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호 감독 - 영화 '데시벨'
황인호 감독은 충무로에서 잔뼈가 굵은 시나리오 작가 출신이다. 공포와 코믹을 버무린 ‘시실리 2Km'(2004)을 비롯하여 ’도마뱀‘(2006), ’두 얼굴의 여친‘(2007)의 각본을 쓴 뒤 2011년 ’오싹한 연애‘(2011)로 감독 데뷔를 했다. 2014년 이민기, 김고은 주연의 ’몬스터‘이후 무척 오랜만에 새로운 영화로 돌아왔다. ’사운드 테러 액션‘이라는 독특한 컨셉의 스릴러 ’데시벨‘이다. 감독을 만나 ’사운드테러액션‘의 스릴에 대해 물어보았다. 영화는 16일(수) 개봉했다.
Q. 테러액션 영화이다. 처음에 어떻게 이 영화를 생각했는지.
▶황인호 감독: “폭발물에서 시작하게 된 영화이다. 소리에 반응하는 폭발물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울 것이다. 그리고 어릴 때 즐겁게 놀았던 수영장 생각을 해보았다. 중간에 10분 정도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얼른 다시 물에 뛰어들기 위해 안달이 나 있다. 호루라기 소리에 물로 달려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걸 합치면 긴장감이 더 생긴다. 주인공 입장에서는 폭발물을 제거하기가 힘들 것이다. 그런 폭탄을 누가, 왜 만들었을까. 빌런을 그렇게 만들고, 그에게 합당한 사연을 꾸몄다.”
Q. 축구 경기가 열리는 경기장 신은 어떻게 찍었는지.
▶황인호 감독: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찍었다. 제한된 시간에 찍어야했다. 보조출연자 동원하고, 콘티를 세밀하게 짰다. 사전에 경기장 구조를 잘 익히고, 동선을 충분히 챙겼다. 동영상 콘티까지 만들었다. 화면에 안 보이는 장면은 디지털로 처리했다. 경기장 측에서 협조를 잘 해주어서 무사히 촬영했다.”
Q. 촬영 중 힘들었던 지점은.
▶황인호 감독: “일단 사고가 생기면 안 된다. 코로나에 절대 주의해야했다. 보조 출연자 중에라도 확진자가 생기면 안 되었다. 나머진 하늘에 맡겼다. 계획대로 다 찍은 것 같다. 김래원 씨가 리더십을 발휘하여 많은 도움이 되었다. 김 배우는 백신을 맞은 다음날 뛰는 장면을 찍었다. 혼신을 다해 주었다.”
영화 '데시벨'
Q. 김래원의 제복이 일단 멋있다.
▶황인호 감독: “제복뿐만 아니라 구두까지 풀 장착했었다. 현장에서는 카메라가 여러 대 돌아간다. 운동화라도 신기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대역을 할 수도 없었다. 래원씨는 본인이 다 하겠다는 주의라. 투혼을 발휘해서 구르고 뛰고 넘어지고 그랬다. 김래원 배우의 리더십과 강인한 정신력이 많은 도움이 많이 되었다.”
Q. 오랜만에 스릴러로 돌아왔다.
▶황인호 감독: “원래 다른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멜로인데 김래원 배우가 그 시나리오를 잘 봤었고 그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진행이 잘 안되었다. 다른 작품, 또 다른 작품을 준비했지만 그것도. 그러다나 네 번째 작품에서 김래원 배우랑 만나게 된 것이다. 그게 <데시벨>이다”
Q. 김래원의 멜로? 언젠가는 찍겠다.
▶황인호 감독: “판타지멜로이다. 눈물이 주룩주룩 나는 슬픈 이야기이다. <몬스터> 다음에 구상했던 것이다. 처음부터 그 이야기를 끌고 가기 위해선 래원 씨가 꼭 필요했다.”
Q. 영화를 처음 보고는 이종석 캐릭터의 분노, 적개심에서 천안함에 희생된 군인에 대한 어떤 평가에 대한 분노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런 의도가 있는 것인가?
