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하 50도 극한의 땅 캄차카, 그 곳에 광복 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조선인 노동자가 있다. 이들의 소원은 죽어서라도 고향 땅에 묻히는 것. 그들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 다큐멘터리 <고향이 어디세요>에 담겼다. 정수웅 감독이 20년을 버티며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40년 동안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장인 정수웅 감독의 다큐멘터리 <고향이 어디세요>가 20년이 넘는 제작기간 동안 집요하게 기록한 그의 뚝심 있는 연출 스타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향이 어디세요>는 혹한의 땅 캄차카 반도에 사는 조선인 노무자들의 애환과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정수웅 감독은 <한국의 재발견>이라는 TV 다큐멘터리로 데뷔하며, 이후 1977년작 <초분>으로 다큐의 노벨상이라는 골든 하프상을 타면서 주목을 받았다. 4년 연속 방송대상을 수상하며 방송계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던 그는 당시 5공 출범과 함께 전두환의 전기 다큐멘터리인 ‘황강에서 북악까지’를 연출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에 반발하여 KBS에 사표를 낸다.
독립 후 85년부터 <동아시아 격동 100년사>, <110년만의 추적, 명성황후 시해 사건> 등 4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연출하며 왕성하게 현장을 누비던 그는, 캄차카에 사는 조선인 노무자들의 비극적인 삶을 목격하고 연출을 결심하게 된다. 이후 근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이들의 삶을 치열하게 기록하며 <고향이 어디세요>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현대 다큐멘터리는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극 영화적 연출 요소를 차용한다. 하지만 정수웅의 연출 스타일은 인물과 사건에 개입하지 않고 철저하게 관찰자의 시각에서 기록한다. 이는 그가 다큐멘터리가 기록 매체로서 가지는 객관성과 진실성에 주목해서 연출 스타일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한 명 한 명의 개인사를 카메라에 담으며 궁극적으로 이들을 통해 우리의 가슴 아픈 현대사를 밝히고자 노력해 왔다.
40년 내공의 다큐 장인 정수웅 감독의 다큐멘터리<고향이 어디세요>는 11월 9일 개봉하여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KBS미디어 박재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