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 부커상 최종 후보작이었던 에시 에디잔의 <워싱턴 블랙>(원제:Washington Black)이 민음사에서 출간된다. <워싱턴 블랙>은 그해에 출간된 캐나다 소설 중 최고의 작품에 수여하는 상 길러상을 수상했다. 길러상을 두 번 수상한 작가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앨리스 먼로와 에시 에디잔을 포함 세 사람뿐이다. 여성 소설가 에시 에디잔은 2011년 두 번째 장편소설 <혼혈 블루스>로 첫 길러상을, 그리고 2018년 <워싱턴 블랙>으로 생애 두 번째 길러상을 수상했다.
■ 도망 노예 소년의 놀라운 이야기 ‘워싱턴 블랙’
1818년 영국령 바베이도스의 페이스 사탕수수 농장에서 남자 꼬마 노예가 태어난다. 농장주인 조지 블랙은 마치 그를 놀리려는 듯이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이름과 자신의 성을 붙여 아이 이름을 ‘조지 워싱턴 블랙’이라고 짓는다. 워싱턴 블랙은 강인한 여성 노예 빅 킷의 보호 아래에서 자라며 그녀의 고향인 아프리카의 신들에 관한 옛이야기들을 듣는다. 빅 킷은 그들이 죽으면 모두 고향에서 만날 거라고. 그러던 어느 날 농장주가 잔인한 품성의 에라스무스 와일드로 바뀌고 노예들은 예전보다 더 처참한 운명에 처하게 된다. 농장주의 동생인 과학자 티치가 이곳을 방문하고 워싱턴의 터치의 개인노예가 되고 그에게서 과학의 신비를 배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11살 노예소년 워싱턴의 놀라운 모험이 시작된다.
<워싱턴 블랙>은 『로빈슨 크루소』의 흥미진진한 해양 모험담을 다시 쓰면서, 그 시대의 대서양 삼각무역의 역사와 백인-흑인 위계관계를 다시 들여다보고, 백인인 티치와 흑인 주인공 워싱턴 사이의 관계를 동등한 지성인으로 재설정했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 북극 추격담을 다시 쓰면서, 주인공 워싱턴의 괴물 같은 외양이 백인의 폭력에 의한 것임을 확연히 폭로하고, 제국주의 시대 학자들의 지식 탐구 열망과 영토 확장 욕망이 다르지 않다는 점도 암시한다. 『올리버 트위트스』의 고아 소년 노동담을 다시 쓰면서, 그것을 식민지에서의 흑인 노예가 지성과 품위를 습득하는 성장소설로 바꾸었다.
열기구, 카메라 옵스큐라, 과학 세밀화, 시신 탐구와 해부학, 생물 분류법, 박물관 전시, 도서관 아카이브 등등 온갖 장르와 주제에 호기심과 취향이 있는 열성 독자들을 한꺼번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상세하고도 아름다운 문장의 서술이 이어진다.
빅토리아 시대에 관심 있는 독자들을 위한 종합 선물 세트라고 할 수 있는 <워싱턴 블랙>은 지성을 자극하고, 정치적으로 올바르며 세련된 문장과 구성, 그리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흥분까지 놓치지 않는 걸작이다.
1978년 캐나다 캘거리에서 가나 출신 이민자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에시 에디잔은 스물네 살에 첫 소설 『새뮤얼 타인의 두 번째 삶 The Second Life of Samuel Tyne』을 발표하며 문단의 호평을 받았고, 독일 베를린에 머물면서 나치 점령기를 배경으로 한 흑인 뮤지션 이야기 『혼혈 블루스Half-Blood Blue』를 완성하고 출간하여 2011년 부커상 후보에 오르고 캐나다 최고 문학상인 길러상과 인종 문제를 테마로 한 작품에 수여되는 애니스필드 울프 도서상을 수상했다. 『워싱턴 블랙』은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2018년 부커상 본심후보작으로 올랐던 <워싱턴 블랙>은 훌루(hulu)에서 배우 스털링 K. 브라운의 제작으로 드라마화 될 예정이다.
에시 에디잔의 <워싱턴 블랙>은 『노멀 피플』 『심장은 마지막 순간에』 『동조자』 『결혼이라는 소설』 『오 헨리 단편선』 『로마제국 쇠망사』(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긴 전문번역가의 김희용의 미려한 번역으로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