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경표 ⓒ 싸이더스 제공
배우 고경표는 지난 제75회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내년에 공개 예정인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커넥트'의 주연으로 출연해 누구보다도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는 대세 스타로 떠올랐다. 거장들이 사랑하는 배우, 고경표의 까도 까도 넘쳐나는 양파 같은 매력을 인터뷰를 통해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Q. 거장들의 작품에 대거 출연했다. '헤어질 결심' 이후 많은 좋은 반응들이 나왔을 것 같다.
'헤어질 결심'은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던 작품이다보니 (인터뷰 때도) 괜히 무게를 잡게 되더라.(웃음) 이런 분위기였다가 지금은 곧 개봉하는 영화 '육사오'의 천우처럼 변해있는 것 같다. '헤어질 결심' 때 나는 그렇게 못느꼈는데 주변에서 고경표 눈에 많이 띈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같이 영화를 배우고 공부했던 친구들이 나에게 호의적이지 않았는데(웃음) 감독님의 영향인지 연기의 영향인지 내 연기까지 좋게 봐줬더라. 그 친구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너무 뿌듯하더라. 맨날 놀리기만 하던 친구들인데 진심으로 이야기 해줘서 너무 좋았다.
Q. 그렇게 탄생한 좋은 연기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향이 있었는가?
'헤어질 결심' 속에서 수완이 나올 때는 분위기가 환기되는 느낌이었다. 그런 면들을 맞추는 것에 있어서 감독님의 디렉션이 가장 큰 역할을 한 것 같다. 말의 어미 처리로도 전달하는 바가 달라진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다. "남편이 죽었는데 안 놀랐대"라는 대사가 있는데 감독님이 리듬을 알려줬다. 망설이는 단어가 아니라 컴팩트하고 확실한 전달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 장음과 단음의 구분을 확실하게 지어야 중요하다고 하셨다.
배우 고경표 ⓒ 싸이더스 제공
Q. 박찬욱 감독에 이어 이번엔 미이케 다카시 감독과의 협업에 나섰다. 디즈니 플러스에서 공개 예정인 '커넥트'에서 정해인 배우와 공동 주연을 맡았다.
너무 좋다. 'D.P.'이후로 호흡을 다시 맞추는 게 좋더라. 정해인 배우의 추천으로 미팅이 성사가 됐다. 너무 나한테는 감사한 일이었다. 이번 작품에도 또 만났는데 보는 사람들이 뻔해 보이면 안될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이 기억난다. 그래서 '커넥트'에서 새로운 모습들을 보여줄 것 같다.
Q. 배우를 넘어 인간으로서 무언가를 성취하면 그 이상에 더욱 욕심이 생기는 순간이 오지 않는가?
어느 순간 주연을 해보고 나서 꼭 주연을 고집해야 하나 생각했다. 나는 배우를 하고 싶지 주연을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 출연, 단역, 조연 안 가리고 나를 써주는 분들이 있다면, 상황적으로 스케줄만 겹치지 않으면 꽉 채워서 하고 싶다. 그 캐릭터들을 다 다르게 하고 싶고 그걸 마주하는 관객들의 반응도 기대가 된다.
Q. 지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때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이 내한해서 인터뷰를 나눴는데 고경표 배우님 칭찬을 많이 하더라.
감독님과 대화를 나눴는가? 일본어를 정말 잘하시나 보다.
Q. 통역사가 있었다. 고경표 배우는 (좋은 의미로) 정말 편견이 없는 것 같다.(웃음)
아…죄송하다. 오... 그 생각을 왜 못 했을까!(웃음)
Q.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과의 협업은 어떠했는가?
너무 좋은 어른이다. 실제로 연기 굉장히 잘 하신다. 확실히 일본의 정서와 한국의 정서는 다른 점이 있지만, 가끔 시연을 하실 때가 있다. 리액션이나 반응에 있어서 에너지가 넘친다. 양동근 배우도 출연하는데 그를 한 손으로 끌고가는 장면이 있었다. 나 스스로 안 될 것 같은데 미이케 다카시 감독님이 잡아서 끌고 가시더라. 내가 해보니까 무거웠는데 힘도 진짜 세시고 지치지도 않으시고 배려심이 엄청나셨다.
너무 좋은 어른이었다. 헤어질 때 울컥했다. 또 만나고 싶었다. 서글서글하게 해주셨고 나한테 장난 많이 치셨다. 한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이 현장에 오신 적이 있었다. 나를 인사시키려고 부르시더라. 그러고 앞에서 "이 애 귀엽다"며 볼살 잡으면서 귀엽지 않냐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귀여움 받고 있구나, 예쁨 받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배우 고경표 ⓒ 싸이더스 제공
Q. '헤어질 결심'에 이어 '커넥트'까지. 이제 글로벌 스타라는 이름을 붙여도 될 것 같다. 앞으로의 포부는 있는가?
욕심이 크게 없다. 지금 크게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글로벌하게 유명해져서 여행가면 알아보면 힘드려나.(웃음) 그런데 이미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 문화 시장에 영향력을 끼치고 있어서 나도 거기에 낄 수 있으면 좋은 일인 것 같다. 상상하고 꿈꿔본 적도 없는 일인데 자긍심도 생기고 좋은 기회가 되어서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Q. 배우로서의 남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일까?
나도 철없이 지냈던 시절이 있다. '개버릇 남 못 준다'라는 말을 싫어한다. 노력하면 충분히 없앨 수 있다. 사고가 굳어 있는 분들이 몇분 계신다. '나는 성인이 됐고 변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사람. 나는 타협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작품 하나 끝내고도 느끼는 바가 많은데 사람은 계속해서 변한다고 생각한다. 그 변화가 끊기질 않기를 바란다.
배우로서 목표는 다 이뤘다. 주연도 해봤고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작품 장르도 여러 가지 해봤다. 배우로서 바랐던 건 이미 다 누렸다고 생각한다. 나는 기준이 항상 높거나 크지 않아서 지금처럼만 사람들에게 쓰임 있는 배우고 신뢰를 줄 수 있는 배우였으면 좋겠다, 차근차근 내 일을 묵묵히 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요즘 "인생은 마인드 게임"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 기준은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요즘 "오히려 좋아"라는 말을 좋아한다. 힘이 있는 말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