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상실에 대하여'
코로나 시대, 모두의 상처를 따뜻하게 위로할 에세이가 한 권 출간되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Chimamanda Ngozi Adichie)가 쓴 <상실에 대하여>(원제:NOTES ON GRIEF)이다.
1977년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난 아다치에는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존스홉킨스와 예일에서 각각 문예 창작과 아프리카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작품 『자주색 히비스커스』(2003)를 발표하며 영연방 작가상, 허스턴 라이트 기념상을,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2006)로 오렌지 소설상을 받고 “천재 상”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맥아서 펠로로 선정되었으며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 주목해야 할 100대 소설”의 목록에 올랐다. 『아메리카나』(2013)를 발표한 이후,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2014)로 페미니스트 작가로 일약 거듭났고 이 작품으로 프랑스 《마담 피가로》 선정 ‘여주인공상’을 수상했다.
『상실에 대하여』는 2020년 여름,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가 사랑하는 아버지를 잃은 뒤 집필한 에세이이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이어진 명상, 기억, 그리고 희망의 기록을 한 권에 책에 담았다. 팬데믹 시대 속에서 그녀의 아버지는 예기치 않게 신부전 합병증으로 쓰러졌고 그녀는 그렇게 이 시대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상실의 슬픔에 잠긴 수백만 명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녀는 아버지의 상실이 어떻게 자신을 무너뜨리는지 특유의 정확한 언어로 묘사한다. 그녀의 슬픔은 가족적이고 문화적인 차원에서 부유하다가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개인적인 외로움과 분노를 맞닥뜨리는 등 혼란과 극심한 고통을 오간다. 전쟁에서 살아남은 아버지, 상대방에게 한번 들은 이야기는 전부 기억했던 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비롯된 가족 간의 농담 등 지난 기억과 현재의 슬픔이 교차하는 가운데 자신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이토록 물리적인 고통, 잔인한 공격이 있을 수 있는지 되묻기도 한다.
이 책은 따뜻한 위로의 문장만으로 이루어진 책이 아니라 지독한 고통과 격렬한 분노, 원망이 날것으로 솔직하게 표현된 기록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슬픔의 초기 단계에 대한 정확한 묘사가 인상 깊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에 대해 슬픔은 결국 피할 수 없는 반응이라는 것을 공감하며 역으로 깊은 위로를 받는다.
특히 소중한 사람을 잃은 상실의 경험에서 자유로지 못한 사람에게 이 책은 꼭 필요하다. 또는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이 작고 단단한 책을 손에 살포시 쥐여 주어도 좋다. 오히려 이제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의 감정과 표현을 구체화하여 슬픔을 직면해 보면 잊지 못할 상실에 대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상실에 대하여>는 그동안 『보라색 히비스커스』, 『아메리카나』, 『숨통』,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 아다치에의 책들을 우리말로 옮긴 황가한 번역으로 지난 주 민음사를 통해 출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