▶황인호 감독: “그건 아니다. 이 영화의 시작은 ‘소리에 반응하는 폭탄’이라는 설정이었다.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폭탄이 등장하고, 그걸 누가 만들었을까. 그런 것 만들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올라가다보니 군인이었고, 최악의 상황에 몰린 사람이 선택을 해야 했다. 최악의 테러를 생각했을 때 잠수함이라는 공간이 떠올랐다. 그 잠수함 안에서 서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단지 배경, 장식으로만 등장하는 공간이 아니다.”
Q. 잠수함 신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황인호 감독: “열심히 준비했다. 4천 톤급 이상 크기의 잠수함에 대해 자료를 어마어마하게 준비했다. 골격은 원래 있는 세트를 활용했다. 제작비를 세이브하기 위해서. 기본 골격을 가져와서 하나하나 뜯어서 천장부터 바닥까지 만들었다. 전 함장님이 잠수함 신에 대에 꼼꼼하게 감수를 해주었다.”
Q. 잠수함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너무 장엄하다. 배우들 연기는 어땠나.
▶황인호 감독: “많은 사람이 등장한다. 첫 장면에서는 밝은 장면이라 상관없겠지만 뒤로 가면 감정을 잡아줘야 한다. 래원 씨가 촬영 들어가기 전에 맥주타임을 갖고 승조원끼리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리더십 있게 말이다. 친구처럼, 가족처럼 유대를 가졌다. 연출팀은 후반부의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어야했다. 영화는 카메라 방향을 바꿔가며 여러 컷을 찍어야한다. 톤 앤 매너 유지하기 위해 음악을 계속 깔았다. 묵직한 감정 톤을 유지하는 것이 승조원 역할을 맡은 배우들에게는 힘들었을 것이다.”
Q. 만약, 영화에서 다룬 것처럼 극단적 상황(잠수함 제비뽑기)이 발생한다면 우리나라 해군에서는 적절한 프로토콜이 준비되어 있을까? 함장-부함장(부장)이 대립할 때에는 (‘크림슨 타이드’처럼) 어떤 조치가 있었는데.
▶황인호 감독: “그런 매뉴얼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오롯이 지휘자의 몫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런 상황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설정을 생각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배우들이 잘해 주어서 다행이다. 상황을 던지는 것은 연출자의 몫이지만 그걸 배우가 개연성 있게 잘 표현해주었다.”
영화 '데시벨'
Q. 이종석 배우의 연기에 대해 평가하자면?
▶황인호 감독: “이종석 배우는 선과 악이 공존하는 얼굴을 가졌다. 1년 전에는 엘리트 장교였지만 지금은 빌런으로 바뀌는 역이다. 스크린에서 보자마자 그의 표정에서 1년간의 서사가 보여야한다고 생각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과 노력의 결과이다. 준비도 많이 해왔다. 감추고 있다가 슛 들어가면 바로 표출하는 배우이다. 연기의 폭발력이 대단하다.”
Q. 이종석의 액션장면에 대해서.
▶황인호 감독: “액션 장면은 빌런에게는 꼭 필요했다. 액션 장면을 통해 빌런의 결이 형성되고 깊이가 생겼다고 생각한다. 시나리오 작업할 때 놓친 부분이었다. ‘아차’ 싶었는데 이종석 배우의 의견으로 재빨리 수정했다. 엘리베이터 장면이 갑자기 수정된 것이다. 그 장면 없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 영화라는 게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감독은 취사선택을 잘 해야 한다.”
