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래원 배우가 <가장 보통의 연애>이후 3년 만에 액션영화로 돌아왔다. 황인호 감독의 <데시벨>이다. 김래원은 극중에서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한라함’의 부함장(부장) 강도영 중령을 맡았다. 원양작전을 무사히 마친 뒤 귀항하는 중 뜻밖의 사고를 당한다. 그리고 1년 뒤, 그의 운명을 뒤흔들 사건이 벌어진다. 엄청난 시한폭탄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김래원에게 그날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개봉을 앞두고 김래원 배우에게서 <데시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는 말에 “장르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초조함, 긴장감이 많은데 그런 영향을 많이 받은 모양”이라고 말한다.
Q. 이번 작품에서 내내 뛰고 구르고 몸을 혹사시킨다. 액션 준비는 많이 했는지.
▶김래원: “고생을 했다. 시나리오 처음 봤을 때부터 과장되지 않게 극의 흐름을 따라가면 되겠구나, 그걸 중점적으로 생각했었다. 글로 봤을 때는 재밌었다. 이게 영상으로 만들어졌을 때 관객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갈 수 있게 연기해야한다. 관객이 강도영의 시점으로 따라오도록. 다른 배우와의 호흡과 연기 밸런스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Q. 영화 후반부에는 그야말로 상황이 휘몰아친다. 어떤 감정이 들었는지.
▶김래원: “대부분의 사건은 딱 하루 동안에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과거(1년 전)의 이야기도 나오지만 후반부가 무겁고, 함부로 말하기가 조심스러운 이야기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작품을 하면서 내가 맡은 역할과 캐릭터가 빛나는 연기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극이 좋아 보이게, 스토리가 빛나게 하는 연기를 하고 싶었다.”
Q. 배우로서 작품에 임하는 자세에 변화가 있는 것인가.
▶김래원: “배우로서 중요한 이야기이다. 연기를 꽤 오래 했다고 생각하는데 이제야 개인에 대한 부분을 좀 내려놓고, 작품 전체에 대한 비중을 생각하게 된 것 같다. 능숙하지는 않았지만 <데시벨>에서는 조금 뜻대로 된 것 같다. 자연스러운 변화일 것이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모든 배우가 극에서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 캐릭터로 완벽한 연기를 하느냐. 스토리에 맞는 연기를 하느냐. 극에 도움이 되는 연기를 위해서는 같이 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이 중요하다. <데시벨>은 처음부터 제 시점으로 제가 끌고 가는 영화인데 극중에서 많이 부딪친다. 이 영화를 시작하면서 매니저에게 부탁한 것이 있다. 이 영화는 이종석 배우의 역할이 살아야 전체 영화가 살아난다고. 내가 중간에 잊어버리면 일깨워달라고 이야기했다. 둘이 같이 나오는 장면이 아니더라도, 나에게 무게감이 실리더라도, 그 폭탄과 사건을 설계하는 것은 이종석 배우이다. 내가 강해질수록 그 사람은 더 강해지는 구성이다. 그 부분까지 감독과 이야기했다.”
Q.현장에서 달라진 것이 있는지.
▶김래원: “달라졌다. 물론 작품의 장르마다 다른 것 같다. 이전까지는 ‘내가 이렇게 연기할 테니 이렇게 맞춰주세요’였다면 지금은 흐름을 보는 것 같다. ‘이종석 배우는 연기를 저렇게 하네’ 지켜본다 그리고 그 흐름에 맞춰 적절한 리액션을 생각한다. 과하지 않게. 그 상황에서 내가 ‘확~’ 지르면 연기적으로 빛날 수 있지만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
Q. 아마 잠수함 내에서 생사를 가르는 제비뽑기 장면에서 그런 점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김래원: “잠수함에서의 감정 신에 대해서는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리액션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잠수함 승조원들과 호흡이 중요하다. 실제 잠수함에서 근무하는 그들은 꽤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을 것이다. 그래서 촬영 들어가기 전 잠수함에 등장하는 배우들과 만났다. 그렇게 부함장(부장)의 역할을 만들었다. 다들 중요한 역을 맡았고, 자신의 몫을 해 나갔다. 내가 잠수함 책임자이니 날 믿고 따라준 것 같다. 한 컷 나온 배우까지 다 만족스럽게 연기했다.”
