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9년,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한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다룬 뮤지컬 ‘영웅’이 <해운대>와 <국제시장>의 흥행감독 윤제균 감독의 뜻에 따라 뮤지컬영화로 만들어졌다. 뮤지컬 초연무대 때부터 안중근을 연기한 정성화가 영화에서도 안중근으로 분한다. 안중근 의사의 거사를 돕는 인물로 설희가 등장한다. 명성황후가 왕궁에서 일본의 낭인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할 때 현장에서 있었던 궁녀이다. 그 치욕을 복수하기 위해 일본의 심장부에 잠입, 이토 히로부미의 하얼빈행 정보를 캐는 스파이로 등장한다. 올해 티빙 <유미의 세포들>(시즌2)과 tvN <작은 아씨들>로 최고의 한해를 보낸 김고은이 복수를 위해 한복에서, 기모노로 갈아입는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취재진과 화상으로 만나 2년 전 <영웅>을 촬영하던 때를 회상했다. (김고은은 현재 다른 영화를 찍고 있다.)
Q. 뮤지컬 영화 출연 제의를 받고 어땠는지.
▶김고은: “처음에 제안 받았을 때는 뮤지컬 장르를 좋아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에서도 본격적인 뮤지컬 영화를 만들게되었다는 반가움이 들었다. 대본을 받았을 때 넘버들의 빈 공간과 가사로 쓰인 장면들, 그게 어떻게 전환이 될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뮤지컬 [영웅]을 꼭 봐야했다. 뮤지컬 보고, 다시 글을 읽고 하니 더 많은 부분이 상상이 되어다. 글로 표현된 것이 더 잘 이해가 되었다. 도전해 봐도 괜찮을 것 같았다. 나도 독립군의 일원이 되고 싶었다.”
Q. 노래를 부르며, 동시에 감정연기를 한다는 것은 힘들었을 것 같다. 노래 연습을 어떤 식으로 했는지.
▶김고은: “고등학교 때까지 뮤지컬 넘버를 많이 불렀다. 그 때는 나 스스로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때를 기억하고 도전을 했는데, 하다보니 그때의 내가 없어졌더라. 그때는 잘 했는데 지금은 왜 안 되지. 연기적인 성장은 더 있었겠지만 노래 부르는 기술이나 발성, 이런 것은 그때보다 못한 것 같았다. 그래서 매일매일 연습을 했다.”
Q. 뮤지컬 ‘영웅’과 영화 ‘영웅’에서 설희의 모습은 어떻게 다른가.
▶김고은: “조금 더 세밀하게 그려주는 부분이 많다. 명성황후 시해 장면 이야기가 나올 때 설희의 서사를 보여준다. 공감이 가는 지점이다. 설희는 대사가 그렇게 많은 인물이 아니다. 노래로 감정을 극대화하는 장면이 있다. 자신을 일본으로 보내달라고 애원하는 장면, 그리고는 기모노를 입은 설희로 바뀌는 짧은 장면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장면인데 설희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하고 신경을 많이 썼다.”
Q. 그렇게 일본에 가서는 게이샤가 되어 일본정계 고위층에 침투하는 역할이다. 어떤 준비를 했는지.
▶김고은: “일단 게이샤에 대한 영상을 많이 봤다. 걸음걸이나 톤을 많이 연구했다. 일본어 연습하는 것과는 별개로.”
Q. 노래를 잘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실제 노래를 잘 부르는 것과 노래를 부르며 동시에 감정 연기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윤제균 감독의 디렉션은 어땠나.
▶김고은: “감독님이 노래에 대해 어떤 디렉션을 했었는지는 기억에 딱히 없다. 누가 들어도 이건 못 써겠다 싶은 경우에는 제가 ‘다시 할게요’ 이런 식이었던 것 같다. 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눈 것 같다. 노래에도 감정이 들어가 있으니 노래를 하고, 또 다시 하고. 계속 다시 하고. 한 번만 더 다시 해 주세요. 그랬었다.”
