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사상 최초로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피막>을 4K 고화질로 만난다.
한국영상자료원은 K-무비 세계화의 초석을 다진 <피막>(이두용, 1980)을 블루레이로 출시했다. 영상자료원이 기획하고 블루키노가 제작한 27번째 블루레이 컬렉션이다. 전근대와 근대가 겹치는 시기, 한 가문의 비밀스러운 비극과 복수담을 담은 이 영화는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작품 중 하나로 2013년 영상자료원이 선정한 한국영화 100선에 포함되기도 했다. 또한 <피막>은 제20회 대종상 남우주연상, 제17회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등을 수상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1981년 제38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한국영화사상 최초로 특별상을 받음으로써 80년대 이후 한국영화 해외 진출의 선봉이 되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두용 감독은 영화의 출품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당시 영화제작사 대표의 남편이 출품했고, 이 감독은 초청이 결정되고서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일정상 영화제 끝까지 있지 못하고 미국으로 가야 했던 이 감독은 미국에서야 수상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회고한다. 이 영화로 자신의 진가를 알린 이두용 감독은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1983)로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었는데 이는 한국영화사상 최초의 칸영화제 진출이었다. 이 감독이 터준 한국영화 해외진출의 물꼬는 이후 <씨받이>(임권택, 1986), <아제아제 바라아제>(임권택, 1989)를 통해 강수연의 해외영화제 수상과 임권택 감독의 세계 영화계에서의 인정이라는 가시적 성과로 이어졌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영화 한류의 선구 격이라 할 수 있다.
<피막>은 독특한 영화다. 겉보기에는 샤머니즘에 기반한 공포와 여성의 한, 그리고 복수를 담고 있는 60~70년대 한국영화사에서 자주 재현되어온 서사와 캐릭터를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훨씬 복잡한 결을 가지고 있다. 신비와 합리의 줄다리기 속에서 영화의 서사는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해석을 관객에게 맡기는 영리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서사구조는 당대 어떤 미스터리 한국영화보다 그 구조를 제대로 갖추고 있으며, 동시에 전근대와 근대가 교차했던 시점의 인식구조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영화는 당대 시대상의 재현이라는 측면에서뿐 아니라 내적인 작품의 완성도, 장르적 참신성이란 측면에서 모두 기대 이상의 성취를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 옥화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무당으로 위장하여 지방 유력 가문에 들어가, 전체 가문을 몰락으로 끌고 가는 치밀하고 신비로우며 대담한, 무엇보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다. 옥화의 캐릭터를 맡은 유지인은 장미희, 정윤희와 함께 70년대 한국영화 트로이카 중 한 명으로 명성을 날린 배우로 빼어난 연기로 캐릭터의 매력을 훌륭하게 살리고 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옥화라는 캐릭터와 그 캐릭터를 연기한 주연배우 유지인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블루레이 코멘터리에는 감독 이두용과 영화평론가 주성철이 참여하였다. 이두용 감독은 주성철 평론가의 성실한 자료조사와 깊이 있는 질문에 맞춰 영화의 제작 배경과 경위, 베니스국제영화제 초청 내막, 영화의 주제 의식과 표현 형식, 연출관과 에피소드들을 풍부하게 풀어놓는다. 둘의 대화는 <피막>이라는 영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블루레이에 사용된 영상은 영상자료원이 2016년과 2020년 두 단계로 진행하여, 감독의 검수를 받은 심화 복원의 결과물(4K)을 소스로 하였다. 복원을 통해 재탄생한 영화의 뛰어난 영상미는 우리가1980년대 초 한국영화를 다시 한번 평가할 기회가 될 것이다.
[사진=한국영상자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