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8일)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메마른 인생을 촉촉하게 적시는 단비 같은 맛, 긴 장마 끝자락에 만나는 비와 음식 이야기를 전한다.
강원도 화천군은 전국 노지 애호박 생산량의 2-30% 가량을 차지하는 애호박 주산지. 일교차가 큰 날씨 덕분에 육질이 단단하고 단맛이 강해 인기가 많다. 종일 비가 내리면, 안주인들은 달큰하게 맛이 든 애호박으로 전을 부치고, 감자를 갈아 애호박을 썰어넣고 고소하게 감자전을 부쳐낸다. 달달 볶은 애호박과 매콤한 양념장을 얹은 애호박국수에 호박꽃만두까지, 더위에 지친 애호박 농부들의 마음에 내리는 시원한 빗줄기같은 우중별미를 만난다.
● 경주 양동마을, 낙숫물 소리에 술이 익으면
경주 양동마을은 600여년의 세월 그대로를 간직한 전통 한옥마을. 이곳에서 5대째 살고 있는 이탁원 씨는 5년전 도시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옛집을 지키며 살고 있다. 고향집에 돌아온 후, 옛 추억을 떠올려 시작한 게 바로 술을 빚는 일이었다. 정성스럽게 빚은 술 한잔에, 숯불에 구운 상어고기인 돔배기 구이와 머위잎에 찐 가자미살로 만든 만두소를 넣고 찐 향긋하고 쌉싸름한 머위가자미편수, 새콤하게 무친 문어숙회까지, 술익는 소리가 비처럼 쏟아지는 고향집 툇마루, 빗소리에 먼저 마음이 취하는 우중진미를 맛본다
● 둠벙, 빗물을 모아 가뭄을 이기다
오랜만에 기다리던 단비가 내린 경남 고성군 평부마을. 가뭄이 길었지만, 평부마을 농부들의 걱정을 덜어준 건 바로 논 사이 만들어놓은 ‘둠벙’이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빗물을 모아 가뭄에 대비해왔는데, 빗물이나 지하수를 가두어 놓은 물웅덩이가 ‘둠벙’이다. 고성군에만 200여곳이 넘게 남아있는 둠벙은 보존 및 보호가치를 인정받아 세계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둠벙은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환경오염 탓에 점점 사라지고 있는 논고동도 흔하게 볼수 있고, 토종 미꾸라지와 민물새우도 둠벙의 주인이다 .
● 정선 덕산기 마을 사람들의 호우시절
강원도 정선읍 덕우리(德雨里), ‘덕이 있는 비’가 내리는 마을 오래된 옛집을 고쳐 살고 있는 최일순 씨는 20년 전, 친할머니가 살던 곳을 찾아 왔다, “바로 여기구나”싶었단다. 연극배우이자 오지여행가로 살아온 그에게 새로운 삶의 무대가 되어준 마을에는 주민이라고 해야 모두 4가구가 전부다. 두툼한 더덕 몇 뿌리 캐다 고추장만 발라 아궁이 불에 굽고, 부추에 나물을 얹어 전을 부치고, 쌀뜨물에 곰삭은 새우젓으로 감칠맛과 구수함을 살린 할머니표 두부찌개가 얼큰하게 끓으면, 막걸리 안주로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비가 오면 고립이 되고 마는 산중 생활이지만, 욕심내지 않고 길이 막히면 돌아가는 법을 자연에서 배우며 산다는 세 남자의 산중별미를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