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태리가 영화 '외계+인 1부'(감독 최동훈)으로 돌아왔다. 고려에서 신검이라는 미스터리한 존재를 쫓으며 서사를 이끌어나가는 메인 주인공 이안 역을 맡은 김태리는 철철 넘치는 인간적인 매력으로 유명하다. 그는 18일 삼청동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도 유쾌한 면모를 보이며 현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더불어 마냥 위트있는 모습뿐만이 아닌 작품에 대한 진중한 이야기, 성장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밝혔다.
Q. 최동훈 감독님에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어땠는가?
꿈 같았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느낌이었다. 워터마크가 찍혀있는데 장을 넘겨도 넘겨도 김태리라는 이름이 찍혀 있다. 집중해서 보고 있으면서도 문득 문득 내 워터마크가 보이면 갑자기 찡 하면서 행복했다. 고민을 거칠 것이 없었다. 시나리오를 볼 때 할 때, 안 할 때 무엇이 끌리는가 생각하는데 덮고 나서 그것에 대한 생각이 없었고 안 한다는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
Q. 최동훈 감독들의 전작들이 영향을 미쳤는가?
너무 좋아하는 영화들이 많았다. 이제 이 판에 있으면서 최동훈 감독님에 대한 소문을 듣는데 배우와 연기를 하는 방식, 디렉팅, 현장 분위기를 듣는다. 너무 하고 싶었다. 말을 빨리 하는 연기를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빨리 하고 싶었다. 이안이에게는 그렇게 요구하지 않았다. 무륵이도 그렇고 의성 선배님이 고통받았던 것 같다. 나는 드라마 쪽에 치우친 캐릭터여서 빨리 치면 막으셔서 좀 실망스러웠다.(웃음)
Q. 자신이 맡은 이안 캐릭터를 해석하는 방식은 어떠했는가?
너무 멋있었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긴 했다. 다 같은 지점이다. 최동훈 감독님 영화에 나오면 우당탕탕 모자라고 매력적인 인물들이 가끔 어떤 순간에 멋진 부분이 있는데 이안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멋있는 인물이다. 그것에 대해 좀 아쉽기는 했는데 그 뒤에 감독님과 이야기 많이 했다. 감독님께 "이제 멋있는 것 그만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좀 안 멋있어도 되지 않나 싶었다. 인간적인 면모를 찾는 것, 무너지는 것에 대해 요청을 많이 했다.
Q. 스트레스를 전혀 안 받을 것 같은 성격이다. 하지만 이번 역할은 복합적이었고 어린 이안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성인 이안의 역할을 연기하는 과정이 힘들었을 것 같았는데 그 과정이 궁금하다.
이안이의 전사가 1부에서는 많이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릭터는 살아있어야 한다. 어린 이안이의 성격과 성인 이안이의 성격이 어떻게든 매치가 되어야 하는데 초반에 고민을 많이 했다. 어린 이안이가 어떻게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묻기도 했다. 나중에는 딱히 그런 것 상관 없이 시나리오대로 연기했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내가 무엇을 겪었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내 상상이고 사람들의 상상이다. 내가 어떤 사람이 되어있는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부터는 좀 더 편해졌을 것 같다.
엄청나게 외롭게 살았는데 뒤틀린 성격이 됐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이전의 (순수한) 성격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멋있기만 하진 않았으면 좋겠다는 지점에서 무게잡고 하는 것들이 아쉬웠다. 무륵이가 나왔을 때 그 분위기를 다 깨줘서 고마웠다. 준열 오빠에게 너무 좋다고 쌍따봉을 계속 날렸다.(웃음)
Q. 촬영 기간이 길었다. 지난 촬영 시간 동안 힘들지는 않았는가? 작품이 끝났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도 궁금하다.
너무 아쉬웠다. 끝나서 좋았는데 끝난 것 너무 아쉬웠다. 더 찍고 싶었다. '스물 다섯, 스물 하나' 같은 경우에는 7개월을 찍었는데 내가 안 나오는 장면이 없다. 7개월을 몽땅 쏟아부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작품은 현대와 고려를 넘나든다. 나는 고려에 속한 인물이다. 고려와 로케이션과 현대의 로케이션은 전혀 다르다. 현대 신을 찍는다고 하면 한 달 찍고 고려 한 달 찍고 이런 식인데 그러는 동안 한 달 동안 시는 것이다. 놀자판이었다. 쉼과 일이 너무 밸런스가 좋게 맞아떨어졌다. 1년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다. 시간적인 면에서는.
