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선 감독의 청불(청소년관람불가)영화 '늑대사냥'은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극악무도한 범죄자들을 특별히 개조한 화물선에 태워 한국까지 이송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아비규환의 하드보일드 서바이벌 액션 영화이다. 부드러운 노래를 부르고 말랑말랑한 로맨스를 펼치던 서인국이 끔찍한 살인마로 분한다. 서인국은 온몸이 문신(타투)이고, 욕을 입에 달고 살며,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사람을 마구잡이로 죽인다. 지난 주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고 곧바로 시사회를 거쳐 21일 개봉했다. 개봉을 앞두고 토론토에서 막 돌아온 서인국 배우를 만나 ‘영화이야기’와 아티스트의 삶에 대해 들어보았다.
Q. 극악무도한 빌런을 연기했다. 소감이 어떤가.
▶서인국: “정말 ‘순수 악(惡)’ 그 자체를 연기했다. 오직 심플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엄청난 욕망보다는 심플하게 그 역할을 하는 게 오히려 재밌었다.”
Q. 종두라는 인물에 대해 나름 분석해 보았는지.
▶서인국: “그에게도 전사가 있을 것이다. 그는 단순하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 인격체나 존중, 이런 것이 없다. 자기가 하고자 하는 것은 그냥 내지르는 짐승 같은 놈이다. 내가 잘 못 알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곰들도 생존만이 아니라 오직 괴롭히려고 사냥을 하는 경우가 있다더라. 종두는 그런 짐승에 가깝다.”
Q. 개봉을 앞두고 VIP시사회가 열렸다. 누굴 초대했는지.
▶서인국: “드라마 ‘미남당’을 함께 찍은 배우들. 그리고 <파이프라인> 같이 한 배우들. 촬영일정이 있어서 참석하지 못한 배우도 있다.”
Q. 영화를 보고나서 반응이 어땠는지.
▶서인국: “두 가지다. 너무나 자기 취향이라면서 재밌었다는 사람이 있고, 영화에서 보여주는 장면들이 너무 힘들었다는 사람도 이다. 그런데 재밌었다고 하더라.”
Q. 전신 문신을 했다.
▶서인국: “타투 하는 것이 너무 재밌었다. 내겐 없으니까. 사실 하나 있긴 하다. 조그맣게 하나 있다. (어디?) 연기를 하다가 왼쪽을 자주 다친다. 넘어질 때 본능적으로 꼭 그 방향이다. 그래서 ‘그만 다치자’며 타투를 하나 했다. 골반 밑에.”
Q. 타투 디자인은 누구 의견인가.
▶서인국: “감독님이 가슴에는 무조건 있어야한다고 했다. 목에는 비늘 같은 패턴이 있다. 내가 목이 좀 길다. 뱀 비늘 같이 묘하게 나온 것 같다. 종아리 빼고는 전신에 타투를 했다. 옛날에는 일일이 그려서해야했단다. 요즘은 스티커로 붙인다. 3시간 정도 준비 과정이 필요했다. 뱀의 눈처럼 강렬했다.”
Q. 이런 수위가 높은 고어물을 평소 보는지.
▶서인국: “보는 편이다. 이전에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생각난다. 그게 더 적나라하잖은가. 우리 작품에선 피가 극적으로 표현된다. ‘파이널 데스티네이션’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고, ‘쏘우’도 그렇다. ‘쏘우1’이 그랬던 것 같다.”
Q. 본인의 눈빛에 대한 평가
▶서인국: “이전에 다른 작품할 때는 나의 눈빛에 신경을 썼었다. 숨기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종두를 연기하면서 내가 가진 것을 더 이용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눈에 대해서는 어릴 때부터 콤플렉스가 있었다. 요즘이야 매력으로 봐주지만. 감독님이 그걸 좋게 봐주셨다.”
