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목) 오후 7시 40분 KBS 1TV [한국인의 밥상] 시간에는 울긋불긋 맛있게 물든 지리산의 가을걷이 밥상을 찾아 만추(晩秋)의 여정을 떠난다.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지리산 산비탈, 층층의 다랑이논으로 향한다. 함양 도마마을에서 첫 나락 베는 날이다. 일교차 큰 해발 500미터의 산자락에서 키워낸 무와 배추는 맛도 옹골차다. 매콤하고 뚝딱 버무려낸 알타리 무김치.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추수 새참을 챙겼던 지리산 농부들의 고단함도 사르르 녹여주는 시원한 맛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햅쌀에는 고기만큼 귀하고 쫄깃쫄깃하다는 꽃버섯을 더해 풍성하게 지어낸다. 가을볕과 지리산 바람이 바삭하게 맛을 낸 김부각과 고추부각은 추수 때 빠질 수 없는 새참. 잔칫상의 화룡점정, 소고기 버섯전골까지. 가을걷이의 벅찬 감동이 가득 담긴 지리산 농부들의 황금빛 밥상을 만난다.
산 아래보다 계절이 앞선다는 해발 800미터의 와운마을. 삭힌 보리를 메주 대신 넣고 지리산 표고버섯 가루를 듬뿍 더한 보리된장은 돼지고기 수육 할 때 양념으로도 제격이다. 지리산이 대신 농사지은 고들빼기와 쪽파로는 짭조름한 장아찌를, 산바람이 구수하게 말려낸 시래기는 된장에 자작자작 졸여내 다가올 겨울을 대비한다. 성훈 씨가 지리산 깊은 곳에서 힘겹게 따온 싸리버섯. 어머니는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바삭바삭 탕수이에 지리산의 풍미를 가득 더 한다. 지리산이 거저 내어준 가을 맛이 한 상에 가득, 대대로 지리산에 기대 살아온 이 가족은 오늘도 너른 품 안에서 든든하게 살아간다.
가을이 살찌운 섬진강 참게와 재첩 - 경남 하동
지리산의 골짜기 물이 흘러 흘러 도달하는 곳. 섬진강으로 가본다. 예부터 섬진강 어부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는 가을 진객은 ‘서리 내릴 무렵 살이 오르면 소 한 마리와도 안 바꾼다’던 가을 참게이다. 살이 꽉 차오른 고소한 가을 참게에 채소로 감칠맛을 낸 간장을 부었다가 3~4일마다 따라내 다시 끓이고 붓기를 다섯 차례나 반복해야 완성되는 정성의 음식, 참게장을 만난다. 가을이면 살이 통통해지는 메기로는 하동에서 즐겨 먹는 방앗잎으로 풍미를 가득 더 해 매콤한 찜을 만든다. 봄 못지않게 쫄깃하고 맛나다는 재첩. 데친 다음 새콤달콤하게 무쳐낸 초무침은 거센 강물도 이겨내게 하는 섬진강 어부들의 원동력이 된다. 만추의 지리산과 섬진강이 한데 어우러진 밥상. 이 풍요로움을 맛보며 한결같이 넉넉한 지리산의 만추를 만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