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쿠팡플레이를 통해 처음 공개된 ‘안나’가 뒤늦은 편집권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안나’는 정한아 작가의 소설 <친밀한 이방인>을 원작으로, ‘싱글라이더’를 연출한 이주영 감독이 수지, 정은채, 김준한, 박예영 등을 캐스팅하여 완성한 작품이다. ‘안나’는 6월 21일을 시작으로 7월 8일까지 6부작으로 공개되었다.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어 ‘안나’는 호평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 2일,‘안나’의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쿠팡플레이의 <안나>에 대한 일방적 편집으로 인한 작품 훼손과 감독 모독에 대한 감독의 입장'을 밝혔다. 이주영 감독은 “감독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8부작을 6부작으로 편집해 작품 전체를 훼손했다”며 사과와 시정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3일, “제작사 동의를 얻어 계약에 명시된 권리에 의거해 작품을 편집해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는 반박 입장문을 냈고, 이에 대해 이주영 감독 측이 재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이주영 감독은 "<안나>는 타인보다 우월한 기분을 누리고자 저지르는 ‘갑질’에 대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 위한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유감스럽게도 쿠팡플레이는 이러한 메시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편집한 <안나>를 ‘쿠팡플레이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개하였다. 그러나 현재 공개된 <안나>는 그 어떤 ‘오리지널’도 없다. 창작자가 무시, 배제되고 창작자의 의도가 남아나지 않는 ‘오리지널’이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며 쿠팡플레이 측을 비난한 것이다.
쿠팡플레이는 지난 달 ‘안나’(6부작) 공개 당시 이미 “향후 8부작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힌 상태였고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가 완료되는 대로 8월 중 ‘감독판’을 공개할 것”이라고도 전했다.
한편, <안나> 공개에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와 작품 공개 뒤 관행적으로 진행되는 감독/배우들의 연쇄 인터뷰 일정에서도 이주영 감독은 참석하지 않아 의문을 남겼었다. 그리고 이주영 감독과 쿠팡플레이 측이 보도자료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안나’의 편집감독으로 작품에 참여했던 김정훈 촬영감독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주영 감독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다음은 <안나>와 관련된 주요 진행과정이다.
□ 6월 21일 <안나> 제작발표회 개최 (수지, 정은채, 김준한, 박예영 참석)
□ 6월 24일(금) 안나 1부 2부 공개
□ 7월 1일(금) 안나 3부 4부 공개
□ 7월 8일(금) 안나 5부 6부 공개
□ 8월 2일(화) 이주영 감독 측 “쿠팡플레이의 <안나>에 대한 일방적 편집으로 인한 작품 훼손과 감독 모독에 대한 이주영 감독의 입장” 발표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시우 송영훈 변호사)
- 지난 6월 24일 쿠팡플레이를 통해 최초 공개된 <안나>는 6부작(회당 45~63분)으로 되어 있으나, 극본을 쓰고 연출을 한 이주영 감독이 최종 제출한 마스터 파일은 본래 8부작(회당 45~61분)이고, 쿠팡플레이가 승인한 극본도 8부작으로 되어 있습니다.
- 현재 공개되어 있는 6부작 형태의 <안나>는 극본을 쓰고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을 배제한 채 쿠팡플레이가 일방적으로 편집한 것으로,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서사,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 등이 모두 크게 훼손되었다는 것이 이주영 감독의 입장입니다.
- 특히, 이주영 감독은 자신이 보지도 못한 편집본에 본인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크레딧의 ‘감독’과 ‘각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으나, 쿠팡플레이는 그조차 거절하였습니다.
- 이주영 감독의 법률대리인은, 쿠팡플레이의 <안나>에 대한 일방적인 편집은 국내 영상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일로서, 저작인격권의 하나인 감독의 동일성유지권 및 성명표시권을 침해하여 이주영 감독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한 행위이자, 한국영상산업의 발전과 창작자 보호를 위하여 재발방지가 시급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쿠팡플레이가 공개 사과 및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다할 것입니다.
□ 8월 3일 <안나> 이주영 감독의 보도자료에 대한 쿠팡플레이의 공식 입장
- 쿠팡플레이는 <안나>의 촬영이 시작된 후부터 일선 현장의 이주영 감독(이하 '감독')과 제작진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신뢰를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감독의 편집 방향은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컨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하였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하였습니다.
-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되었습니다.
- 감독의 편집 방향성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지난 7월 8일 이미 공식화한 것과 같이, 총 8부작의 <안나> 감독판은 8월 중 공개될 예정입니다. 감독판은 영등위 심의가 완료되는 즉시 공개할 것입니다.
□ 8월 3일 쿠팡플레이의 입장문에 대한 이주영 감독 법률대리인의 입장
- 쿠팡플레이의 사실과 다른 입장문 유감
- 감독은 구체적인 수정 요청 전달받은 적도, 수정 거부한 사실도 없어
- 쿠팡플레이, 저작인격권 침해행위 정당화할 근거 없음에도 사건의 본질 호도
- 본래 8부작 <안나>의 편집을 맡은 김정훈 편집감독이 (페이스북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감독의 편집본에 관한 제작사나 배급사의 의견은 협의를 거쳐 공식적인 문서로 제시되는 것이 보편적입니다. 그러나 이주영 감독도, 김정훈 편집감독도 쿠팡플레이나 제작사의 의견을 담은 문서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습니다.
- 쿠팡플레이는 “지난 7월 8일 이미 공식화한 것과 같이, 총 8부작의 안나 감독판은 8월 중 공개될 예정”이라고 하였으나, 쿠팡플레이가 지난 7월 8일 밝힌 것은 “확장판”을 내놓겠다는 것이었지, ‘감독판’을 언명한 사실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