Q. 앞으로도 이런 악역 제의가 온다면 할 것인지.
▶서인국: “종두를 연기하면서 악함의 끝이 어디일까 궁금해졌다. 이보다 더 파격적인 작품 출연 제의가 온다면? 당연히 할 것이다. 배우니까. 그 캐릭터가 매력적이라면 종두보다 더 파괴적이라고 하더라도 기꺼이 할 것이다. 난 종두를 연기하는 것이 즐거웠다.”
Q.뒤태지만 전신 누드도 마다하지 않았다.
▶서인국: “만약 그런 게 불필요한 신이었다면 망설였을 것이다. 작품에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연기할 것이다. 물론 당연히 부담 되고 걱정도 되지만. 그게 내 직업이니까.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기준이 높다. 완벽주의까지는 아니지만 내가 이루려고 하는 목표가 있다. 만들려고 하는 모습이 아닐 때는 화가 난다.”
Q. 악역은 처음인가.
▶서인국: “연기 시작한지 10년이 되었다. 연기 시작할 때부터 악역을 해보고 싶었다. 내 또래는 다들 그런 생각이 있더라. 이번에 타이밍이 맞은 것 같다. 이전에 제의가 있었지만 매력을 못 느꼈었다. 종두는 욕망을 가진 악행이 아니라, 이유도 딱히 없는 악행이라서 더 매력적이었다. ‘타고난 짐승’.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악역이었다.”
Q.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지
▶서인국: “액션영화를 좋아한다. 통쾌하잖은가. 시간순삭이고. 멜로를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울 때도 있다. 영화와 드라마는 그게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중간에 갈등구조가 있다. 그게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가끔씩 울고 싶을 때는 멜로를 본다”
Q. 원래 눈물이 많은 편인가.
▶서인국: “‘라바’보고도 울었다. (인생영화는?) 로빈 윌리엄스 나왔던 ‘천국보다 아름다운’ 어렸을 때 본 영화인데 옛날 영화 특유의 호흡이 있다.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절대적인 사랑을 표현했다.”
Q.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먼저 상영되었다. 직접 참석해 본 소감은?
▶서인국: “영화제는 처음 참석해 보았다. 토론토는 훌륭했다. 제 인생에서 이런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이 짜릿했다. 12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시사회를 가졌다. 이전에 오페라를 하던 극장인 것 같았다. 저도 관객들과 함께 소리 지르면서 봤다. ‘으악’ 하면서. 영화가 끝나고 환호성이 터져 나오니 신기했다. 마치 축제 같았다. 무대 올라가서 질문 받고 하는 게 재밌었다. 이런 훌륭한 경험을 해보다니. 인생이 뿌듯해지는 것 같았다.”
Q. 토론토에서 특별한 경험은?
▶서인국: “혼자 숙소 뒤에 있는 공원을 찾았다. 푸드 트럭에서 먹을 것 주문하고, 먹방 유튜브를 찍었다. ‘푸틴’이라는 음식이랑, 치즈버거, 영어를 잘 못해 마실 것은 따로 주문하지 못했다. 편집해서 곧 올릴 것이다.”
Q. 종두가 펼치는 액션은 어떤 액션인가.
▶서인국: “간결함. 뭔가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 ‘이 사람을 파괴시켜야지’하는 일념으로 수갑을 풀자마자 그 사람의 귀를 물어뜯잖은가. 그런 액션이다. 상대를 파괴시키려는 잔혹성을 가졌다. 그 역할을 하면서도 어렵지 않았던 것은 종두는 첫 등장부터 퇴장까지 감정상태가 일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죽이면서도 딴 특별한 감정을 못 느낀다. 그런 심플한 감정에서 재밌게 연기를 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것이 있었지만 말이다.”
Q. '청불영화'지만 작품에서는 피가 그야말로 퍼붓는다.
▶서인국: “피가 흥건했다. 모니터로 보면 끔직하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단내가 날 정도였다. 소품으로 쓰이는 핏물에는 물엿 같은 게 들어간다.”
