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목) 저녁 7시 40분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돈 되는 물고기 - 가을바다의 전설, 조기'가 방송된다.
서해를 황금빛으로 물들이며, 돈이 되는 물고기로 위세를 떨쳤던 주인공이 있다. 제사상에 올라 절받는 물고기로 불렸고, 임금님부터 서민까지 누구나 즐겨 먹던 국민 밥도둑, 조기는 ‘파시’라 불린 황금 어시장의 시대를 열었던 주역이었지만 남획과 환경의 변화를 견디지 못하고 점차 사라져 버린 사연 많고, 추억도 많은 생선이다. 서해안 사람들의 삶과 애환을 품어온 '조기'의 추억과 사연을 만난다.
● 그 많던 조기는 다 어디로 갔을까 – 위도 조기 파시의 추억
조기의 전설이 시작되는 곳은 ‘칠산바다’이다. 신안군 임자도에서 부안군 위도 일대에 이르는 이 바다는 일곱 개의 섬이 모여있다 해서 칠산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제주에서 겨울을 보낸 조기는 봄이 되면 산란을 위해 북상하는데 그 길목에 자리잡은 칠산바다는 조기 황금어장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꽃게가 귀한 대접을 받는 지금과 달리 고기 취급도 못 받던 때가 있었다는데. 어종이 풍부해 귀한 조기가 득실득실했던 시절 돈 담을 데가 없어서 자루에 담았다는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우스갯소리로 전해올 뿐이다. 그 많던 조기는 어디로 갔을까? 조기떼를 따라 팔도에서 몰려든 사람들도 섬 전체가 들썩였고 좁은 골목마다 장사진을 이루었다. 파장금 골목에는 파시 때 성행했던 요릿집 터만이 옛 영광을 간직하고 있다.
칠산바다에서 조기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건 70년대 초였다. 남획으로 씨가 마른 조기들은 바다의 환경까지 바뀌게 되자 먼 남쪽으로 서식지를 옮겼다. 조기잡이의 주 무대는 제주 인근 해역. 금어기가 끝나는 이맘때부터 이듬해 봄까지 제주 인근 해역으로 조업을 나갔다 돌아온 어선들로 항구가 북적인다. 자체적으로 4개월간 금어기를 지정해 조업해온 덕에 예전만은 못하지만 어획량이 평년 수준에 머문다고.
국내 조기 위판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목포항. 가을조업이 시작되고 배에서 내린 조기를 선별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일일이 눈으로 보고 선별했던 전과 달리 요즘은 기계로 무게를 측정해 선별하는데. 기계로 선별해도 크기와 무게별로 나누어 상자에 담는 건 사람의 몫. 노련한 솜씨로 조기를 담는 손길이 빨라진다. 오후 5시부터 새벽까지 꼬박 밤새워 선별작업을 마치면, 이제 조기들이 주인을 만날 차례다.
● 조기, 굴비가 되어 전설이 되다
서해에서 잡힌 조기는 법성포에서 굴비(屈非)라는 새 이름을 얻는다. 소금에 절이고 바람에 말리면 오래 보관할 수 있는데다 꼬릿꼬릿 오묘한 감칠맛이 더해진다. 법성포는 칠산 조기어장이 가깝고 염전이 발달해 소금을 구하기 쉬워서, 굴비 만들기 최적의 조건이다. 세종실록에는 법성포 조기가 세금으로 사용됐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조기는 소금에 절이고 말려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제 모양을 갖추고 있어 ‘군자의 생선’이라고 불렸다. 독이 없어서 내장 째 다 먹을 수 있는 것도 생선 중 으뜸으로 꼽는 이유이다.
전라남도 영광군 법성포. 법성포 굴비거리에 여전히 많은 가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예전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나무걸대에 굴비 말리던 풍경은 사라지고 지금은 실내 냉동실에서 영하 40도 냉풍에 반건조로 말리고 있다. 바뀐 세월에도 변하지 않는 건 전통 염장법인 ‘섶간’으로 조기를 절인다는 것! 굴비 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작업이어서 섶간만큼은 고수하고 있단다.
‘굴비’로 변신해 전설이 되어가는 조기 이야기는 15일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