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방방곡곡에 초고속 인터넷 회선이 깔리고, 모두의 손에 모바일이 쥐어지면서 사이버범죄, 디지털성범죄가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쩌면 호기심으로, 유혹으로 시작된 몰카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범죄가 된다. 여기 그 생생한 현장이 있다. 오늘(23일) 개봉하는 영화 [유포자들]이다. 도유빈(박성훈)은 어느 날 클럽에서 기억을 잃고 다음날 소파에서 깨어난다. 핸드폰은 사라졌고, 협박전화가 걸려온다. 무슨 일이 벌어졌고, 폰에는 무엇이 저장되어 있었을까. 오늘 극장에서 먼저 선을 보이고, 드라마스페셜의 TV시네마 작품으로 12월, KBS 2TV와 OTT 웨이브에서도 공개될 예정이다. 공개를 앞두고 극중 사이버범죄의 가해자이며 피해자인 박성훈 배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박성훈 배우는 유쾌하다!
Q. 개봉을 앞두고 시사회를 가졌었다. 작품을 본 소감은?
▶박성훈: “지난여름 고생하며 찍었는데, 완성된 것을 보니 뿌듯하다. 시사회 앞두고 감독님이 굉장히 엄살을 부렸었다. 나보다 ‘나쁘게 나오더라도 화내지 말라’고. 그래서 기대감을 내려놓고 봤는데, 굉장히 만족한다. 타이틀에 제 이름이 오른 것은 처음이라 책임감을 느끼고, 최대한 홍보를 펼칠 예정이다.”
Q. 출연제의가 왔을 때, 시나리오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었나.
▶박성훈: “3년 전에 출연했던 KBS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 딸]의 홍석구 피디가 이 영화의 감독이다. 그 드라마는 시청률이 좋게 나왔고, 사랑을 많이 받았었다. 감독님과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신뢰도가 높다. 시나리오를 굉장히 흥미롭게 봤었다. 흡입력 있는 글이었다. 출연 안할 이유가 없는 작품이었다. 보자마자 하겠다고 그랬다.”
Q. TV에서도 공개될 것인데, 극장에서 봐야하는 이유가 있다면.
▶박성훈: “글쎄. 내 경우에는 확실히 극장에서 보니 더 집중이 되더라. 집에서는 핸드폰 봤다가, 세탁기 꺼려 갔다가 하면서 집중이 덜 된다. 그러면 감정선을 놓치게 되고, 중간에 꺼버릴 수도 있으니.”
Q. 촬영 중 가장 어려웠던 장면은?
▶박성훈: “아, 산에서 뒤엉켜 싸우는 장면. 샤워할 곳이 마땅찮은 공동묘지에서 찍었다. 대강 씻고 차를 탔던 기억이 난다.”
Q. 극중 도유빈의 행동에 공감이 가는지.
▶박성훈: “사실 공감할 수 없다. 불법 영상물을 촬영한 것도 그렇고, 결혼을 앞에 두고 클럽에 간다는 게. 관객과 시청자들이 쉽사리 납득을 해줄까. 고민을 많이 했다. 최대한 공감을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Q. 시나리오에서 특이 흥미롭다고 생각한 것이 있는지.
▶박성훈: “개인적으로 원톱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한다. 주인공 한 명을 쫓아가는 방식 말이다. [터널]이나 [더 테러 라이브], [끝까지 간다] 스타일의 영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내 제 손에 들어온 것이다. 고민 없이 출연했다. 이번 작품에서 130신 중 100신 정도에 나온다.”
Q. 완성된 작품에 만족하는지.
▶박성훈: “만족한다. 저도 최선을 다했고, 감독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속도감 있게, 100분 분량의 콤팩트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Q. 홍석구 감독과는 어떤 이야기를 주로 나눴나.
▶박성훈: “촬영 때는 디테일한 이야기는 많이 나누지 않았다. 준비하면서, 대본 리딩을 많이 했었다. 그 때 열띤 토론을 하며 수정을 많이 했었다. 기획할 때부터 디테일하게 의견을 많이 나눴다. 내 의견을 많이 들었다.”
Q. 영화 제작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박성훈: “가능하다면 나중에 해보고 싶다. 그러기엔 제가 넘어야할 산이 많을 것이다. 돈도 많이 들어가고.”
