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도 ‘tvN’도 없던 시절, 1995년에 <모래시계>라는 드라마가 SBS에서 방송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서둘러 귀가하여 TV앞에 모였다. 이른바 ‘귀가시계’라는 전설의 드라마가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23년 만에 그 드라마가 뮤지컬로 만들어진다. 24부작 드라마가 2시간 반 남짓의 무대극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30일 오전, 서울시 중구 충무아트센터 컨벤션홀에서 뮤지컬 ‘모래시계’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조광화 연출과 김문정 음악감독을 비롯해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 박건형, 최재웅, 박성환, 강홍석, 김산호, 손동운, 이호운 등 배우들이 참석했다.
드라마 ‘모래시계’는 박정희 유신정권을 시작으로, YH사건, 광주민주화운동, 삼청교육대, 전두환-노태우를 지나 슬롯머신 비리사건까지 격동의 대한민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주인공-태수, 혜린, 우석-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엇갈린 운명과 선택을 그렸다.
최민수가 열연을 펼쳤던 박태수 역에는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이 트리플 캐스팅되었다. 고현정이 연기한 여주인공 윤혜린은 김지현, 장은아, 조정은가 맡았다. 그리고, 박상원이 연기한 정의의 검사 강우석은 강필석, 박건형, 최재웅이 연기한다. 이정재가 연기했던 재희 역은 김산호, 손동운, 이호원이 트리플 캐스팅되었다.
박태수를 연기할 배우들은 최민수의 그늘에 대해 입을 모았다. 김우형은 “모래시계를 보고 배우를 하겠다고 결심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작품이다. 운명과 같은 작품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한지상은 “감히 최민수 선배님이 하신 역할을 제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자문하면서 고민을 하기도 했다. 태수의 고등학생 때 모습을 보고 결정을 하게 됐다. 태수만의 방황과 고민하는 모습이 와 닿았고, 도전하고 싶어졌다.”고 밝혔다.
최근 MBC드라마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최민수와 호흡을 맞춘 신성록은 "선배님 잔상이 있을텐데 걱정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그냥 한마디로 '그냥 너로 해'라고 하시더라“며 "제가 아무리 최민수 선배님 흉내를 낸들 그보다 잘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모래시계>하면 러시아민요 ‘백학’의 구슬픈 선율이 먼저 떠오른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드라마에 큰 일조를 했던 OST뮤직으로 알고 계신데, 그때 정서와 서정적인 부분을 그때 심금을 울렸던 멜로디를 주축을 이뤄서 현대적으로 표현하고자 고민했다.”며 "그 멜로디가 주축으로 사용될 수는 없다. 다만 향수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간간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정적 정서를 가져와 우리 무대 배우와 조화를 이룰 새 음악을 선보인다. 오상준의 곡은 복고와 현대의 조화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돌 출신의 손동운(하이라이트)과 이호원(인피니트 출신)이 보디가드 재희를 연기한다. 손동운은 “좋은 분들과 함께 돼서 영광이다. 보고 배우면서 좋은 점들을 열심히 보고 자라는 뮤지컬 꿈나무가 되겠다. 드라마도 다시 보면서 열심히 배워가고 있는 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첫 뮤지컬 도전에 나선 호야는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늘 도전해보고 싶었다”면서 “가수 활동 때에도, 드라마 연기에서도 잠깐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었다. 그래서 무대에서 긴 호흡을 가지고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대한 드라마를 어떻게 무대 위에 올릴 것인가에 대해 조광화 연출은 "드라마는 드라마고, 뮤지컬은 뮤지컬이다.“고 말문을 연 뒤 ”스토리를 압축하는 방향으로 간다. 3명의 주요인물이 펼치는 감동적인 장면을 중심으로 엮었다. 만나고 헤어지고 갈등하는 쪽으로 에피소드를 모았다"고 밝혔다.
20년도 더 된 드라마, 그리고 지금은 많은 대중문화 작품에서 알려진 역사적 이야기가 요즘 세대를 어필할 수 있을까. 조광희 연출은 "최근 '택시운전사'도 나왔다. 수많은 작품이 이미 다뤄 색달라 보이지 않을 것도 같다"면서 "송지나 작가는 ‘모래시계’를 커다란 힘이 젊은이를 지배하는 것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잘못된 힘의 시대가 청년들을 얼마나 아프게 하는지 보여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오는 12월 5일부터 2018년 2월 11일까지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