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육군 병장을 만기전역한 ‘각시탈’ 주원이 이번에는 전 CIA 요원이 되어, ‘치명적 DMZ바이러스’를 치료할 유일한 희망, ‘인간백신’을 북한 신의주 연구소까지 배달하는 절체절명의 임무를 떠안는다. CIA와 북한 쿠데타세력, 좀비들의 추적을 뚫고 목적지에 도착하는 ‘간단한’ 미션이지만 ‘내가 살인범이다’와 ‘악녀’를 통해 창조적 액션 앵글을 만들어낸 정병길 감독에 의해 멀미나는 논스톱 액션을 체감하게 된다. 지난 5일 공개되어 ‘목욕탕씬’이 화제가 된 주원을 만나, ‘21분 목욕탕 신’을 돌파하여 계속 승합차에, 트럭에, 기차에, 비행기에, 헬리콥터에 매달린 액션 소감을 들어보았다. 인터뷰 전날 마침내 ‘넷플릭스 영화부문’ 글로벌 1위(비영어권)를 찍었다. (다음날 순위에서 밀렸지만, 여전히 글로벌 인기가 생생하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고생해서 찍은 만큼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어느 때보다 고맙게 생각한다. 이 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예상했던 것이다. 감독님도 그렇게 생각하고 계실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런 도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촬영하면서 항상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연기를 한 입장에서 ‘카터’를 어떻게 보셨는지.
▷주원: “내가 출연한 작품 중에 OTT로, 글로벌하게 공개된 것은 ‘카터’가 처음이다. 드라마나 영화가 공개될 때는 시청률 같은 것에 의존했었다. 그래서 이건 긴장이 덜 될 줄 알았는데. 어쨌든 세계적으로 공개가 되니 한국 작품을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도 되고 기대도 많이 했다. 많은 분들이 이 작품에 흥미를 갖고 관심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여 전 세계적으로 한국작품을 널리 알렸으며 한다.”
Q. 영화의 엔딩 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주원: “처음 대본 받았을 때가 생각난다. 엔딩이 달랐다. 이성재 선배 대사가 수정되면서 감독님이 후속작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것 아닌가 싶었다. 이 작품을 ‘화끈한 액션의 끝판왕’이라고 생각하고 ‘여운은 필요 없다. 여기서 끝내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촬영 때 감독님께 (후속작에 대해) 살짝 물어보니 생각 중이고, 고민 중이라고 하시더라. 후속편이 만들어진다면 많이 기대가 된다.”
Q. 카터를 연기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 있다면.
▷주원: “액션을 못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준비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 테이크’ 스타일로 소화해야하는 부분이 대부분이었다. 액션을 펼치는 신 전체를 통으로 다 외워야했다. 목욕탕, 봉고차 액션 등은 전체 장면을 통으로 외워해야했다. 액션 팀을 방문해서 액션 연습을 많이 했다. 오토바이를 타야하는데 난 이번 작품을 위해 처음 탄 것이다. 캐릭터에 대해서는 감독님이 많이 열어주었다. 제가 감당할 수 있게. 감독님은 제가 만든 ‘카터’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몸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운동했다. 작품 들어가기 전에 서너 달은 운동 강도를 많이 올렸다. 카터라는 인물은 액션에 출중한 인물이다. 조각 같은 몸매보다는 보기엔 큼직큼직한 인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벌크 업에 치중하고 근육량을 올리는 작업을 했다.”
■ 심상치 않은 시나리오, 이대로 나올 수 있을까? “그래서 도전했다!”
Q. ‘카터’를 선택한 이유가 있다면.
▷주원: “대본을 보자마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상치 않았다. 대본 자체가 한국에서 찍을 수 있을까, 소화해 낼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이 정도 액션의 오락물이 한국에서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 대본대로만 나온다면 대단할 것이다. 그래서 도전했습니다.”
Q. 그동안 출연한 작품 중 대사가 가장 적은 것 같다.
▷주원: “대사가 적었다는 게 장점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이 영화는 ‘원테이크’ 영화이다. 우리가 하루를 살면서 어떻게 보내나. 8시간 촬영을 한다면 버라이어티해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밥 먹고, 이야기하고, 단조로울 것이다. 원 테이크로 보여줄 때 그런 대사가 들어가면 지루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있는 원래는 있던 대사를 빼기도 했다. 최대한 ‘원테이크 스타일’로 표현을 해서 지루해질 수 있는 부분은 걷어내는 방식이었다.”
Q. 시장에서 오토바이 질주를 하는 장면에 대해서.
▷주원: “그 장면은 내가 100프로 직접 소화하지는 못했다. 고난도 액션이 있었다. 저랑 더블맨(스턴트맨)이 번갈아 하며 연기한 것인데 쉽지 않았다. 시장이라 소품이 많았다. 설치한 소품이 한번 무너지면 다시 세팅해야 했다. 그게 큰 변수였다. 실수라도 한 번 하면 다시 찍어야한다. 시장 장면은 오래 걸렸다. 예상보다 하루 더 찍은 것 같다. 시장이니까 음식물도 있고, 여름에 찍은 것이라 모두가 쉽지 않았다. 피자회사 브랜드가 있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기억이 난다. 재밌었다.”
