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광
[해피엔드](1999)와 [은교](2012)의 정지우 감독이 넷플릭스를 통해 [썸바디]를 내놓았다. 소셜 커넥팅 앱인 ‘썸바디’를 매개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그 개발자 '섬'과 그녀 주변의 친구들이 의문의 인물 '윤오'와 얽히며 벌어지는 섬뜩하고 찌릿한 이야기이다. 그동안 로맨틱 코미디에서 최적의 연기를 보여왔던 김영광 배우가 무서운 캐릭터 윤오를 연기한다. 지난 18일, 넷플릭스에서 [썸바디] 8회분이 동시에 공개된 후 김영광의 연기변신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김영광을 만나 넷플릭스 살인마 경험담을 들어보았다.
Q. 작품을 본 소감은.
▶김영광: “공개되는 날은 보지 않았다. 드라마 첫 방송일이든, 개봉일이든 많이 떨린다. 두 번 정도 보았는데 반응이 좋아서 기분이 좋다. 정지우 감독님과 이걸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저는 일단은 짧으면 8회, 길면 16회 푹 빠져서 연기한다. 그런데 오픈할 때는 어떻게 보실지 알 수가 없으니 긴장을 하게 되더라.”
Q. 로코에 최적화된 배우가 악역을 맡았다.
▶김영광: “인터뷰 할 때 마다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고, 악역을 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정지우 감독 만났을 때도 그런 티를 많이 낸 모양이다. 이야기 나누면서 배우로서 의욕적이었던 것 같다. 더 많은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넷플릭스 '썸바디'
Q.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김영광: “대본도 좋았지만 정지우 감독과 일하게 된다는 게 좋았다. 일하면서 감독님께 빠져 들었다. 준비단계에서부터 감독님은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항상 ‘같이 고민해 봅시다’며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작품에 반영해 주셨다. 작업하기가 즐거웠다. 감독님 처음 뵙고, 촬영 끝날 때까지 해가 두 번 바뀌었다. 중간에 짤막한 영화를 하고. 꽤 많은 시간이 주어졌기에 감사하게도 맘껏 준비해볼 시간이 있었다.”
Q. 윤오라는 악역을 어떻게 분석했는지.
▶김영광: “윤오라는 인물을 만들 수 있도록 많은 시간이 주어졌다. 어떻게 하면 이 사람이 무서워 보일까. 더 세게, 더 과도하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알 수 없는 인물을 만들 때 특징적으로 만들게 되면 오히려 안 무서워 보일 것 같았다. 작업하면서 버리는 작업을 많이 했다. ‘악한은 어떻게 보여야한다’, ‘애가 과거에 무슨 일이 있어서 이럴까’, ‘왜 그랬을까’ 같은 걸 배제했다. 그런 걸 만들지도 말고, 어떤 생각인지 알 수 없게 하여 공포감을 주고 싶었다. 촬영 쉬는 날이면 욕심 부리지 않게, 아무 생각 안 나도록 마음 편하게 가지려고 했다.”
김영광
Q. 악역을 하면서 참조하거나, 많이 본 작품이 있는지.
▶김영광:“지금 이 순간 느껴지는 것에 최대한 집중했다. 제가 의도한 연기가 아니라, 현장에서 상대방을 바라봤을 때 실제 반응이 나오도록 연기했다. 인간의 과도한 욕망을 많이 빼고, 충동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Q. 감독과는 연기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김영광: “감독님과는 오래 전부터 작품 속 장면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준비하는 동안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 신을 찍게 되었을 때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처음에 가졌던 욕심들을 버릴 수 있는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현장에서의 마음은 편안하고 즐거웠다.”
넷플릭스 '썸바디'
Q. 극중에서 쓰고 있는 안경이 독특했다.
▶김영광: “올드한 스타일의 안경을 좋아한다. 감독님 만날 때 쓰고 갔는데 ‘그 안경 쓰는 게 어때요?’하셨다. 그래서 그런 안경을 쓴 것이다.”
Q. 윤오라는 캐릭터를 체화하기 위한 노력은?
▶김영광: “처음에는 아주 거대한 사람으로 나온다. 94킬로까지 체중을 늘렸다가 3개월 앞두고 윤오가 좀 날카로 보였으면 좋을 것 같아 다시 빼겠다고 했다. 작품을 보면 점점 살이 빠져나간다. 최종적으로 72킬로까지. 윤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려고 외적인 것까지 신경을 썼다.”
