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처음 무대에 올랐던 뮤지컬 <서편제>가 2012년, 2014년에 이어 이번에 4번째 시즌 공연을 진행 중이다. 이자람은 초연 때부터 줄곧 송화를 연기하고 있다. 다른 뮤지컬에는 한 번도 출연한 적이 없지만 뮤지컬계에서 이자람의 명성은 자자하다. 국악인 출신으로, 전문 소리꾼으로 서편제의 한(恨)과, 송화의 삶(生)을 그 누구보다도 절절하게, 치명적으로 뱉어내고 있으니 말이다.
17일 오후,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는 <서편제> 공연에 맞춰 이자람의 매체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이자람은 이런 매체 라운드 인터뷰가 데뷔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4살 때 아버지와 함께 ‘내 이름 (예솔아)’를 불렀던 이자람. 국악 꿈나무로 무럭무럭 자라 만 19세에 최연소로 '춘향가'를 완창한 국악인이다. 네 번째 송화를 연기할 만큼 <서편제>의 절대적 존재이다. 뮤지컬 서편제와 함께 아마도이자람밴드의 보컬이자 또 '서천가'와 '억척가'를 만든 공연예술가이다.
판소리를 전공한 이자람은 서편제를 하는 이유는 특별하다. “제가 계속 판소리라는 동네에만 사느라 매너리즘에 빠질 때, 삶을 다시 환기시키고 소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게 한 커다란 놀이터"라고 말했다
극중 송화를 보는 시각도 남다르다. 눈이 멀어도, 이른바 ‘득음’을 하기 위해 생을 철저히 희생하는 송화를 객관적으로 바라본다. "송화가 추구한 소리 같은 대상이 제게는 없다. 저는 그렇게까지 소리를 찾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소리꾼이 애타게 찾는 ‘득음’에 대해서도 쿨하게 받아넘긴다. “모든 소리에는 개인 차가 있다. '훌륭한 소리'라는 표현 아래 서로를 가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득음이란 단어도 안 좋아한다. 그 단어는 소리하는 사람들을 짓누르는 것만 같다"고 덧붙였다.
9분 이상 이어지는 <서편제>의 하이라이트 ‘심청가’ 대목이 나오자 이자람은 "심청가보다 뮤지컬 넘버인 '살다 보면'을 부를 때가 가장 긴장 된다"고 밝혔다. 그리고 아버지 유봉이 죽은 뒤 부르는 '부양가'를 부를 때 가장 힘이 들어간다고 한다. “비교적 전통 음악 색채가 강한 곡이라 힘주는 게 아니라 송화의 감정이 극한에 달했을 때라 자연스레 발뒤꿈치부터 힘이 들어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소리꾼답게 “흉성을 주로 쓰는 판소리와 두성을 주로 쓰는 뮤지컬의 특성을 고루 반영하기 위해 공연 30분 전에 전신을 이완하는 요가를 한다.”고 나름대로 소리 집중법을 밝힌다.
이날 ‘송화’ 이자람이 밝힌 서편제의 ‘한’은 새롭다. "판소리가 한이라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판소리에는 '쾌(快)'가 있다. 일종의 유머 같은 재치와 즐거움이 있다.“고 강조한다. '서편제'에서도 송화와 동호가 함께 북 치고 노래하고 아리랑을 흥얼거리며 산길을 걷는 행복한 장면이 떠오른다.
다시, 득음과 한. 이자람은 눈까지 멀어가며 소리를 완성하는 것은 송화 나름대로의 욕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제가 생각한 송화는 아버지 때문에 눈이 멀지 않았어도 '심청가'의 소리를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자람은 <서편제> 말고는 뮤지컬에 출연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대신, <서편제>가 끝나면 한동안 뒤로 미뤄둔 밴드 음악, 판소리 공연, 연극 준비로 창작스케줄이 꽉 차 있다.
4번 째 무대에 오르는 <서편제>에 대해서는 “이번 공연이 ‘동호’의 이야기가 가장 정리가 잘 됐다는 평을 많이 받고 있다. 유봉, 송화, 동호 셋의 음악 인생이 같은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저도 ‘서편제’라는 작품의 톱니바퀴 중 하나라고 생각하니 뿌듯하다.”고 말한다.
톱니바퀴가 된 이자람의 ‘서편제’는 11월 5일까지 서울 신사동 광림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