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최 끝이 보이지 않는 논란 속 '스트릿 맨 파이터'의 첫 방송이 공개됐다.
'스트릿 우먼 파이터'(이하 '스우파')의 열기를 이어갈 '스트릿 맨 파이터'(이하 '스맨파')가 야심차게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스맨파'는 방영 전부터 여러 가지 논란에 휩쓸리며 누리꾼들의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했다.
첫 번째 논란의 주자는 MC를 맡았던 강다니엘이었다. '스맨파'의 MC인 강다니엘 또한 지난 7월 '스맨파' MC 합류 소식이 알려진 후프라이빗 메시지를 통해 "진짜 솔직히 말하면 남자들이라 편하다", "기 안빨려서 행복하다", "화장도 아이라인 빡 하신 누님들인데"라고 언급한 사실이 드러나 많은 이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후 논란이 가중되자 그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긴장되고 떨렸다는 본의를 지나치게 과장되게 표현해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며 사과문을 남겼다.
하지만 MC에 이어 기어이 CP까지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첫 방송 전 열린 '스트릿 맨 파이터' 제작발표회에서는 제작 총괄을 맡은 권영찬 CP가 '스우파'와 '스맨파'의 차이에 관해 "여자 댄서들의 서바이벌에는 질투, 욕심이 있었다면 남자 댄서들은 의리와 자존심이 보였다"고 언급해 철저히 남성의 시각으로 바라본 편견 섞인 발언으로 질타를 받았다.
강다니엘과 비슷한 수순으로 권영찬 CP의 발언에 대해 엠넷 제작진은 '스맨파'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사과문을 전했다. 스맨파 측은 "일부 제작진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불편함을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사과드린다"며 실망한 이들에 대한 사과를 건넸으나 여전히 여론의 비난은 거셌다.
결국 불매 논란까지 일면서 나쁜 의미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스맨파'가 지난 8월 23일 첫 방송이 방영됐다. '스맨파' 1화에서는 지난해 여름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스우파' 신드롬을 일으키기 위한 여러 남성 댄서들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방송의 퀄리티가 좋았다면 아마 대중의 선택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방송의 퀄리티에 관해서도 좋은 이야기가 해줄 수 없다. '스맨파'의 포맷은 '스우파'와 비슷하다 못해 똑같다. 크루들이 차례대로 입장하고 서로의 예상 순위를 매기면서 했던 발언이 담긴 영상을 서로를 대면한 상태에서 보게 된다. 하지만 '스우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정말 치고박고 싸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점이다. 욕설이 난무하는 현장에서 댄서들의 발언은 삐 처리가 된 소리가 대부분이고 서로를 향한 리스펙은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그나마 포맷이 바뀌었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크루가 입장하기 전 자신들보다 능력치가 떨어진다고 느껴지는 크루의 방에 침입해 방을 어지를 수 있다는 룰이다. 하지만 서로의 방에 걸려 있는 사진을 훼손하고 기물을 부수는 등 선을 넘는 행동들을 유발하는 이 룰의 존재 이유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
이어 걸리시 댄스를 추는 크루 어때의 멤버들을 향한 혐오를 담은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일삼는 타 크루의 발언들이 그대로 방송에 방영되며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의 비난까지 샀다. 방송 클립 영상이 올라온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어때를 향한 위로의 댓글이 넘쳐났다.
제작발표회에서 권영찬 CP가 언급했던 '남자들의 의리와 자존심'이 대체 이 프로그램의 어느 부분에 존재하는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점은 '스맨파'에는 서로를 향한 인간적인 존중이 없는, 그저 혐오만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이다.
(나쁜 의미로) 역시 엠넷이랄까. 악마의 편집에서 빠질 수 없는, 새로운 빌런의 등장 또한 진부하다. 거의 엠넷이 주목하고 키우는 새로운 빌런 인재라고 불릴만한 위댐보이즈 크루의 인규는 모든 크루들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이어나가며 악마의 편집 재료를 부단히 생산했다. 엠넷의 방송 포인트를 이용해 방송 줌심에 서려고 잡은 콘셉트인지는 모르겠으나 뻔하디 뻔한 악마의 편집에 이제 슬슬 넌더리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화에서 그나마 볼거리를 찾는다면 화제의 무대는 단연 프라임킹즈의 리더 트릭스와 앰비셔스 크루의 리더 오천, 최강 배틀러들의 레전더리 배틀이었을 것이다. 두 크루를 대표하는 리더의 대결이었기에 프로 배틀러들의 고난이도 배틀이 펼쳐졌고 이는 '스우파'에서도 우리가 열광했던 진정한 댄서들의 대결이었기에 보는 이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논란 속에 공개된 첫 방송, 무사히 지나가나 싶었지만 그렇다면 '스맨파'가 아닌 모양이다. '스맨파'에 출연하고 있는 YGX 크루에 속한 댄서 박현세가 네티즌에게 뭇매를 맞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는 최근 음악방송 1위를 휩쓸고 있는 걸그룹 '뉴진스'의 'Hype Boy' 커버 영상을 올렸으나 커버 영상이라고 하기에는 희화화하는 움직임과 일부러 짓는 우스꽝스러운 표정, 마치 뉴진스를 희롱하는 듯한 모습으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더불어 '뉴찐따스 데뷔 실패'라는 문구와 함께 올려진 영상이기에 비난을 가중시켰다.
이후 비난 댓글이 무수하게 달리기 시작하자 박현세는 곧바로 영상을 내리고 SNS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지만 동영상은 이미 유튜브와 다양한 SNS 채널에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했다. 이는 'Hype Boy'의 안무를 제작한 동료 댄서 블랭키에 대한 존중이 없는 행위이기도 했으며 이 안무를 사랑해 다양한 커버 영상을 진심으로 올리던 뉴진스 팬들의 심기 또한 제대로 건드렸다.
하필이면 뉴진스 'Hype Boy' 뮤직비디오 중 혜인 버전에서 혜인이 짝사랑하던 남자 아이가 혜인이 춤을 추는 장면을 우스꽝스럽게 따라 하는 장면을 보고 정이 떨어져버리는 이야기로 구성되었기에 네티즌들은 "뮤직비디오를 보고도 정신을 못 차리냐"는 질타를 이어나갔다. 이에 YGX 크루의 중심, 권트윈스(댄서명 도니/드기)가 멤버에 대한 어떤 선택을 내릴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불과 지난 몇 달 동안 벌어진 논란만을 정리만 하는데도 작성하는 것에 꽤 오래 걸리는 기사다. 그 정도로 이 예능 프로그램의 내용, 구성, 출연진 선정 등 총체적인 난국인데다 이 예능 프로그램의 결과물이 과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빛나는 이들을 더욱 빛나게 하도록 뒤에서 열심히 일하는 댄서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선사한 '스우파'가 힘겹게 양지에 일궈놓은 결과물을 추락시키는 예능으로밖에 비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스맨파'일지라도 참가자들 중 누군가에게는 간절함이, 누군가에게는 사명이 담긴 서바이벌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만큼 제작진은 프로그램에 대한 사과문만을 기계적으로 내놓을 것이 아닌, 계속 똥물이 끼얹히는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해 봐야 한다. 이대로 문제가 고쳐지지 않고 방영된다면, 인기 프로그램의 다음 시리즈인 만큼 누구보다도 신중해야 했던 프로그램을 망친 이유에 대해 대중들은 결국 성인지 감수성과 상식이 부족한 제작진을 향해 화살을 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