Q.영화의 폭력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
▶서인국: “감독님이 인간성과의 관계에 대해 말하셨다. 폭력은 폭력을 부른다고 하잖은가. 영화도 그런 식으로 흘러간다. 종두도 그렇고, 알파도 그렇고, 모두가 그렇다. 누군가를 파괴한다는 것은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아티스트로 계획은
▶서인국: “2009년 슈퍼스타K로 데뷔했으니 올해로 13년, 연기는 10년째이다. 달달한 서인국을 기억하시는 팬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도 작곡 팀이랑 함께 작업하고 있다. 조만간 앨범 내고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이런 영화에도 이런 잔인한 연기도 했고, 데뷔한지도 꽤 되었으니 이제 깜찍하거나 ‘귀염뽀짝’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사실 저는 귀엽고 싶지 않았다. 자본주의적 프로듀싱에 의한 ‘귀염뽀짝’이었다.”
Q. [나 혼자 산다]에서 일상을 보여줬었다.
▶서인국: “요즘은 인테리어에 푹 빠졌다. 집 꾸미는 데 온통 신경을 쏟고 있다. 집에서 그림 그리고. 지점토로 액세서리 만든다. 예전에 게임을 많이 했었는데 요즘은 재밌는 게 없어서 자연스레 끊었다. 집은 예전처럼 지저분하지 않다. 집 꾸미기에 관심을 가지다보니 흐트러진 것을 못 보겠더라.”
Q. ‘늑대사냥’ 관람을 망설이는 분들을 위해 한 마디 한다면.
▶서인국: “일단은 이 영화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아예 없었다고는 못하겠지만, 흔히 볼 수 없는 특별한 장르의 영화이다. 배우들이 열연을 펼친다. 극장에서 즐길 충분한 요소가 있다.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기보다는 극장에서 그 느낌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품이다.”
Q. 영화와 드라마를 찍으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면 ?
▶서인국: “영화나 드라마나 임하는 자세, 시선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주어진 시간 동안 작품을 찍는다. 그 안에 시스템적으로 분명 다른 것이 있다. 작품을 하나씩 하면서 점점 더 많은 욕심이 생기더라. 저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눈치도 생겼다. 앞으로 만나보고 싶은 작품이나 캐릭터도 있다. 디테일한 표현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에 토론토의 큰 극장에서 영화를 보면서 더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Q. 배우로, 공인으로 살면서 포기하는 게 있는지.
▶서인국: “혼자 술 먹을 때 그런 생각을 하는데.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다. 스스로 질문을 던져본다. 이걸 뒤집어 생각해도 같을 것이다. 연기하고 노래하기 위해 뭔가 포기하는 게 있고, 반대로 그것 때문에 연기하고 노래하는 것을 포기하는 게 행복할까.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지금 가진 것을 더 극대화해서, 더 잘 해 내는 것이 더 행복해지는 것이다.”
Q. 앞으로 정해진 일정은?
▶서인국: “영화는 한 편 찍었고, 다음 작품은 신중하게 고르고 있다. 콘서트도 생각 중이다. 앨범은 작업 중인데 언제 발표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기간을 정해놓고 작업을 하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더라. 괜찮은 곡이 나왔을 때 앨범을 낼 생각이다. 조금씩 나오고 있다. 내년 초 나오지 않을까 한다.”
영화를 연출한 김홍선 감독은 '늑대사냥'을 3부작으로 생각했었단다. 각자의 개인사들을 보여주는 '프리퀄'과, 그런 인물들이 한 배에 타게 되는 본 작품 ‘늑대사냥’, 그리고 ‘프론티어 타이탄’에서 살아남은 존재들의 이야기를 다룬 '시퀄'까지. 서인국은 어떻게 될까. 어제 개봉된 ‘늑대사냥’은 그동안 극장가 흥행 톱을 지키던 <공조2:인터내셔날>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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