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함의 인간화, 그 자체인 장유정 감독이 또 한 번 유쾌함의 이면에 사회적 함의를 담은 새로운 코미디 영화로 극장가에 돌아왔다. 영화 '정직한 후보2'(감독 장유정)는 2020년 개봉한 '정직한 후보' 본편의 인기에 힘입어 나온 속편으로 이번에는 본편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낙선하며 백수가 된 주인공 주상숙(라미란 분)뿐만 아니라 그의 충실한 보좌관인 박희철(김무열 분)까지 진실의 주둥이를 얻게 되며 벌어지는 유쾌한 일화를 그린다.
2020년 초 '정직한 후보' 1편의 인터뷰로 만났었던 그를 지난 27일 삼청동의 어느 한 카페에서 '정직한 후보2'의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2년 전과 달라진 바 없이 여전히 유쾌한 입담과 온화한 성품을 보여준 그는 '정직한 후보2'에 관해 던진 질문에 그의 작품에 항상 담겨 있는 진정성처럼, 관객들을 향한 진심이 느껴지는 답변을 전했다.
Q. 그동안 공연 연출로도 많이 바빴고, 영화 촬영은 이전부터 이미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연계도, 영화계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업계였을 텐데 그동안 마음고생은 없었는가?
코로나 팬데믹 초반 부분에 1편을 개봉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타격을 받게 됐다. 당혹스러웠던 건 사실이다. 그런 것에 대한 슬럼프가 생기기 전에 또 다른 작업을 해야 했다. '정직한 후보2' 촬영 때는 코로나 때문에 해외 로케이션을 떠나 한국에서도 공간을 빌리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역경이 생기지는 않았던 것 같다.
Q. 본편의 인기 때문에 어쩌면 속편에 대해 부담감을 안았을 수도 있을 것 같다. 2년 만에 다시금 극장에서 관객들을 찾게 됐는데 2편까지 내게 된 소감은 어떠한가?
브라질에 히트를 친 원작이 있었고 내가 '정직한 후보' 1편을 개봉할 때 브라질에서 두 번째 편이 나왔다는 것을 들었다. 농담으로 두 번째 편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그렇게 자연스럽게 됐다. 모두에게 두 번째 편에 대해 조건을 달지도 않은 채 제안을 던졌는데 흔쾌히 한다고 했다. 2편을 만들면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하지 않아야 할 이유를 못 찾겠더라.
Q. 2편을 1편과 비교해 차별화해 만들 수 있었던 기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리얼리티에 기반한 치밀한 설정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코미디를 지키기 위해서다. 관객들은 이미 주상숙의 코미디를 봤기에 기시감이 느껴질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든 변화시켜서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주상숙과 박희철의 설정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Q. 그에 이어 2편에 대한 불안감이 나아질 수 있었던 이유는 1편에 이어 2편까지 등장하는 훌륭한 배우들과 거기서 나오는 시너지에서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케미스트리라는 것이 있나 보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지독한 사람일 수 있는 것처럼 맞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일할 때 엄청 진지하고 신중한데 만나서 놀 때는 깔깔대고 재밌게 논다. 특히 윤경호 배우와 김무열 배우의 티키타카가 참 좋다. 만났을 때 내가 감독이니 더 주도적으로 말을 하고 분위기를 끌어나가는 것은 아니다.
Q. 거기다 본편에 나왔던 배우들에 추가된 배우들 또한 연기가 인상적이었다. 보통 속편에 추가로 인물들이 등장하면 이도 저도 아닌 설정으로 흐름을 중구난방으로 만들어 작품의 완성도를 해치는 경우가 있는데 '정직한 후보2'는 오히려 추가적인 인물이 있어서 입체적인 스토리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새로 들어온 배우 입장에서는 이미 본편에 나온 배우들의 사이가 두터우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감정이 안 느껴진다고, 아닌 척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시어머니가 "딸 같은 며느리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지만 "진짜 딸같이 해봐?"라고 하면 안 되는 것처럼 말이다.(웃음)
그래서 배우들이 최대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촬영 끝날 때마다 윤두준 배우, 박진주 배우 등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에게 전화했다. 불안해하면 불안해하지 말라고 확신을 계속해서 줬다. 나도 내 안의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내가 선택한 배우기에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편하다. 배우가 잘 못해도 내 잘못이 되기에 그것을 피하려고 나도 더 열심히 할 것이니 말이다.