Q. 액션 장면이 많다. 수중 액션도 있고.
▶김래원: “수중 장면 중, 수영장 신이 잘 나온 것 같다. 그것은 같은 시간대에 발생하는 또 다른 상황인 놀이터 폭탄 신을 맡은 와이프(이상희)의 연기가 좋아 긴장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감독님도 걱정을 많이 했다. 시나리오에서는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실제 물속은 어떨지. 맥락만 가지고 수중 씬을 찍었는데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다. 글이나 콘티대로 했다면 방해가 되었을 것이다. 놀이터 상황과 교차가 되니까 지금처럼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Q. 해군 제복이 멋있어 보인다.
▶김래원: “제복이어서 연기가 조금 불편한 점이 있었다. 의상팀이 핏이 중요하다고 해서. 보기엔 같아 보여도 옷이 조금씩 달랐다. 액션할 때, 뛸 때, 더울 때 식으로. 상황에 맞게 준비된 옷을 입고 연기했다. 핏이 멋있게 나오긴 했다. 작품에 영향을 준 것 같다.”
Q. 액션을 대부분 실제 소화했단다. 특히 액션에 욕심이 난 부분은.
▶김래원: “액션은 전문적인 액션팀이 맡아야 좋게 나온다. 배우로선 부상의 염려도 있고, 동작의 디테일함까지 살릴 수 있으니. 하지만 선택의 문제이다. 저는 예민하고 디테일한 편이다. 액션에서도 감정이 느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액션팀이 보여주는) 화려함이냐 (연기자의) 진정성이냐 선택하는 것이다. 마지막 종석과 싸우는 씬은 감정이 들어가야 하는 장면이다. 인물이 보여주는 분노가 있다. 액션팀은 화려하게 찍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난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봤다. 자동차로 질주하는 장면도 마찬가지이다. 크로마키 CG로 촬영해도 상관없을 것이다. 얼굴도 잘 안보일 테니. 하지만 직접 해냈다. 끝나고 보니 범퍼가 다 떨어지고, 불꽃이 튀고 그랬다.”
Q. 배역에 대해 말해 달라.
▶김래원: “시나리오를 볼 때 내가 오대오 역을 해도 될 것 같다고 그랬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다른 배역 캐스팅이 어려울 것이라고 감독님이 말하셨다.”
Q. 이종석 배우에 대해
▶김래원: “시나리오 리딩도 같이 하고, 현장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연기열정이 많다. 감독님이 ‘오케이’했는데 나보고 어땠냐고 묻더라. 아쉬워하더라. 같은 배우지만, 아무리 후배여도 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럽다. 종석이가 워낙 잘하고 있는데 계속 물어보아서 ‘한 번 더 할 의향은 있어?’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더 적극적으로 ‘어떤 부분이요?’라고 물었다. 두루뭉술하게 이야기했는데 자기식대로 유연하게 연기를 해낸 것 같다. ”
Q. 지금 돌아보면 연기자로서 어디까지 온 것 같나.
▶김래원: “잘 모르겠다. 6-7정도. 어쩌면 내겐 7이 끝일 수도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오랜만에 한석규 선배랑 전화통화를 했었다. ‘너 제일 좋을 때다. 넌 재능이 많고 훌륭한 배우야. 이제 시작이다. 지금까지는 연습이야.’라고 말씀해 주시더라. 배우로서 앞으로 할 게 더 많구나.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Q. 작품을 고를 때도 캐릭터보다 전체를 보는가.
▶김래원: “꼭 그렇지는 않다.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처음 봤을 때는 고생만 할 것 같고, 힘들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오대오는 재밌게 할 것 같았다. 이종석 배우가 맡은 역할도 좋았다. 배우 입장에서는 강도영이 내내 뛰어다니고 임팩트가 없는 게 눈에 보이니까. 그런데 다들 부함장 역할을 해주기를 원했다. 처음 시나리오에서는 부함장의 이미지는 처음부터 냉철했다. 그렇게 각 잡힌 모습으로 나오면 1년 후에 보일 모습은 더 무거워질 것 같았다. 너무 어두운 모습으로 간다면 극이 딱딱할 것 같았다.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1주일 쯤 뒤에 시나리오가 다시 나왔다. 조금 내추럴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래서 정상훈 배우와도 자연스럽게 연기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Q. 영화가 곧 개봉된다. 흥행에 대한 기대는?
▶김래원: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극장에 관객이 너무 없다. 이번 작품 하면서 주인공으로 작품을 이끌어야하는데 부끄러운 신도 있다. 영화를 찍으면서 (정)상훈이 형한테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옆에 계속 있으니. 전체 흐름을 봐달라고 조언을 많이 해주었다.”
김래원과 함께 이종석, 정상훈, 박병은, 이상희, 조달환, 차은우 등이 출연하는 영화 <데시벨>은 지난 17일 개봉했다.
[사진=마인드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