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워드’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올 한해 충무로의 성과를 ‘작품성’에 초점을 맞춘 각종 영화시상식이 잇달아 열리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영화비평의 올바른 틀’과 ‘전문적 시각’을 제공하고 있는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주관하는 제 37회 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시상식이 열렸다. 한국 영화평론가가 선택한 올해 최고의 영화는 <남한산성>이다. <남한산성>은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촬영상, 음악상 등을 수상하며 4관왕이 되었다. 남녀주연상은 <불한당>의 설경구와 <아이 캔 스피크>의 나문희에게 돌아갔다.
9일 저녁,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시상식은 배우 서강준과 이선빈의 사회로 진행됐다. 영평상은 다른 시상식과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영화평론가들이 트로피를 전달하며 ‘수상의 이유’를 ‘평론가적 시각’에서 상세히 알려준다.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남한산성’의 제작사 싸이렌픽쳐스 김지연 대표는 “멋진 영화를 만들게끔 해주신 황동혁 감독님과 처음 시나리오를 건넸을 때 쉽지 않았을 선택이었을 배우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추운 겨울에 애써준 스태프들에게 이 영광을 함께 하고 싶다”고 전했다. 이날 김지연 대표는 <남한산성>의 홍보를 위해 미국으로 간 황동규 감독과 음악상의 류이치 사카모토를 대신해 트로피를 받는 등 세 번 무대에 올랐다.
<불한당>으로 대종상에 이어 영평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설경구는 "요 몇 년까지 영화하면서 욕을 많이 먹었는데 '불한당'은 이상하게 촬영하면서 설렜던 영화다. 촬영장에 가며 어떻게 이 젊은 친구들이 앵글을 만들고 만들어나갈까 설렘이 있었다. 올 한해 제가 많은 도움을 받으며 살았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더 서울 어워즈’에 이어 영평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는 “공로상이 아닌 여우주연상을 주셔서 너무나 감개무량하다. 지금까지 상을 몇 번 받아봤지만 여우주연상은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 같다.”며 “100세 시대라고 하니까 우리 노년들 위해서도 그렇고 젊은이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다”고 말했다.
남우조연상은 ‘택시운전사’의 유해진에게 돌아갔다. 유해진은 이날 촬영 일정으로 시상식에는 불참했다.
<불한당>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전혜진은 “처음 ‘불한당’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천인숙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마음이 불안했었다. 그러나 첫 시사회를 보고 불안감이 사라졌다”면서 “‘불한당’ 제작진에게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신인남우상은 <청년경찰>의 박서준에게 돌아갔다. 박서준은 “연기할 때 살아있고 즐거운 것 같다. 한 해에 많은 작품이 나오고 이 작품이 많은 관객들에게 선택을 받게 되는 것 같다. 평균적으로 러닝타임이 2시간인데, 여러분들이 선택하는 2시간이 행복하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최희서는 이준익 감독의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연기로 대종상 2관왕(여우주연상,신인여자배우상), ‘더 서울 어워즈’에 이어 영평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수상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 최희서는 “지금의 두려움을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나아가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신인감독상은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수상했다. 강윤성 감독은 "상이라는 걸 처음 받아본다. 너무나 영광스럽다. 나는 데뷔기간이 오래 걸렸다. 올해 47세인데 17년동안 데뷔 준비를 했다. 영화 한편만 찍었으면 좋겠다 하는 꿈을 갖고 살았는데 데뷔작이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돼 무척 영광이고 감사하다"고 전했다.
공로영화인상은 충무로 원로영화인 전조명 촬영감독에게 주어졌다. 전조명 촬영감독은 1959년 김수용 감독의 <3인의 신부>를 시작으로 44년 동안 145편에 이르는 영화의 촬영을 맡아 한국영화 촬영의 역사를 이끌었다. 전조명 감독은 “영화 제작에 참여했던 영화인 여러분에게 감사하다. 영화평론가들이야말로 나의 진실한 동료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영화를 하면서 어렵고 힘든 일이 있었지만,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도 많았다. 수많은 상을 받았지만 이 영평상이야말로 내 영화 인생의 결실을 맺는 좋은 상이라고 생각해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제비평가연맹한국본부상은 '옥자'의 봉준호 감독에게 돌아갔다. 봉준호는 대리수상소감을 통해 “‘옥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영화였다. 한국의 멀티플렉스에서 이런 저런 논란에 휩싸였다. 극장의 미래, 스트리밍의 미래 등에 나는 관심이 없다. 나는 스토리텔러이고 이미지에 집착하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영평상에서 상을 받게 돼 영광이다."고 전했다.
독립영화지원상은 다큐멘터리 ‘불온한 당신’을 연출한 이영 감독과 극영화 ‘꿈의 제인’을 연출한 조현훈 감독이 공동수상했다.
한편, 영화평론가가 뽑은 2017년 10대 영화는 ‘택시운전사’ ‘남한산성’ ‘박열’ ‘아이 캔 스피크’ ‘군함도’ ‘범죄도시’ ‘밤의 해변에서 혼자’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미씽: 사라진 여자’ ‘청년경찰’ 등이 선정됐다. (KBS미디어 박재환)
제37회 영평상 수상작(자)
▲ 최우수작품상='남한산성'
▲ 감독상=황동혁 '남한산성'
▲ 각본상='박열'(황성구)
▲ 남우주연상=설경구(불한당)
▲ 여우주연상=나문희(아이 캔 스피크)
▲ 남우조연상=유해진(택시운전사)
▲ 여우조연상=전혜진(불한당)
▲ 신인남우상=박서준(청년경찰)
▲ 신인여우상=최희서(박열)
▲ 신인감독상=강윤성(범죄도시)
▲ 공로영화인상=전조명 촬영감독
▲ 국제비평가연맹한국본부상=봉준호 감독(옥자)
▲ 촬영상=김지용(남한산성)
▲ 기술상=이후경(군함도)
▲ 음악상=류이치 사카모토(남한산성)
▲ 신인평론상=최재훈, 남유랑
▲ 독립영화지원상=이영 감독(불온한 당신), 조현훈 감독(꿈의 제인)
▲ 영평 10선='택시운전사', '남한산성', '박열', '아이 캔 스피크', '군함도', '범죄도시', '밤의 해변에서 혼자', '불한당', '미씽: 사라진 여자', '청년경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