Q. 영화를 보면서 장유정 표 연출이 만들어낸 디테일이 눈에 들어왔다. 주상숙이 사람을 우연히 살리게 되어서 뉴스에 나오는 영상에서 하단 자막에 "전 국회의원이 BJ가 되어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국회의원이 조기축구하다 패싸움에 휘말렸다" 등의 뉴스가 나오는 것이 너무 웃겼다.(웃음)
영화는 한 컷에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많다. 이 한 컷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았다. 영상에서 최대한 빈틈을 안 보여주고 싶었다. '정직한 후보' 본편 때도 그랬다. 그런 것을 발견해 주는 사람이 있어서 이번에도 좀 더 신경을 썼다. 수위에 걸려서 뺀 부분들도 있다.
Q. 특히 이번에는 정치 문제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넘어 환경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키는 부분들도 상당히 들어갔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쓰레기섬도 나오지 않나.
1편에서 기도할 때 탑이 터졌던 부분들을 이어서 가져온 설정이다. 환경 문제를 가지고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1편의 과오가 재단 비리였다면 이번 작품은 환경 문제였다. 물론 환경 문제를 소재화하고 있지만 너무 설득하려고 하거나 주입하려고 하거나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코미디 장르 안에서 시사 풍자를 하고 사회문제에 대해 대두시킬 때는 문고리를 열어서 살짝 보여주는 정도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보고 관객들이 궁금하면 "뭔데?" 하면서 그 전체를 보려고 문을 열어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의도였다.
Q. 악인이 선인이 될 수도 있고, 선인이 악인이 될 수도 있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2편의 주상숙이 1편 초반부의 주상숙처럼 다시 자신과 타협하고 남들에게 비리의 여지를 내어주는 모습으로 돌아갈 때 정말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곳'의 대사인 "당신들은 안 그럴 거라고 장담하지 마. 서는 데가 바뀌면 풍경도 달라지는 거야"처럼 사실 주상숙을 비난할 수 있는 관객은 많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을 통해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행동에 대해 윤리적인 경계선에서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해 후회하고 올바름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사람들도 많았을 것 같은데 감독의 생각은 어떠한가?
나는 주상숙이라는 인물이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어떻게 저렇게 쉽게 변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환경이 바뀌는데 일반적인 사람은 그렇게까지 꼿꼿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슈퍼 히어로 같은 사람이다. 주상숙은 의협심은 강하지만 단단한 인간은 못돼서 불안한 순간이 왔을 때 옆에서 유혹하면 거기에 흔들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상숙이 인간적으로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은 반성하는 모습에서 비롯된다. 자신이 많은 것을 잃겠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에도 앞으로 밀고 나간다. 그것이 그가 가진 인간적인 정의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실수한다. 지금도 정치 뉴스를 보면 "왜 이러지?"라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뉴스들이 매일 나온다. 그래도 주상숙은 그 상황을 본인이 만들었어도 솔직하게 반성하고 사과하며 되돌리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후반부에 일부러 사과하는 장면을 으리으리하게 만들지 않았다. 소규모로 지역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여러분들을 위해서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장면을 넣었다. 1편에서는 반성이 중요했다면 2편에서는 의지가 중요했다고 말하고 싶다.
*한편, 장유정 감독이 연출한 유쾌하면서도 메시지가 담긴 영화 '정직한 후보2'는 오늘(28일) 극장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