Q. 감정 아주 격해질 정도로 노래를 부른다. 어떤 식으로 조절을 했는지.
▶김고은: “내가 부르는 노래 중에 가사를 바꾸기도 했다. 감정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하여. 달리는 기차에서 다리 아래로 뛰어내리는 신에서 실패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감독님과 상의해서 넣은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조선의 딸이기를 빌고 기도한다' 장면이다.) 인간으로서 두려움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인간적인 것을 많이 표현하고 싶었다. 명성황후 시해 장면은 극단적이다. 그 장면에서는 목에 피가 날 정도로 소리를 지른다. 그 장면 다음에 이어질 것이니 그런 것까지 염두에 뒀다.”
Q. 기차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은 어떤 식으로 찍었는지. 블루스크린 작업은 이전에도 했을 것 같다.
▶김고은: “이전에는 한 쪽면만 블루스크린이 있었는데 이번엔 사방이 블루스크린이었다. 불편하거나 그러지는 않았다. 위에서 카메라가 날아다니는 방식으로 찍었다. 원 씬 원 테이크로 해야했다. 카메라 1~2초 어긋나면 다시 세팅 바꾸는 것이 2~30분 걸렸다. 본격적인 연습 들어가기 전에 리허설 많이 했다. 동선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Q. 김성철, 이상이 등 한예종 동기들이 많이 응원해 주었다는데, 어떤 식이었나.
▶김고은: “개봉하게 되니 다들 그래요. ‘그렇게 울고불고 하더니, 그 작품이 드디어 나오네’라고. (내가) 어떻게 했는지 꼭 봐야겠다고 그런다. 제가 정말 많이 괴롭혔다. 저한테 스스로 화가 나서 울고 그랬다. 친구들이 ‘아이고 잘 하고 있어~’ 그렇게 응원해 주었다. 도움 정말 많이 받았고, 위로도 많이 받았다. 감사합니다.”
Q. 게이샤 연기할 때 춤추는 장면은 어떻게 연습했는지. 전문가의 지도를 받았을 것인데.
▶김고은: “당연히 도움을 받았다. 뮤지컬 ‘영웅’의 안무를 하셨던 분이신데 같이 연습 많이 했다. 느낌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고, 그 느낌을 살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연습 시작할 때와 마지막 합을 맞출 때 영상을 비교해보니 큰 성장을 이룬 것 같았다. 현장에서 기모노를 다 차려입고 촬영할 때는 또 달랐다. 보폭이 큰 것이 아니라 살짝 움직여야했다. 그래도 열심히 하였고, 잘 나온 것 같다.”
Q. 뮤지컬 ‘영웅’은 어떤 특별한 점이 있다고 생각하나.
▶김고은: “안중근 의사라면 투사이고 왠지 먼 사람 같았다. 역사적 인물이고, 그 사람은 특별한 것 같은 막연함이 있었다. 그런데 그 사람도 우리와 같은 똑같은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이다. 그것을 음악으로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들었다. 음악의 힘이 있는 것 같다.”
Q. 뮤지컬은 자주 보는지. 뮤지컬 넘버를 많이 따라 불렀다고 하는데 최애곡이 있다면? [위키드]의 ‘Defying Gravity′ 같은 것도 부르는지.
▶김고은: “‘Defying Gravity′’ 정말 좋아한다. 노래방에 가면 그 곡 있다. 흥이 여기까지(손을 머리에 댄다) 차면 그걸 부른다. 소파에 올라가서 ‘아아아~’라고. 이렇게 꼭 합니다. 아니면 ‘겟세마네’(Gethsemane, 지저스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부른다. 둘 다 초고음이잖아요. 흥이 찼을 때 한 번씩 부른다. 그런데, 뮤지컬 공연장은 자주 못간다. 허리가 안 좋아. 디스크가 있어서. 공연장에 가면 나도 모르게 들썩들썩하게 되어 다른 관객분들에게 피해가 된다.”
Q. 뮤지컬 출연 제의를 받은 적이 있는지? 뮤지컬 무대에 오르고 싶은 생각은 있는지.
▶김고은: “제의를 받은 적이 있지만 ‘못해요’ 그랬다. 뮤지컬 하는 친구가 많다. 그들은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영웅] 끝나고 좀 있다 뮤지컬 오디션을 봤었다. 사시나무 떨듯이 하다가 나왔다. 하루만 공연을 하는 게 아니고 몇 달을 라이브로 해야한다. 그렇게 유지한다는 게, 그렇게 자신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그 자체가 너무 대단한 것 같다. 내가 하면 진짜 민폐일 것 같다.” (오디션을 본 작품은 '하데스타운'이었단다)
Q. 올해 <유미의 세포들> 유미, <작은 아씨들> 인주, 그리고 <영웅>까지 작품복이 많은 것 같다. 작품 선정의 기준 같은게 있다면.
▶김고은: “일단 기복이 많다. 작품을 고를 때 많이 물어본다. 하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 모니터링을 많이 하고 주위 사람들 의견 많이 물어본다. 대본에 입각해서 고민을 많이 한다. 올해는 ‘김고은 잘 했어!’라고 한 텀을 주는 기분이 든다.”
