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상자료원(원장 김홍준)은 28일부터 한국영화사의 거장 김수용 감독 영화에 대한 검열자료 컬렉션을 온라인으로 공개한다. 영상자료원 도서관에 직접 방문하여만 열람할 수 있었던 자료들을 영화연구자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쉽게 접근하고 살펴볼 수 있도록 영상자료원이 운영하는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를 통해 공개한다.
김수용은 한국 장편 극영화 기준 106편을 연출하여 한국감독 중 공식 기록에 따른 최
다 연출 기록을 가지고 있다 (김 감독은 홍콩영화 2편과 일본영화 1편도 감독했었다.) ‘김수용 감독 검열자료 컬렉션’에서는 <도시로 간 처녀>(1981) 등 101편의 영화에 대한 검열 관련 서류를 원문으로 열람할 수 있다.
□ 단일 감독 검열서류 컬렉션 중 역대 최다
김수용 감독은 김기영, 이만희, 신상옥, 유현목 등과 함께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거장 감독으로 손꼽힌다. 한국전쟁 당시 국방부 정훈국 영화과에 배속되어 홍보영화를 찍다 1958년 <공처가>로 데뷔한 그는 <혈맥>(1963), <갯마을>(1965),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 <안개>(1967), <산불>(1967), <토지>(1974) 등 한국영화사를 대표하는 다수의 작품을 연출하였으며, 1999년 <침향>까지 무려 109편의 장편 극영화를 연출했다. 한국 영화감독 중 최다 연출 기록이다.
이번에 공개될 “김수용 검열자료 컬렉션”은 106편의 연출작 중 101편의 검열서류로 구성되었다. 김수용 감독의 연출작이 워낙 많기도 하지만, 서류의 보존율 역시 높아 단일 감독의 검열서류 컬렉션으로는 단연 압도적인 양을 자랑한다.
101편의 영화 검열서류는 1959년 작 <삼인의 신부>에서 1984년 작 <저 하늘에도 슬픔이>까지 대략 25년간 분포돼 있다. 각각의 서류는 적게는 4쪽에서(<부부독본>(1961)) 많게는 265쪽(<서유기>(1962)) 분량이며, 총 5,706쪽의 방대한 규모다.
‘김수용 검열자료 컬렉션’의 가치는 100편이 넘는 양 그 자체에 있다. 즉 25년간 약 100편의 검열서류가 있다는 것, 1년에 4편 이상의 검열서류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은 25년간의 검열과 기타 행정의 변화를 몇 개월 단위로 비교적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다는 의미이다.
대표적인 검열 관련 이슈로는 버스 안내양들의 노동환경과 애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도시로 간 처녀>를 들 수 있다. 공연윤리위원회(공윤)로부터 우수영화로까지 지정받았으나, 버스 안내양의 현실을 지나치게 열악하게 그렸다는 이유로 전국 자동차노동조합 연맹과 한국노총의 항의를 받아 제작사가 상영을 중단했다. 이후 제작사의 재편집 후 겨우 재상영할 수 있었으나, 이 사건은 1980년대 들어 정부의 검열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직능단체나 직종, 관련 이해당사자에 의한 검열이라는 주제가 부상하는, 한국영화 검열사에 있어서 중요한 변곡점이었다.
그 외에도 퇴폐적이고 지나친 정사 장면이 많다는 이유로 1차 본편 검열에서 불합격하여 제작사의 대규모 재편집으로 겨우 검열을 통과한 <야행>(1977), 안보상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중앙정보부의 검열을 두 차례나 받은 <까치소리>(1967), 인간의 어두운 면이 “북괴”의 역선전에 악용될 위험이 있다는 중앙정보부의 경고를 받은 <수전지대>(1968) 등 다양한 검열의 상흔을 이 컬렉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김수용 영화의 검열서류 원문은 28일(수)부터 영상자료원 한국영화데이터베이스(KMDb, www.kmdb.or.kr) 컬렉션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컬렉션에 대한 약 300쪽 분량의 해제 분석 글을 내려받을 수 있다.
[사진=한국영상자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