Q. 정지우 감독의 폰 배경화면은 김영광 배우라는데.
▶김영광: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다. 꼭 작품 이야기가 아니어도 함께 밥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캐릭터 이야기도 하고. 감독님이 저를 믿어주시고 좋아한다는 게 느껴졌다. 어느 날 현장에서 감독님 핸드폰 배경화면이 저였다. 끝날 때까지 저를 믿어주셨다. 제 핸드폰? 저는 그냥 까만 화면이다. 감독님이 사진 찍으려면 도망가요. 왠지 모르겠어요.”
Q. 김영광 배우 연기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위험해 보일 정도였다던데.
▶김영광: “어느 순간 제 눈빛이 이상했나 봐요. 저도 연기자로서 이 인물에 가까워져 보이고 싶었다. 작품을 보시는 분이 윤오를 처음 만났을 때는 새로운 살인마를 보기를 원한다. 어떡하든 잘하고 싶었다. 너무너무 다가가고 싶었기에 최선을 다했고, 그것이 감독님 눈에는 그렇게 보인 모양이다.”
Q. ‘썸바디’에 출연하는 여배우들도 굉장한 연기를 펼쳤다.
▶김영광: “윤오는 섬(강해림)과 나오는 장면이 많다. 목원(김용지)은 세 번 정도 만났나? 그 친구들이 캐스팅되고 처음 만나 놀란 것은 시나리오와 똑같았다. 자신들의 캐릭터를 잘 알고 연기를 했다. 제가 현장에선 제일 선배이지만 저는 저의 윤오를 연기했고. 그들은 그들의 연기를 했다. 신인배우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그 친구들에게 조언을 한다거나 이런 게 전혀 필요가 없었다.”
넷플릭스 '썸바디'
Q. 로코에 나오다가 연쇄 살인마가 되는 것은.
▶김영광: “욕심이 많이 있었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너무 무서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열심히 한 보람을 느낀다. 악역을 하면서 이런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다른 장르에서도 저의 또 다른 면을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내안의 다른 것을 꺼내어 쓸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폭넓은 배우가 되고 싶다.”
Q. [썸바디]를 본 지인들의 피드백은 어떤 것이 있었나.
▶김영광: “어떤 친구는 ‘형이 맞아요?’ 물어보더라. ‘잘 봤다. 멋있었다’ 이런 게 아니라 궁금증을 이야기한다. 이전과 달리 기분이 좋았다. 내가 ‘윤오’로 보였나보다. 정말 좋았다.”
넷플릭스 '썸바디'
Q. 무서웠다는 반응은 없었나.
▶김영광: “이 작품 끝내고 쉴 새 없이 다른 작품을 했다. 휴먼 멜로를 찍었는데 [썸바디] 공개되고 나서 감독님이 연락을 주셨다. ‘4부까지 봤는데, 이거 편집해야 하는데 좀 무섭다’고. 그래서 ‘죄송합니다’ 그랬다.” (김영광 배우가 언급한 작품은 내년 3월 디즈니+를 통해 공개된 예정인 이광영 감독의 [사랑이라 말해요]이다. 김영광이 출연했던 로맨틱 코미디 SBS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의 연출자이기도 하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대사가 있다면.
▶김영광: “섬과 처음 만났을 때이다. 대사도 대사지만. 그 오묘한 상황이라니. 서로의 눈 맞춤. 보고나서는 정말 ‘와, 감독님은 계획이 있었구나’ 감탄을 했다. 연기를 하면서 그 오묘한 감정을 느꼈었다. 연필깎이와 칼날 중 하나를 고르라고 했을 때 윤오의 마음이 복합적이며, 섬뜩함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그 씬을 찍을 때가 제일 마음에 남는다.”
Q. 그 장면(연필깎이냐 칼날이냐)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김영광: “취향을 알아보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거냐 저거냐를 선택한다고 해서 뭐가 잘못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섬이 ‘저는 완벽하게 흉내 내며 사는 거’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윤오가 확 넘어오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섬에게 가까워지고 싶고, 그 취향을 물어본 것이다. 너무 오묘해서 그의 운명이 달라지는 것이다.”