Q. 소재가 가볍지 않다. 작품 수위도 상당할 수 있고. 그런데, KBS 드라마이다.
▶박성훈: “사실, 현대인에게 휴대폰은 떼어낼 수 없는 물건이다. 편리하기도 하지만 공포스러운 상황을 갖고 올 수 있다. 실제로 사건도 많고. 하지만 결국 이 작품은 KBS에서 방송해야 하니 제약이 따를 것이다. 대사 단어나 노출 수위, 흡연 장면 등. 매 신 감독님과 상의를 해가며 찍은 것 같다. KBS에서 방송되다보니 민감한 상황이 있다. 운전 장면에선 안전벨트 꼭 차고 운전해야 하고. 그런 제약이 있었다.”
Q. 극중 절친 공상범을 연기한 송진우 배우와의 연기 합은 어땠나.
▶박성훈: “그 친구가 원래 성격이 쾌활하다. 서로 동갑내기라서 친하다. 가끔 연락하는 친구였는데 이번 작품으로 엄청 연락한다. 매일 카톡하고 통화한다. (김)소은 씨도 친해져서 세 명이 자주 만난다. 어제 [아는 형님] 녹화를 했는데 굉장히 즐거운 분위기였다. 오랜 친구 같다.”
Q. 영화에서 다룬 내용 중 공감이 가는 지점이 있었다면.
▶박성훈: “휴대폰이 정말 중요하구나. 이걸 잃어버리면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 배터리가 떨어져 한두 시간만 못 써도 답답하다. 스마트워치와 연동해서 쓰는 기능이 참 마음에 든다.”
Q. 최근 서비스가 먹통이 되어 불편했었다.
▶박성훈: “아, 불편했다. 하지만, 저는 카카오 산하 매니지먼트에 소속되어 있다. 험담을 할 수 없습니다. (하하하)”
Q. 극중에서 고등학교 선생님으로 나온다. 학교 다닐 때 연극반 같은 것 했는지?
▶박성훈: “외고(과천외고) 다녔었다. 써클 활동은 연기반이 아니었다. 한식조리부를 했었다. 음식 만들고 먹고, 맛집 찾아다니고 그랬다. 지금도 먹는 것 좋아한다.” ([신상출시 편스토랑]에서 연락 오지 않는가?) “드라마 [출사표] 때 연락 온 것 같은데, 스케줄이 있어서 못 했다. 나갈 의사는 있다.”
Q. 드라마를 찍었고, 영화를 찍었다. [유포자들]은 ‘TV시네마’라고 말은 한다. 직접 작업에 참여해 보니, 매체의 차이를 느끼는지.
▶박성훈: “최근 들어 OTT가 강세를 띄며 장르가 많이 무너졌다. TV용 영화라는 것도 등장했고. KBS가 유의미한 도전을 하는 것 같다. 새로운 장르로 적절한 결과물이 나온 것 같다. 영화와 드라마의 중간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찍는 속도를 비교하면, 영화는 차분하게 여유 있게 찍는다. 드라마는 촉박하게 찍는다. [유포자들]은 그 중간 템포였다. 아, 그리고 영화에서는 의상니나 분장을 영화팀에서 하는데, 드라마는 샵에 가서 정리한다. 이번에 헤어메이크업의 경우 우리가 했다. 정말 중간 지점의 작업 같다.”
Q. 지난 달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지옥만세]라는 작품으로 참석했었다.
▶박성훈: “오랜만에 스크린에 내 얼굴이 나오게 되어 기뻤다. 제가 출연한 영화가 아니더라도 영화 볼 때 상영관불이 꺼지고, 투자사와 배급사 타이틀이 뜨고 영화가 시작될 때 설렌다. 개인적으로는 영화학도일 때부터 지금의 청담CGV에 포스터가 걸려 있는 걸 보면서 언젠가는 내 얼굴이 걸리길 학수고대했다. 이번 부국제 GV때 팬클럽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영화제 개막식 행사부터 7박 8일 부산에 있었다.”
Q. 부산에 7박8일이나 있었다니. 영화는 많이 즐겼는지.
▶박성훈: “영화보다 영화제를 즐겼다. 이것저것 하느라. [지옥만세]를 3번 관람했다. 지인분들이 많이 내려왔다. 매일 파티하고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영화행사에 참여했다. 작년에도 부산(영화제)에 갔었다. 작품 때문에 간 건 아니고, 그냥 놀려. 제작자 대표님이 요트를 태워주셨다. 처음 타는 것인데 황홀했다. 그래서 이번에 [지옥만세] 팀에게 요트를 태워줬다. 50분 빌려! 요트 승선의 맛만 본 셈이다. 그래도 샴페인 마시고, 준비해간 불꽃놀이하고, 사진 찍고 그랬다. [지옥만세]는 영화제를 통해 소개된다. 내달 서독제(서울독립영화제)에서도 상영된다. 아마 내년 가을 쯤 개봉될 것 같다.”
