 것 같다.”
Q.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상상력과 작업 방식에 대해 더 이야기하자면.
▶최종진: “이번 작품에서 가장 혁신적인 것은 수중퍼포먼스 캡쳐일 것이다. 이전에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다. 배우들이 물속에서 직접 연기해야하니 기술진과 함께 수중 스테레오 카메라(3D)를 개발하였다. 큰 혁신을 이룬 것이다. 그리고 물을 표현하는데 큰 발전이 있었다. 1편과 2편의 차이이다. 1편이 수영장 정도의 규모라면, 2편은 바다라고 할 수 있다. 물 표현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퍼포먼스 캡쳐도 마찬가지이다. 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뮬레이트 데이터가 필요하다. 1편에서 사용된 데이터는 1PB(페타바이트=1024TB)였고, 2편은 18.5PB에 이른다. 20배 정도이다. 주로 물을 표현하기 위해서 사용되었다. 시뮬레이트하고, 랜더링하는데 든 데이터이다. 수중신을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었는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R&D와 비용 투입이 훌륭한 퀄리티가 나온 것 같다. 물은 99%가 CG작업이다."
▶황정록: "얼굴 표현을 세밀하게 만들 때 피드백이 중요했다. 카메론 감독은 CG와 캐릭터 구현에 이해도 높았다. 제이크의 경우를 들자면 그가 화를 낼 때 어떻게 할 것인가. 나비족은 코와 미간이 다르다. 감독님은 호랑이가 화가 나을 때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고 연구하기를 원했다. 감독님의 상상력과 방향을 제시하는 게 놀라웠다.“
Q. 아바타 1편 때는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최종진: “13년 전에는 지금 WETA와 CG분야에서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ILM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때는 다른 작품을 하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에 조지 루카스 감독의 별장이 있는데, 그곳에서 열린 아바타 시사회에 모두 같이 갔었다. 영화를 보고 다들 말이 없더라. 어마어마한 CG와 그 분량, 스테레오 기술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까지 미국에 있었다. <혹성탈출> 작업을 하면서 웨타에 합류했었다.”
▶황정록: “저도 디지털도메일, ILM에서 일하고 있었다. <아바타>1편을 극장에서 보고 감탄했었다. 아바타 같은 작업을 하고 싶었다.”
Q. '아바타1'에 비해 2편의 CG작업에서 어떤 기술적 진보가 있었는지.
▶최종진: “13년 동안 기술발전이 많이 이뤄졌다. 물을 표현하는데 는 ‘커스틱’(caustic)이란 요소가 있다. 이게 뭐냐면 빛이 물결을 통과하거나 반사할 때 굴절되어 사물에 맺히는 현상이다. 수영장에 햇빛이 비칠 때, 물밑에 일렁이는 무늬를 커스틱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현상이다. 20년 전에도 구현이 가능했지만 하드가 받쳐 주지를 못했다. 그래서 편법으로 촬영했다. 지금은 하드웨어 성능이 놀랍도록 높아졌다. 웨타 자체에서도 랜더러가 개발되어 사용하고 있다. 커스틱에 최적화된 것이다. 지금도 이 부분은 이미지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노이즈가 많이 생긴다. 그래서 개발자가 옆에서 바로 수정하면서 작업한다.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아름답게 나오는지, 섬세하게 조절해가며 아름다운 패턴을 찾아가고 있다.”
▶황정록: “얼굴 표정을 조절하는 페이셜시스템을 개발했다. 1편에서는 표정의 움직임이 직선의 조합으로 만들어서 입체감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페이셜 아티스트가 수작업을 더해야한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이번 2편에서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 작업을 더 쉽게 할 수 있었다. 얼굴 근육이나 곡선의 조합도 자연스레 구현된다.”
Q.아바타의 후속편에서는 어디까지 기술발전이 계속될까.
▶최종진: “기술개발, 혁신은 계속 될 것이다. '0'에서 '90'까지 퀄리티를 내는 것보다, '90'에서 '100'에 가까워지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웨타 또한 더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기술적 발전을 해 나갈 것이다. 후속편에는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편, <아바타2:물의 길>에서 가장 인상적인 CG샷을 꼽아달라는 부탁에 최종진 최종진 수퍼바이저는 ‘물 속에서 고래 툴쿤과 교감하는 장면’을, 황정록 아티스트는 ‘후반부 액션 장면에서의 캐릭터 표정’이라고 말했다. 확실히 제임스 카메론의 돈과, 2000명을 넘어선다는 참여 아티스트의 열정이 가득한 작품임에 분명하다.
참, <아바타:물의 길>을 작업한 웨타FX는 피터 잭슨 감독이 만든 특수시각효과(VFX) 회사이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을 비롯한 수많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CG를 맡았다. 본사는 뉴질랜드에 있다.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