Q. 오토바이, 자동차, 기차, 헬리콥터 등 정신없이 내달린다. 가장 어려웠던 액션 신은?
▷주원: “봉고차(승합차)를 세 대를 붙여놓고 촬영하는 게 어려웠다. 연습할 때는 봉고차 없이 대강 몸을 수그리고 액션을 펼쳤다. 그런데 막상 봉고차에 들어가니 성인 두 명만 들어가도 꽉 찬다. 카메라까지 있으니 계속 부딪치고, 손을 뻗으면 천장에 닿았다. 비 오는 날이라 바닥도 미끄러웠다. 제일 힘들었던 것은 계속 무릎을 꿇고 싸워야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 씬은 굉장히 만족한다. 찍을 때는 힘들었지만 잘 나온 것 같다. 그때 저랑 싸우는 상대가 다들 외국인이었다. 몸이 너무 커서 정말 감당하기 힘들었다.”
■ “헬리콥터가 폭발한다고? 이걸 어떻게 찍지?”
Q.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게 가능해?’라고 생각한 장면은?
▷주원: “목욕탕신, 봉고차신, 그리고 마지막 기차-헬기 신이 다 궁금했다. 헬리콥터 장면은 상상도 못했다. 감독님이 직접 만들 줄도 몰랐고, 그걸 어떻게 찍을 줄도 몰랐다. 대본에는 폭발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찍을지. 하늘에서의 (스카이다이빙) 싸움도 도대체 어떻게 찍을 것인지. 그동안 배우로서 여러 작품 하면서 나름대로 예상을 할 수 있었는데, ‘카터’는 전혀 예상을 못 하겠더라. ‘이렇게 찍을 거야’하고 촬영장에 갔지만 단 한 번도 내 예상대로 되지 않았다. 감독님이 생각하는 그림이 전혀 그려지지 않았다. 감독님은 애니메이션처럼 사전에 보여주기는 했다. 실제 어떻게 찍을지. 하나하나 채워나갈 때마다 ‘아, 이게 되는구나’하고 모든 스태프가 감탄했다. 도전하고 성공한 것에 대해 만족한다.”
Q. 액션 말고 또 공을 들인 부분이 있다면.
▷주원: “외적으로 헤어? 액션 말고는 목소리에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강해 보이면서 이 사람에 대해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목소리에 변화를 많이 줬다. 촬영장에서는 쉽지 않았다. 카메라만 따라 붙는 것이 아니다. 조명, 음향 팀까지 8명에서 10명의 인원이 한 팀이 되어 계속 움직인다. 그렇게 나를 따라다니니까 목소리를 변조해서 내는 게 쉽지 않았다. 후시작업을 할 때에도 목소리에 가장 신경을 쓴 것 같다.”
Q. ‘굿닥터', '용팔이', 그리고 ’카터‘의 공개일이 8월 5일이라는 사실이 화제인데. 그리고 머리를 삭발하고 연기를 한 것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지 않았는지.
▷주원: “그게 전부 8월 5일인 줄 몰랐다. 다들 좋아한 작품이라 이것도 잘되려나 기대감이 있다. 그리고 머리 삭발은. 제가 일상생활이랄 게 별로 없어서 불편함은 없었다. 촬영할 때는 운동만 하고 딱히 뭘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단지, 누군가에게 사진이 찍혀 스포가 될까 항상 조심했다. 그래서 모자나 비니를 썼다. 유출될까 주의했다.”
Q. 목욕탕 패션, 이른바 ‘티 팬티’ 스타일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나.
▷주원: “원래 그 장면에서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감독님은 뭔가 다른 생각을 갖고 계셨던 것 같다. 그렇게 입고 찍었는데 감독님의 그림이 궁금했다. 이게 임팩트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작품에서 처음 깨어났을 때, 그 남자는 기억이 없다. 여기가 어디고, 내가 누군가. 그리고 알몸이다. 이런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카터’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군대에서 발가벗고 샤워를 할 때 ‘내가 군대에 왔구나. 이제 복종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카터도 그런 기분이었을 것이다. 벌거벗겨진 몸에, 내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따라가게 하는 힘이 되는 것이다. 그런 스타일에 대한 나만의 확신이 있어서 따로 감독님에게 여쭤보지는 않았다. 카터를 처음부터 몰아넣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생각했다.”
Q. 험악한(?) 작품에 출연한 아역배우와의 현장 분위기는 어땠는지.
▷주원: “하나와 윤희를 연기한 아이가 있다. 하나는 작고 귀여운 아이였는데 갈수록 성장하더라. 아이가 몇 달 사이에 이렇게 크다니. 놀랐었다. 윤희는 말 그대로 아기였다. 현장에서 쉴 때 같이 ‘쎄쎄쎄~’도 하고 고무줄놀이도 하고 그랬다. 실 갖고 노는 걸 좋아해서 같이 놀아줘다. 아이들이 촬영장에 와서 즐겁고 좋은 기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촬영, 연기 이런 것 보다는 최대한 놀아주고, 말 걸고, 즐거운 시간 보내려고 노력했다.”
