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로, TV탤런트로, 영화배우로 다방면에서 열정적으로 활약하고 있는 정영주 배우가 최근 공포영화에 출연했다. KBS와 아센디오가 제작한 특별한 포맷의 영화 [귀못]이다. <귀못>은 CGV에 단독 상영된 뒤, 12월 KBS와 OTT웨이브를 통해 공개된다. 개봉을 앞두고 정영주 배우를 만나 영화 <귀못> 이야기와 뮤지컬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았다.
영화 <귀못>은 커다란 연못(저수지)가 있는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낡은 저택에 살고 있는 치매 할머니의 숨겨진 재산을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욕망을 그린다. 보석을 손에 쥐기 위해서는 목숨을 내놓아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연못은 사람을 부르는 귀신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할머니의 간병인들이 줄줄이 죽어나간다. 정영주는 할머니의 유일한 혈육을, 박하나 배우는 새로 들어온 간병인을 연기한다.
Q. 역할 소개를 하자면.
▶정영주: “내가 맡은 김사모는 배우의 아우라에서 나오는 센 기운이 필요한 캐릭터이다. 상대 배우의 연기에 집중하고 안에서 실 같은 것을 조심스럽게 조금씩 뽑아내듯이 연기를 해야한다. 한 씬 한 씬 초집중하여 연기를 하면 땀이 날 정도이다. 무대에서 하는 연기와 카메라 앞에서 하는 연기는 맛이 다르다.”
Q.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정영주: “KBS에서 단막극을 한다고 해서 그러면 해야지 생각했다. ‘독립영화관’이든 ‘TV문학관’이든, 오래 전 ‘전설의 고향’이든. 이런 것 너무 좋아한다. 한 편의 작품에서 그런 향수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드물어졌다. 대본 받고 곧바로 출연한다고 했다. 완성된 작품을 보니 미장센의 승리 같다. 감독님이 저력이 있다.”
Q. 감독님의 연출은 어땠나.
▶정영주: “감독님은 자신이 생각한 그림을 그리고, 균형을 맞춰가는 것 같았다. 매번 조명이란 같이 고민했다. 모든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는 외형적인 것을 강조하고 싶어 한다. 무대 앞에서는 배우 자신의 나르시시즘이 적당히 있어야 하니까. 나는 나를 세로로 보지만 다른 사람은 네모나 별모양으로 보기도 한다. 감독님은 그런 것을 이끌어낸다. 내가 모르고 있는 생경한 표정을 발견하게 되면 좋죠.”
Q. 극중 왕 할머니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가.
▶정영주: “아주 잘 살았을 것이다. 엄청난 부를 가졌을 것이다. 삼촌이 돌아가시면서 엄청난 유산을 남겼을 것이다. 아이를 혼자 케어하며 분명 유혹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유산을 제대로 쓰기도 전에 자식을 잃고는 저렇게 된 것이다. 그런데 뭔가 더 있을 것이다. 점차 미쳐가는 숙모를 보면서, 입주 요양사를 집으로 부른다. 숨겨진 비밀이 재물과 관련된 것임을 알고 있을 것이다.”
Q. 왕 할머니를 연기한 허진 배우와 같이 연기한 소감은.
▶정영주: “허진 배우는 정말 ‘아씨’였다. 불란서 배우 같은 애티튜드를 타고난 배우였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해주셨다. 젊은 배우들에게 작품과 환경과 사람에 대해 겸손하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 스타 가도를 달릴 때 겸손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고까지 말씀하셨다. 마지막 신 촬영 때는 감독님이랑 다 같이 울었다. 공포물이지만 사람의 이야기로 끝이 난다. 휴먼터치로 가야한다고. 감독의 의도가 살았다고 생각한다.”
