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사건’에서 '몸캠 피싱'까지. 디지털 성범죄의 현장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영화가 곧 개봉된다. KBS 드라마스페셜2022의 마지막 작품으로 공개될 <유포자들>이다. <유포자들>은 TV와 웨이브 공개에 앞서 극장에서 먼저 선을 보일 예정이다.
14일(월) 오후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유포자들>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영화는 결혼을 앞둔 박성훈이 친구 송진우와 함께 클럽에 갔다가 술을 마시고 쓰러진다. 그리고 깨어난 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바뀌어버린다. 누군가 핸드폰을 가져갔고, 그날 이후 협박전화가 이어진다. 그 폰에는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되는 프라이버시로 가득했기 때문이다. 이제 박성훈은 필사적으로, 절망적으로 ‘그 놈’을 찾아야한다. 어쩌면 그놈‘들’인지도 모르고, 그도 그놈들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박성훈, 송진우, 김소은, 박주희, 임나영 배우와 연출을 맡은 홍석구 감독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가 이어졌다.
‘유포자들’은 익명의 사이버 공간에서 행해지는 사이버 폭력, 디지털 성범죄 사건의 실체를 담은 작품이다. 현대인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스마트폰을 소재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버 성범죄의 실상을 영화 속 인물들을 따라가며 들여다본다.
연출을 맡은 홍석구 감독은 최고시청률 49.2%의 KBS 2TV 주말드라마 [하나뿐인 내편]과 [오! 삼광빌라] 등을 연출한 KBS 피디이다. 이번 '드라마스페셜-TV시네마' 작품으로 감독 데뷔를 한 셈이다. “첫 스크린 작품을 선보이는 것에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 큰 화면으로 편집본을 오늘 처음 봤다”며 “원래는 단막극 대본이 있었다. 한 여자의 복수극을 담은 극본을 영화로 업스케일하는 과정에서 한국 사회에서 현재 문제가 되는, 뉴스에서 계속 볼 수 있는 사건을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박성훈은 핸드폰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남자 주인공 도유빈을 연기한다. “감독님과 기획 단계부터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기획 의도가 잘 살아서 만족스럽게 봤다”고 밝혔다. 이어 “100분 동안 유빈이 영화를 끌고 나가는데 불법 영상물을 촬영하고 소유하고 있으며 결혼 직전에 클럽을 가는 이 인물에 관객이 몰입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다”며 “그 지점에서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KBS 2TV 드라마 ‘삼남매가 용감하게’에 출연 중인 김소은은 도유빈의 약혼녀 임선애를 연기한다. 극중 임선애는 야쿠자와 연이 있는 무서운 인물 안석환이다. “지난여름 촬영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박성훈 배우가 특히 고생을 많이 한 것 같다”며, “그동안 캔디 역할을 많이 했는데 처음으로 부잣집 연기를 했다. 외모에서부터 걸음걸이까지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송진우는 도유빈과 함께 협박범을 쫓는 친구 공상범을 연기하고, 박주희는 도유빈에게 ‘디지털 성범죄’의 치명적 현실에 대해 상기시키는 학교 동료 상희를 연기한다. 걸그룹 IOI 출신의 임나영은 사건의 발단이 되는 클럽女 다은을 맡아 뜻밖의 연기를 펼친다.
이날 홍석구 감독은 ‘유포자들’을 만든 것에 대해 “이제는 핸드폰만으로 누구든지 영상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영상을 찍는 행위가 매체가 달라지면서 어떤 식으로 왜곡되고, 사회나 개인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고민해보고,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관련 사건에 대한 리서치는 많이 했지만 그런 사건의 디테일이나 재현에 중심을 두지 않았다. 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통해서 누구나 이런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과 누군가에 한정된 이야기이지 않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만들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유포자들’은 핸드폰으로 새벽을 열고, 하루를 보내고, 밤을 닫는 현대인에게는 큰 충격을 준다. 배우들도 그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주의를 일깨웠다. 박주희는 “‘유포자들’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고, 박성훈은 “불법 영상물을 촬영하고 유포하고 시청하는 사람들과 디지털 성범죄에 아예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 영화를 보고 나서는 뭔가를 곱씹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석구 감독이 “디지털이라는 환경이 개인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개인을 굉장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디지털의 양면성을 보여준다”고 말한 <유포자들>은 오는 23일 극장에서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