Q. 이종석 배우가 맡은 캐릭터는 악역이다. 하지만 끔찍한 트라우마를 겪었다. 레이어가 많은 인물이다. 감독이 구상한 악역은 어땠나.
▶황인호 감독: “전사(前史)가 중요하다. 불과 1년 전까지는 촉망받는 해군의 장교였다. 그런 사람이 저런 행동을 하다니? 그 캐릭터를 변하게 할 사건이 필요했다. 그 사건에서 당위성, 개연성이 없으면 영화가 성립될 수 없다. 강한 멘탈을 가진 대위가 빌런이 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사건이 있어야한다. 그걸 작가 입장에서 만들어야했다. 영화에서는 1년간의 과정이 점프했기 때문에 관객 입장에서는 배우의 표정으로 그 전사를 느낄 수 있어야한다. 훌륭한 배우라면 표정만으로도 어떤 과거가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이종석 배우가 잘해 주었다고 본다. 그에게 1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최근에 ‘그 남자, 좋은 간호사’를 봤었는데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가 그랬다. 맨 마지막 인터뷰 장면에서 ‘왜 이렇게 하셨나요’라는 질문에 말없이 표정만 보여준다. 좋은 배우는 표정만으로도 전사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이종석 배우도 그런 전사가 보이는 좋은 연기를 했다.”
Q. 영화 포스터만 보아도 극중에서 김래원이 이종석과 대립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빌런이 누군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황인호 감독: “감춘다고 감춰지겠나. SNS로 다 나오는 세상이다. 시사회하고 나면 다 알게 될 텐데. 끝까지 감출 수 없다면 오픈하자고 했다. ‘누구냐’가 아니라 ‘왜’가 중요하니까. 그걸 포인트로 잡았다.”
Q. 전하고자하는 큰 메시지가 있는지. 비리 고발극은 아니잖은가.
▶황인호 감독: “그런 일이 벌어지면 조직은 감추려고 할 것이다. 아무래도 관리 차원에서 조직이 움직일 것이다. 영화적인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어떤 바람을 가지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다. 액션 장르로 시작했고, 그런 액션 장르로 끝이 난다. 그 안에 묵직한 이야기가 있다. 그렇게 바라봐주었으면 좋겠다.”
영화 '데시벨'
Q. 차은우가 <데시벨>로 영화 데뷔를 했다. ‘얼굴천재’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황인호 감독: “차은우 배우의 캐스팅은 행운이었다. 짧지만 굵게 연기를 했다. 빛이 난다. 한 번도 안 해 본 역할을 잘 해주었다. 차은우는 얼굴 때문에 손해 보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배우 안에 내재한 연기의 재능과 힘이 어마어마하다. 자꾸 ‘얼굴천재, 얼굴천재’라 하니 손해를 보는 배우이다. 차은우는 비극의 핵심에 있는 인물이다. 촬영 현장에서는 착하다. 연기열정이 대단해서 놀랐다. 배우로 보면 앞으로 대성할 배우가 될 것이다. 가지고 있는 열정이 조금씩 나오지 않을까. 김래원 이종석 배우가 옆에서 계속 이야기해 주었다. 차은우에게 어떤 한 지점을 뽑아내는 것을 많이 도와주었다. 저는 디렉팅을 했다기보다는 그냥 카메라에 담아낸 것이다. 이종석과 차은우 두 사람의 호흡이 좋았다.”
황인호 감독 - 영화 '데시벨'
Q. 정상훈은 우연히 테러 사건에 동행하게 된 기자 역할이다. 기자로서는 특종을 할 수 있는 현장의 산증인이다.
▶황인호 감독: “아마도 현실에서는 여기저기서 많이 치이는 기자일 것이다. 양심상 특종이나 단독보도보다는 그런 행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한폭탄이 작동하고, 아이 옆에 같이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성이 아니고 감성으로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이다. 프로페셔널한 기자라기보다는 정서적으로 덜렁대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름도 나대지 말라고 아버지가 오대오로 지어준 것이리다. 그런 성향이 그로 하여금 아이 옆에 있게 했을 것이다.”
Q. 김래원과 정상훈의 자동차 추격신은?
▶황인호 감독: “카체이싱 장면을 찍을 때는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가는 힘이 있다. 배우가 탄 차가 있고, 감독이 탄 차는 뒤에 따라가며 모니터를 보고 헤드폰으로 디렉팅 한다. 감독이 배우의 차에 같이 타기가 힘들다. 힘들게 찍은 걸 보고 ‘한 번 더 가죠’ 해야 할 때는 그 이유가 있어야한다. 차에 탄 배우들끼리 케미가 잘 맞아야한다. 김래원과 정상훈의 케미는 너무 좋았다. 둘이 티키타카를 하며, 대사 바꿔가며 호흡이 아주 잘 맞았다. 대본에 없는 것도 많이 해 주어서 취사선택했다.”