Q. 뮤지컬은 배우의 목소리가 생명일 텐데 목 관리는 어떤 식으로 했는지.
▶김고은: “뮤지컬하는 친구들한테 많이 물어봤다. 목에 뭘 뿌리고, 잘 때는 스카프 두르고, 공연할 때는 물을 많이 마셨다. 물을 진짜 많이 마셨다. 커피를 거의 안 마신 것 같다. 촬영하는 동안 물을 많이 마셨다.”
Q. K콘텐츠가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고, 김고은 배우 출연작도 인기가 많다. 혹시 해외진출을 염두에 두고 따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김고은: “제의 들어온 것은 없다. 그래도 요즘 영어공부 해볼려고 한다. 영어 너무 어려워요. 너무!”
Q. <유퀴즈>에서 자신이 좋은 배우가 맞는지 계속 의심한다고 했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그리고 <도깨비>가 지나고 슬럼프가 왔다고 한 적이 있는데 어떻게 마음을 다잡았는지.
▶김고은: “내가 맞다, 틀리다고 정의내리는 것을 경계한다. 그건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 않기 위해 나 자신을 객관화하려고 노력한다. 작품 끝나면 반성의 시간을 가진다. 뭔가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연기적인 아쉬움도 있고. (연기 말고) 다른 부분도 시간을 꼭 가지려고 하는 편이다. 슬럼프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저는 약간 매몰차게 자신을 대했던 사람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스타일이다. 그게 성실하거나 어떤 루틴이 있어 그런게 아니다. '복에 겨운 소리 하네'라는 소리를 듣지만 스스로에게 채직찔하는 타입이다. 물론 ‘이건 아니야’라고 외면하는 것도 있다. 스스로 단순하고, 멘탈적으로 잘 잡는다고 착각했었다. 내가 잘 하고, 잘 봐주고, 칭찬해주고, 스스로 위로해 주고, 아닌 건 아니라고 스스로 인정해 주고 그런다. 배우라는 것은 직업일 뿐이라 생각한다. 그게 맞을 것이다. 배우란 게 직업이니까 지금처럼 계속 하는 것이다.”
Q. 지금 찍고 있는 작품은? 그리고 준비 중인게 있는지.
▶김고은: “지금 [파묘]를 찍고 있다. 무속인 역할인데 얼마 전에 굿하는 장면을 찍어 지금 목소리가 이렇다. 내용은.. 음.. 무언가에 맞서는 내용이다. 좋은 선배님이랑 촬영을 하고 있고, 힘을 합쳐 맞서는 내용이다. 그 다음 작품은 아직 구체화된 것이 없다.”
Q. 지금 이 순간, 영화 ‘영웅’를 만나고, ‘설희’를 연기한 소감은?
▶김고은: “처음 노래할 때가 생각난다. 연못 앞에서 앉아서 끝까지 부르는 장면인데, 음 이탈이 말도 안될 정도였다. 감정을 격하게 하다보니. 진짜 감정을 밖으로 내지르고 노래를 부른 것은 처음이었다. 제가 발박자 맞춰가며 노래 불렀는데 음이탈에 눈물콧물이 다 나왔다. 그러다 감독님과 눈이 마주쳤는데 둘다 박장대소했었다. ‘우리 큰일났다. 큰일났다’하고 한참을 웃었던 기억이 난다. '이거 어떡하지?' 하면서. 본격적으로 찍을 때까지 노래 연습 열심히 해오겠다고 했다. 치열하게 연습한 것 같다. 그때 눈만 마주치면 웃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개봉을 하게 되네요.”
정성화, 김고은, 나문희, 조재윤, 배정남, 이현우, 박진주가 출연하는 윤제균 감독의 민족서사음악극 <영웅>은 내일(21일) 개봉한다.
[사진=CJ ENM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