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가 단단한 여성 배우 이정현이 새로운 작품으로 극장가에 돌아왔다. 그는 영화 '리미트'(감독 이승준)에서 자식을 사수하기 위한 분투를 이어나가는 엄마 소은 역을 맡았다.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서 영화 '리미트' 속 들어가있는 메세지들과 여성 배우로서의 마음가짐까지 들어봤다.
Q. 영화가 드디어 개봉한다. 결과물에 대한 소감은 어떠한가?
속도감이 있어서 좋더라. 그래서 관객분들이 좋아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야기가 빠진 것이 아쉬운 부분은 있다.
Q. 등장인물들의 전사가 안 나오는 부분이 나도 아쉽긴 했다. 만약 추가 설정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이 들어갔었으면 좋았겠는가?
원래 시나리오에서 소은은 멋있고 무술도 잘하는 경찰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현실감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서 현실적인 캐릭터로 바꾸자고 제안을 했다. 경찰 공무원 시험을 턱걸이로 붙은 여자였으면 좋겠고 허당이었으면 좋겠고 남편이 빚을 남기고 사고로 죽어서 어쩔 수 없이 열심히 살려고 다단계까지 투자를 한다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원래는 경찰서 안에서 왕따 당하는 장면도 있었는데 빠져서 그것이 아쉽더라. 그래도 그런 장면이 빠져도 전개가 빨라서 재밌었던 것 같다.
Q. 단순히 '엄마는 강하다'라는 말을 떠나, 작품 속 세 여성 캐릭터들은 자신의 가족 혹은 가족 같은 이들을 지키기 위해 서로를 고군분투한다. 이러한 점이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여성 서사의 영화와의 차별점이 아닌가 싶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범죄 스릴러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데 대부분 남성이 주인공이었는데 이번에는 여자 주인공들이었다. 여성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있다. 여성 영화가 너무 없어서 그렇다. 남성 배우들도 있지만 여성 배우들도 다들 연기를 잘 하는데 기회가 많이 없는 것에 대해서 아쉽다. 여성 캐릭터가 주인 스릴러 영화가 잘 제작이 안 되는데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반가워서 이 작품은 꼭 해야겠다 싶었던 것 같다.
Q. 여성 캐릭터들이 주가 되지 않는 영화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긴 하다. 여성 배우로서 고민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계속 주연을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남성 배우들은 나이 들어서도 멋진 주연을 많이 하는데 여성 배우분들 중에는 윤여정, 김혜자 선생님밖에 없는 것 같다. 여성 캐릭터도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게 작품이 생산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걱정이 많아서 매번 맡은 작품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Q. 소은에 몰입하기 위해 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고 들었다.
처음 캐릭터를 만들 때 박명훈 오빠랑 액션신에서 붙을 때 더 왜소해 보여야 될 것 같았다. 의상도 어깨가 쳐져 있고 목선 보이고 뼈가 보이는 콘셉트를 많이 잡았다. 육아하면서 일까지 하면 화장할 시간도 없으니 기미도 많아진다. 이 작품에서 나는 안 예쁘게, 현실감 있게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고 머리도 파마하고 다크서클도 그렸다.
Q. 문정희, 진서연 배우와의 합이 스크린에 잘 구현된 것 같은데, 함께 연기한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가?
몇 작품 같이 한 배우들처럼 NG도 안 나고 다들 자기 캐릭터에 열정이 있었다. 문정희 언니 같은 경우에는 얼굴 찡그리고 하는 아이디어들도 냈는데 너무 좋았고 현장에 항상 활력이 넘쳤다. 서연이도 슛 들어가기 전에 "언니, 난 이렇게 할 건데 언니는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말도 해서 고마웠다.
Q. 막내인 박경혜 배우도 빠질 수 없을 것 같다. 후배 배우와의 작업은 어떠했는가?
막내였기에 현장에서도 제일 막둥이처럼 귀엽게 재롱도 많이 떨었다. 그래서 예뻐하는 후배다.(웃음) 권상우 오빠랑 출연했던 '두 번 할까요?'라는 박경혜 배우와 영화를 같이 찍었다. 박경혜 배우 정말 잘 한다고 감독님한테도 적극 추천했었다. 촬영하면서 박경혜 배우의 헤어스타일이 너무 부러웠다. 해보고 싶은 캐릭터였는데 잘 하더라.
Q. 거의 스턴트 없이 액션 연기를 했다고 들었다. 힘들지 않았는가?
멋있는 액션이 아니라 막 싸우고 힘으로 제압하는 액션이었다. 이전부터 체력 단련은 다 해서 유연성이 있어 사고가 안 났던 것 같다. 박명훈 오빠도 합이 잘 맞았다. 처음이었는데 서로 크게 안 다치고 촬영 마쳐서 다행이다.
산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찍느라 쿠션이 좋은 땅을 연출부와 함께 찾아다녔다. (웃음) 산에서도 굴러보면서 찍고 그랬다.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되더라. 내가 직접 해야 호흡도 더 살아날 것 같았다.
Q. 듣고 보니 운동을 좋아하는 것 같다.
운동 너무 싫어한다.(웃음) 어쩔 수 없이 한다. 개인 건강에도 너무 좋으니까 건강하게 출산도 하고 회복도 빠르지 않았나 싶다.
Q. 마지막으로, 영화 '리미트'를 찾아줄 관객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포인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흡입력이 좋은 영화니 아무 부담 없이 오셔서 보셨으면 좋겠다. 영화 티켓값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수요일 문화의 날을 이용해서 보러 와주시면 너무 좋겠다.(웃음)
영화 '리미트'는 31일(오늘) 개봉해 극장에서 상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