Q. 시나리오 볼 때 어디에 끌리는지.
▶박성훈: “재미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읽고 내가 흥미를 느끼느냐, 공감이 가느냐이다. 캐릭터는 두 번째 이고. 작품이 좋다면 내가 맡은 캐릭터가 처지더라도 기꺼이 참여한다. 상업적인 재미가 중요할 것이다. 저는 제가 철저히 상업적인 배우라 생각한다.”
Q. 개봉을 앞둔 소감.
▶박성훈: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되었다. [유포자들]은 극장, TV, OTT를 통해 공개된다. 많은 관객들이 봐주시기를 기대한다. 작품 의도와 주제가 잘 전달되기를 바란다.”
Q. 다시 거론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작년 초 SBS에서 방송 2부 만에 폐지된 드라마 [조선구마사]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박성훈은 태종의 장자이자, 왕세자를 포기한 양녕대군을 연기했다)
▶박성훈: “개인적으로 제 자신을 뒤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전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콘텐츠를 창작하는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좀 더 무게감 이는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 책임감도 느낀다.”
Q. 아직도 주말드라마에 출연한 배우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박성훈: “성훈이라는 이름이 흔하다보니. [하나뿐인 내편]의 장고래로 기억하신다.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해 주셔서 고맙다. 날 기억할 명칭이 생겨 감사하게 생각한다. KBS 주말드라마의 파급력이 있다. 거쳐 갈 코스인 것 같다. 새로운 드라마 콘텐츠에 도전하고 있다. ‘박성훈’이란 이름은 너무 흔하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한 50명 쯤 나온다. 그래서 성(姓)만이라도 바꿀까? ‘탁성훈’같이. 그러지 말고, 내 이름을 더 알리자. 세 글자를 정확하게 기억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Q. 드라마, 영화 전에 연극에 꽤 많이 출연했었다.
▶박성훈: “그 때 오디션 참여기회가 없어서 2~3년 허송세월했었다. 너무 답답했었다. 제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연극무대였다. 학교에서 연극할 때 ‘커튼콜’의 짜릿함을 기억한다. 대학로에 가자고 생각한 것이다. 2년제 나와 많은 깨달음을 얻었다. 대학로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때 활동이 자양분이 된 것 같다. 대학로 배우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종종 연극 보러 간다. 대학로에 많은 동료가 있다. 최근 뮤지컬 ‘렛미플라이’와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공연을 봤다.”
Q. 데뷔 15년이다. 연기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박성훈: “일상적인 연기를 할 때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고 싶다. 그렇지만 장르적이 작품을 만났을 때는 전작과는 완전히 달라진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같은 악역을 하더라도 완전 다른 사람인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천문]을 할 때 한석규 선배님이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많이 배웠고, 공감한다. 그때 가슴에 남은 것은 ‘음악을 연주하듯이 연기하고 싶다’고 하더라. 연기를 할 때 기승전결, 음의 높낮이가 있듯이, 물 흐르듯이 연기하고 싶다고.”
(아, 최근에 [데시벨] 개봉 앞두고 김래원 배우가 한석규 선배와 통화 이야기를 하던데, 혹시 한석규 배우 연락하는지?) “김래원 배우는 각별하기만, 저는 전화번호를 모릅니다.” (순간 폭소!)
“영화 찍을 때 대기시간이 많다. 한 선배가 그때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마지막 촬영 때도 철수하면서도 이런 저런 이야기해 주셔서 울었다. 너무 감사해서. 그런 선배님을 예능에서 성대모사를 하다니. 방송 보시고 언짢아하지 않으셨으면. 귀엽게 봐주세요.” (이건 본의 아니게, 모 예능프로그램 스포가 되어버렸다!)
"올해도 열심히 달려왔다. 넷플릭스 '더 글로리' 촬영을 끝냈고, '선산'과 또 다른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다. 내년에 많은 작품이 공개될 예정인데 기쁘고 설렌다. 내년에도 바쁠 것 같다"며 인터뷰를 끝냈다.
KBS 드라마스페셜2022 -TV시네마로 제작된 홍석구 감독의 [유포자들]은 오늘(23일) CGV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와이드릴리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