김영광
Q. 노출 장면에 대해 부담은 없었는지.
▶김영광: “열심히 했다. 그런 씬들 자체도 작품 안에 녹아있어 좋았다. 배우로서 해 볼만하다고 생각했다. 감독님이랑 상대 여배우랑 셋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마음의 준비란 게 필요하니. 최대한 정성을 들여서 찍어야했다. 준비부터 완성이 될 때까지 어떻게 찍는 것이 [썸바디]에 가장 잘 어울릴까를 계속 이야기했다. 감독님을 잘 따라간 것 같다.”
Q. ‘다정한 살인마’라는 설정을 표현하려면.
▶김영광: “하다 보니 생긴 마음인 것 같다. 사람의 내면에는 많은 것이 존재한다. 그 중 아주 작은 부분이지만 캐릭터를 만나 확장시킨 것이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런 마음들이 있다는 거다. 그것이 주는 행복감. 다양한 캐릭터의 시각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Q. 순간순간 섬뜩해질 때가 많았다.
▶김영광: “1화의 마지막 장면에 제가 아디이어를 내고 찍은 게 있다. 욕실 신. 임팩트가 세잖아요. 대본에는 ‘욕실에서 사람을 해(害)한다’ 이렇게 되어 있는데, ‘이렇게 만들어서 하면 어떨까요?’라고 구체적인 모양을 만들었다. 감독님이 좋아하셨고, 완성된 것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만들어보는 재미가 있구나. 내가 상상한 게 현실로 보이니까 기분이 좋더라. 윤오라는 인물이 기존에 봐 왔던 살인의 방식이 다르길 바랐고, 모양세가 만화적이긴 하지만 그렇게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던 것이다. 뿌듯했다. 저는 나름대로 윤오로서 멜로를 했는데 섬뜩했고, 무서웠던 모양이다.”
Q. 윤오의 행동을 나름 분석하자면.
▶김영광: “내 생각으로는 이 사람은 첫 살인 이후 꿈을 꿨다고 생각한다. 자기가 어떠한 사람이 되었고. 그 범주를 넘었다고 생각하면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살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만든 완벽한 세상에 올라갔을 때 섬을 만나게 되고, 섬을 만났을 때 윤오는 그게 첫사랑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Q. 로코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가 이런 역할을 맡으면 앞으로 연기를 할 때 방해 요소가 되지 않을까.
▶김영광: “장애가 된다는 생각은 안한다. 욕심 같아서는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고, 나의 필모에 더 다양한 장르를 채우고 싶다.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다. ‘연쇄살인마’ 등 어떤 캐릭터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작품을 만나면 최선을 다하고 싶다. 더 많은 작품에 나오고 싶고, 더 나아가 끊임없이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게 꿈이다.”
Q.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김영광: “저는 [신세계]를 좋아하는데 이정재 선배가 연기한 이자성 같은 캐릭터를 하고 싶다. 느와르, 멜로, 정통 멜로도 해보고 싶다. 유아인 배우가 나온 [소리도 없이] 같은 그런 독특한 작품도 해보고 싶다. 저를 어느 한 모습으로 특정 짓지 않았으면 한다. 작품을 통해 좋은 분들 만날 수 있고,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가 안 좋을 때도 있지만 말이다.”
넷플릭스 '썸바디'
Q. 배우로 영화에 참여하는 기쁨.
▶김영광: “만들어가는 기쁨이 있다. 감독과 이야기하고, 모니터 보면서 윤오를 만들어가는 것이 재밌다. 감독님이 말한 캐릭터의 그늘 같은 것을 연기로 표현해 내고 싶다. 공개되고 나서 ‘내가 저랬나?’ 싶은 장면도 있다. 감독님께 문자로 ‘감탄했고, 잘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감독님은 다 계획이 있구나 생각했다. 배우는 매 장면 집중하고, 다음 장면 준비하는데, 완성본을 보니 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Q. 김영광 배우의 연기의 원동력은?
▶김영광: “하고 싶은 작품을 만나면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이 드라마, 이 작품에 대해 내가 하고 싶은 방향으로 캐릭터를 조금씩 쌓아 가면 기운이 난다. 내가 정말 달리는구나 생각이 든다. 연기를 하면서 밤을 새는 경우도 꽤 있다. 체력이 부족하구나. 힘들다고 느끼는 것 같다.”
“다 보신 분들, 아직 안 보신 분들. 꼭 두 번 정주행 해주세요. 두 번째 보고 나면 다른 면들도 많이 보일 것이다. 대본을 보고 알고 있었지만 새로운 시각으로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사진=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