Q. 현대와 고려의 배경은 상당히 다른 이야기다. 이안은 고려의 배경에 속해 있는 인물인데 촬영하며 현대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는 궁금하지 않았는가?
외계인이 등장하고 병원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쪽과 붙어있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알아서) 너무 잘 하시겠지~' 이런 생각이었다.(웃음) 썬더 같은 경우도 모형 선더가 있고 고양이의 경우도 나무 판때기 같은 걸 들고 스태프들이 움직였다. 배우에게는 너무 좋은 배려다. 상상할 수 있는 지점을 더 만들어주셨다.
Q. 이안을 준비하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것 같다. 액션 신 또한 '외계+인'의 볼거리 중 하나다. 어떻게 준비했는가?
나의 늘어가는 성장 과정을 영상을 찍어 폴더화를 해서 저장해놓는다. 지금 폴더에도 많다. (보여주면서) 국가 대표 나희도, 제빵왕 김태리, 체조 소녀 김태리 등의 폴더가 있다. 거기서 체조 소녀를 깰 수 있을까 했다. 국가 대표 나희도는 1,306개의 영상이 있다. 다음 것은 뭘 배울지 모르겠다만 2,000개는 넘지 않을까 싶다.(웃음) 영상 보면서 과거의 내가 그 일들을 하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리프레시가 될 때도 있다. '난 저런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아이였지'라는 생각이다.
Q. 연이은 흥행에 대한 책임감은 없는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영화는 협업이고 나 혼자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태리가 있다는 이유로 영화가 잘 되지 않고 잘못되지 않는다. 그런 종류의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 성공과 실패는 한 끗차이고 그것은 타이밍이다. 그 우주의 기운이 우리의 작품을 도왔을 때 성공이라는 것이 있을 것이다. 대 코로나 시대 속에서도 운이 좋게 살아남았지만 영화가 잘 나와도 고꾸라질 수 있는 것이고 내가 흥행에 대한 책임이 있냐 없냐를 떠나서 신이 있다면 그런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언제든지 실패할 수 있고, 언제든지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은 내 소관이 아니다.
Q. 답변을 들을수록 앞으로의 작품, 연기에 대한 태도가 더욱 기대된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를 통해 수많은 실패를 경험한 김태리가 됐다. 나는 지금 인생 챕터 2가 열린 기분이다. '아가씨'도, '미스터 션샤인'도 그 어떤 것도 변곡점이라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내 변곡점이었고 새로운 지점에 도달한 느낌이었다. 세상은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생각이었다. 사람들을 대할 때 무엇이 나의 기본 태세가 될지 생각했다. 이전에는 뿌리가 박혀 있지만 바람 잘 날 없는 가지였다.
하지만 가지의 모양새가 지금은 정확하게 보인다. 나의 가지가 정확하게 보이면 조심해야 할 것이 많지 않다. 나 자체가 명확하고 내가 하는 말들이 명확하면 무슨 말을 해도 공을 들여서 말을 가릴 필요가 없다. 머리 속에서 튀어나오는 말이 의례 정답이고 솔직한 전부다. 어떤 사람에게는 재수없게 보일 수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안 좋게 비춰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요즘 겸손이라는 게 없다.(웃음) 누가 나에게 '멋있다, 최고다' 이렇게 이야기할 때 그렇다고 솔직하게 반응한다.(웃음) 그러다 보니 모든 말들에 마침표가 정확히 찍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