Q. 평소 공포물을 좋아하는지.
▶정영주: “아주 좋아한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컨저링’ 이런 것도 좋아한다. 유혈이 낭자하고 내장이 쏟아지는 그런 B급 영화, 컬트도 좋아한다. ‘이블 데드’ 같은. 좀비는 귀여운 셈이다. 넷플릭스 <지옥>도 좋았다. 상상에 의한 공포가 잘 묘사된 것 같다 김신록이 상 받은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공포 중 가장 무서운 것은 상상 속의 공포이다. 나도 어떻게 표현하나 고민했다. 계단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에서 말이다. 나무 바닥에 물이 흥건하고. 그것 촬영하고 가시가 박혔다.”
Q. 여성이 주인공인 연극 ‘베르나르다 알바’를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정영주: “아직 빚을 갚고 있다. 여러 사람들의 응원과 지지가 있었고, 시대적 소명이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다. 많은 사람이 함께 스크럼을 짜주면 좋지 않을까.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공연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내겐 숙제 같다.”
Q. 여성 서사의 작품에 관심이 많은가.
▶정영주: “관객과 시청자들이 편식을 강요받고 있다. 여성서사를 다룬 작품은 전체 작품에서 1/10이나 1/15에 불과하다. 남성 간 로맨스를 다룬 퀴어도 많다. 수많은 여성 이야기가 간과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제작을 시도하고, 쇼케이스도 열지만 망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도 운명처럼 만나게 된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계속 할 것이다. 작품 욕심이 있다.”
Q. 흥행 성공에 대한 부담감은
▶정영주: “왜 여성서사는 흥행이 되지 않는다고 다들 생각하는지. 그 동안 도전의 기회가 너무 없었다. 제작하고, 공연하고 영화화 되는 게 비율이 너무 낮다. 흥행결과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어떤 소재의 이야기를, 어떻게 매력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지가 숙제이다. 꾸준히 질문하고, 시도해야한다. 소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열심히 일한다. 당연히 실패도 할 것이다. 영화에서는 100개 중 하나 성공한다는 말처럼 계속 두드리고 계속 잽을 날리면 카운터 블로를 날릴 것이다.”
Q. 올 상반기엔 뮤지컬 ‘킹 아더’에서 모르간으로 재연 무대에 올랐다. 하반기 뮤지컬 계획은?
▶정영주: “‘브로드웨이 42번가‘에 오른다. 힐링할 수 있는 작품이다. 이건 친구들이 ’같이 좀 하자‘고 하면 의기투합해서 공연이 된다. 송일국, 이종혁. 전수경 언니, 역전의 용사들이 뭉친 뮤지컬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배우와 관객이 다 같이 재밌는 작품이다. 나는 배혜선, 신영숙 배우와 함께 도로시 브룩을 연기한다.”
Q. 제작을 하게 된다면 어떤 장르로?
▶정영주: “그냥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저도 시네마키드였다. 아버지가 영화를 좋아하셨다. [벤허]를 100번 보신 분이다. 종로에 있는 극장 사람들은 다 아신다. 어릴 때부터 동시상영관을 드나들었다.”
Q. 아버지는 뮤지컬배우 되는 것을 말리셨다고 하는데.
▶정영주: “딴따라 한다고 말리셨다. 내가 좋아서 하는 것과 내 딸이 하는 것은 천지차이이다. 그런데 <명성황후> 브로드웨이 공연 간다니까 그때서야 마음이 바뀌었다. 곱게 차려입고 공항에 나와 배우들 앞에서 부채 펼쳐들고 ‘국위선양을 하고 오시오’라고 큰 소리로 말하셨다. 쇼맨십이 대단하셨다. 물론 그것 때문에 한 삼년 놀림을 당했다.”
19일 개봉된 영화 <귀못>은 박하나, 허진, 정영주와 함께 아역배우까지 여성 캐릭터의 활약이 대단하다. "여배우 셋이서 에너지로 스크린을 꽉 채웠다. 그 점이 반갑고 기분 좋았다. 감독님께서 고스란히 담아내 주신 듯하다"고 정영주 배우는 영화 소감을 전했다. 참, 정영주 배우는 “문정희가 나온 <숨바꼭질>이 제일 무서웠던 영화이다.”고 덧붙였다.
[사진= KBS 한국방송, 아센디오, 브이컴퍼니(소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