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죽굴도, 그대와 둘이서’ 편이 방송된다.
전남 완도, 땅끝 해남보다 멀고 여객선도 없는 섬, 죽굴도. 한때 50여 명이 살았지만, 파도가 워낙 험해서 이제는 두 가구만 산다. 그런 곳에 7년 전, 김일호(59), 소정숙(54) 부부가 들어왔다.
이곳에서는 조그마한 가게도 하나 없다. 그래도 부지런하면 해초며 물고기며 먹을 것이 지천인 섬이다. 이 섬에서 부부는 마음껏 잡고, 먹고, 사랑한다. 결혼 24년 차에 이럴 수가 있나 싶다. 실상 부부가 죽굴도에 들어오기까지 사연도 많고, 파란도 깊었다. 꽃다운 스무 살에 노화도로 시집온 정숙 씨. 먹이고 입힐 시동생들은 많은데 그 와중에 시부모님의 병시중까지.. 고생고생하며 살림을 일궜건만. 어느 날 덜컥 남편은 2억이라는 큰돈을 사기당했다. 이후 부부의 갈등은 깊어졌다. 일호 씨는 일방적으로 이혼을 선언하고 집을 나가 떠돌이 생활을 했다. 일호 씨는 꼬박 1년을 고생한 끝에 무릎 꿇고 정숙 씨를 찾아왔다. 부부는 다시 손을 잡았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자 다짐했다. 그렇게 부부는 죽굴도로 들어갔다.
척박한 섬에서 부부는 인부도 없이 집을 지었다. 다른 사람들은 상상도 못 할 생고생의 시작이었다. 생명줄이던 큰 우물은 마르고, 식재료로 쓰던 텃밭의 작물들은 바싹 말라 죽었다. 바로 2017년 극심한 가뭄 때문이다. 물을 구하러 섬 뒤쪽 절벽에도 매달리고, 아침 이슬도 받고, 버려진 우물들 앞을 기웃거린다. 지칠 만도 하건만, 희한하게도 부부는 죽굴도에 있는 게 즐겁단다. 며칠에서 몇 주로, 머무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결국, 겨울을 제외하고는 쭉 눌러산다. 가시밭길을 헤치며 지쳐버렸던 부부에겐 힐링의 섬이 됐다.
부부는 높은 언덕에 대나무 의자를 만들고 전망대를 구상한다.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이 섬, 죽굴도에서 당신과 둘이서 죽을 때까지 함께하고프다. (KBS미디어 박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