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잃은 엄마 앞에 공포란 감정 따위가 존재할 수 있을까. 영화 '리미트'(감독 이승준)는 유괴된 아이를 찾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소은(이정현 분)의 이야기가 그려지는 작품이다. 인터뷰로 만난 이정현은 실제로 아이를 최근 출산했기에 작품의 주인공이자 엄마 소은의 마음에 한껏 이입했다. 누구보다도 아이를 사랑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이는 그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와 동시에 작품 속 실종아동에 관련된 문제 또한 언급했다.
Q. 실제로 아이를 최근 출산했고 4개월 만에 복귀라는, 큰 결단을 내렸다. 힘들지는 않은가?
일 중독인가 보다.(웃음) 임신 때 일을 못해서 너무 힘들었다. 입덧을 6개월이나 해서 먹다가 토하기도 했다. 배가 나온 뒤로는 아무것도 못했다. 그래선지 출산하고 마취 끝나자마자 연상호 감독님한테 문자를 보냈다. 감독님이 놀라셔서 쉬시라고 답장하고 그랬다.(웃음) 나는 일이 활력이 된다. 마침 출산하자마자 영화 '리미트'도 개봉하고 (연상호 감독님의) 새 작품도 들어가게 되어서 너무 좋다.
Q. 엄마가 된 후 인간으로서,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는가?
이해심이 많아졌다. 이전엔 상대방 실수를 보면 "왜 저렇게 생각하지?" 이러면서 반감을 가졌는데 지금은 무슨 일이 생기든 상대방 입장에서 먼저 생각을 하게 되더라. 이해심이 깊어지고, 시야도 넓어진 것 같다.
Q. 엄마로서 실종아동에 대해 다룬 영화 '리미트'를 촬영하며 힘들었던 부분이 많았을 것 같다.
감정적인 부분에서 많이 힘들었다. 오히려 액션보다 아기를 잃어버렸을 때 엄마의 속상한 마음을 연기할 때 힘들었다. 그래도 내 연기 스타일이 계속 빠져있는 편이 아니어서 다해이었다. 촬영할 때만 힘들었고 컷 할 때가 괜찮고.
Q. 그러한 감정 연기가 가장 극대화된 신이 처음 자신의 아이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를 찾아헤매는 신이었던 것 같다.
맞다. 지금 실제로 아기를 낳고 보니, 영화의 아이가 내 아이라고 생각하니 그때의 감정보다 배로 힘들더라. 촬영 당시에는 생각한 것보다 더 세게 감정을 표출해서 연기했다. 나 같아도 엄마이기에 소은처럼 끝까지 범인은 찾아 나서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엔딩 크레디트에 실종아동들의 사진이 나올 때 부모님의 심정이 어떨지 생각하니 울컥했던 것 같다.
나도 진짜 놀랐다. 1년 이상 장기 실종되는 애들이 너무 많고 아이들을 대부분 못 찾는다고 하더라. 21세기에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공공요금 용지 같은 것에 실종아동의 모습이 프린트되어 있지만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다. 나라에서 좀 더 정식적으로 노출을 시킬 수 있게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아쉽다.
얼마 전 실종아동 홍보대사하면서 어머니들을 만났는데 어머니들이 영화를 보고 펑펑 우시면서 "내가 느낀 감정이 이 감정"이라고 하시더라. 연기 잘 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속상했다. 이 영화가 해외에도 많이 선보여져서 엔딩 크레디트에 뜨는 아동들이 혹시 해외에 있다면 그 아이들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한편, 영화 '리미트'는 현재 극장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