Q. 잠수함 신의 당위성이나 공감을 이끌어내는 측면에서 이민기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 같다.
▶황인호 감독: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한다. 한 인간이 내리기엔 너무나 가혹하다. 김래원으로 하여금 그 결정을 밀어붙이게 한 게 이민기 캐릭터이다. 그 캐릭터가 없었으면 강도영(김래원)은 살아있지 않았을 것이다. 끝까지 살아남아 책임을 지라고 한다. 그게 리더라고. 흔들릴 때 그 감정선을 잡아준다.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을 만큼, 개연성 있게 연기해야한다. ‘이럴 수밖에 없었습니다’라고 표정 연기를 해야 할 때 그걸 누가 할 것인가. 민기씨에게 부탁했고, 너무 중요한 역할을 잘 해주었다.”
Q. 전작 <몬스터>이후 무척 오랜 만이다. 이유가 있는지.
▶황인호 감독: “여러 장르가 섞인 전작과 비교하면 이번 작품은 정통 액션영화이다. <몬스터>가 실패한 이유는 선을 넘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선이란 것이 있는데 그 때는 내가 맞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선을 넘어 가혹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오래 쉬면서 관객들이 어느 선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생각했다. 관객들이 이 정도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영화에서는 악당이 죽으면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이 영화는 뒤에 이야기가 더 있다. 관객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지점의 리미트(한계)라고 생각한다. 결과를 지켜봐야겠다. 이 정도의 이야기(잠수함 내부에서의 선택)가 없다면 엘리트장교가 빌런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작품만을 생각하고 만든 설정이고, 이게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멘붕이 올 것 같다. 리미트이며, 커트라인이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받아들이는.”
Q. 다음 작품으로 구상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황인호 감독: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쓰고 있다. 빌런인데,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이다. 한국의 마블 같은 새로운 세계관을 가진 캐릭터인데 잘 안 써진다. 빨리 써서 넘겨야죠. 그 어려운 것을 관객이나 시청자가 받아들여지도록.”
영화 '데시벨'
Q. 잠수함 내부 장면에서 승조원들의 대사가 잘 안 들린다. 자막을 넣을 생각은 안했는지.
▶황인호 감독: “그 부분을 고민을 했었다. 최근 ‘한산’에서는 자막을 넣었더라. 그런데 ‘탑건:매브릭’에서는 자막을 안 넣었는데 성공했다. ‘어, 저거 성공했잖아’. 성공 케이스가 있으니 나도 안 넣기로 했다. 잠수함 내부에서 일어나는 그들만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감정선이 중요하니까. 물론 대사에서는 고증을 통해 어려운 용어를 실제로 찍었다. 잘 안들기는 한다.”
“혹시 이 이야기를 보면서 떠오르는 현실이 있다면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참혹한 이야기를 만들어도 현실만큼은 아닌 거 같다. 벌어지는 현실이 영화라서. 일어나면 안 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어쨌든 이 영화의 시작은 거기(천안함)가 아니다. 영화는 결국 관객의 몫이다. 관객 분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남겨두고 싶다.”
“째깍째깍” 초침이 돌아가는 일반적인 시한폭탄은 그 시간이 되면 터진다. 그런데, 주위에서 일정 데시벨 이상의 소음이 발생하면 그 시간이 반으로 팍팍 줄어버린다. 그래서 긴장감이 더 고조된다. 그 폭탄을 극중 ‘아이큐 170’의 이종석이 설계한 것이다. ‘잠수함’ 부함장으로 림팩 훈련에서 살아 돌아온 김래원이 그와 절체절명의 대결을 펼친다. ‘사운드테러액션’ 영화 '데시벨'은 지난 16일 개봉했다.
[사진= 마인드마크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