Q. 어떤 ‘카터’를 만들고 싶었는지.
▷주원: “‘카터’를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고 싶었다. 카터의 내면은 복잡할 수 있겠지만 원테이트 스타일로 최대한 단순한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다. 카터가 잠깐 멈출 때에도 이것저것 복잡한 면을 보여준다면 확 와 닿지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큰 감정만 연기하자고 생각했다. 분노, 슬픔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신만 단순하게, 일차원적으로 연기하자고 생각했다. 카터는 무엇이 되었든 든든한 남자로 표현하고 싶었다. 실제 이 상황에 놓인다면, 카터처럼 이를 악물고 버텨낸다면 무슨 일이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남자를 연기했다.”
Q. ‘카터’가 공개되고 기억에 남는 평은?
▷주원: “올라온 평은 다 봤다. 공감한다. 그런데 그건 CG장면이 아닌데 CG로 보신 분들이 많더라. 그건 억울하다. CG가 많지만 실사로 많이 찍었다. 간혹 몇몇 분이 ‘이거 CG네, 이거 CG네’하시는데, 그것 다 CG아니다. 그게 아쉽다.”
Q. 데뷔 16년차 연기자의 소감.
▷주원: “나 스스로에게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연기하는 내내 적극적이었고, 도전적이었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평범한 역할은 안했던 것 같다. 악역으로 데뷔해서 ‘굿닥터’, ‘각시탈’처럼 뭔가 평범한 역할은 아니었다. ‘배우라면 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다.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있지만 말이다.”
● 정병길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100% 먹힐 것 “된다!”
Q. ‘카터’에서 보여준 액션에 대한 성취감은 어느 정도인가?
▷주원: “감독님은 촬영하면서 한 씬이 완성되고 나서 그걸 보여주지 않았다. 아마도 긴장이 풀어질까봐 그런 것 같다. 현장은 안전해야하니까. 긴장이 풀어지면 사고가 날 수 있다. 하루는 그동안 찍은 목욕탕 신을 보여주는데 모두들 소리를 질렀다. ‘이게 되구나’ 같이 합을 맞추고, 목욕탕 바닥 타일 붙이고, 떼고 하면서 그렇게 고생하고 찍은 목욕탕씬이 완성된 것을 보고는 ‘다른 신도 할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다.”
Q. 정병길 감독의 액션 연출이 할리우드에서도 통할 것 같은지, 주원 배우는 ‘한국의 톰 크루즈’가 될 것 같은지.
▷주원: “정병길 감독과의 합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은 큰 그림에 능하고 저는 섬세함을 갖고 있어서 이 둘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 감독님께 놀란 것은 지금 찍고 있는 앵글도 쉽지 않은데 다음 것을 생각하신다. 이리 날고, 저리 날고, 고난이도 앵글을 구현하면서도 그에 멈추지 않고 더 화려하고 더 어려운 앵글을 주문한다. 그때 우리는 맨붕이 왔다. ‘이것도 어려운데 저게 될까’ 그런데 감독님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된다’고 하시는 거다. 범상치 않은 분이다. 감독님은 할리우드에서 백 프로 먹힐 것이라고 생각한다. ‘카터’는 그냥 찍은 게 아니다. 할리우드에서도 환영할만한 감독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은 감독님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도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것을 하다보면 나중엔 분명히 많이 사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촬영에선 선구자가 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나도 ‘한국판 톰 크루즈’가 되고 싶다.”
Q. 7년 만에 출연한 ‘영화’이다.
▷주원: “7년만이더라. 늦어진 이유는 딱히 없다. 군대 전역한 뒤, 드라마하고 뮤지컬하고, 곽경택 감독의 ‘소방관’ 영화를 찍었다. 개봉이 늦어지고 있다. 그러고 ‘카터’를 찍었다. 중간에 공연을 장기간 해서 공백이 길게 느껴진 것 같다. 이렇게 7년 만에 영화복귀라서 감회가 새롭다. 어느 작품보다 애정이 많다. 좋든 싫든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다.”
Q. ‘카터’ 공개된 후 ‘고생했다’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나.
▷주원: “진짜 많이 들었다. 가족, 친지, 지인들. 하나같이 다 ‘고생했다’는 말을 많이 해 주셨다. 처음에는 그게 아쉬웠다. ‘영화 진짜 좋더라’ 라는 말보다 ‘고생했다’라는 말을 먼저 들었다. 감사드리고, 많은 분들이 연락 주셔서 힘이 된다. 좀 더 많이 봐주셨으면 합니다.”
Q. 요즘 K콘텐츠가 세계적인 인기이다.
▷주원: “정말 많이 변했다. 전역하고 나서 그런 걸 많이 느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OTT시장이 커졌고, 한국 콘텐츠가 사랑받는 시대가 되었다. 앞으로도 한국영화, 한국드라마가 더 많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단순한 운이 아니고 그동안 노력한 결과라고 자부심을 갖는다.”
주원, 이성재, 정소리, 김보민, 정재영이 출연하는 정병길 감독의 넷플릭스 ‘액션대잔치’ ‘카터’는 지난 5일 공개됐다.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