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물에 열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미이케 다카시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마치 인간의 신체를 도구처럼 활용하는 그는 인간이 죽음을 대하는 태도와 그것을 반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심은 영화라는 창구를 통해 단순한 고어물을 넘어 인간으로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논해왔다.
Q. 처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비지터 Q.’로 방문한 이후 이번에는 ‘모구라의 노래 파이널’이라는 장르가 다른 작품으로 돌아왔다. 소감은 어떠한가?
'비지터 Q' 때는 초청이 됐었지만 영화제를 의식하고 만든 작품이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나 자신으로서 전문가로 선택받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내 커리어에서도 특수한 작품이었다. 800만 엔의 예산으로 이틀 동안 만들었다. 가끔 영화제를 가면 DVD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신기하다.
Q. ‘비지터 Q’는 가족 사이에 삐뚤어진 묘한 경계선을 다룬 작품이었다. 이외에도 본인의 작품들은 가족 간의 뒤틀린 감정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가 있다. 이러한 소재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제작해온 것인가?
일본 영화의 풍조가 있고 트렌드가 있으니 이런 느낌으로 만든다는 것은 아니다. 일본 감독들 중에는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그저 도구로 영화를 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것은 틀렸다고 생각한다. 현장 속에서 움직이고 일하는 것만이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Q.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작품이라 하면 상당히 파격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것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영화를 보는 묘미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 불편하다는 시각도 존재할 것 같다. '코로시야 이치'나 '비지터 Q'와 같은 영화들을 만들 때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임하는지 궁금하다.
육체를 통한 잔혹한 표현은 죽음과 직결된다. 나는 ‘왜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가’를 고민했다. 예를 들어, 암 같은 불치병을 가지고 있다고 선고하면 ‘예?’라는 반응이 나오지 않나. 하지만 영화에서 표현되는 몸보다 실재하는 사람의 몸은 더 적나라하고 공포스럽다. 그래서 (나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장면들은) 모래 장난을 해서 만들지만 누구도 다치지 않는 신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다 같이 즐길 수 있다. 피가 나거나 뼈가 드러나는 장면을 보며 역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포, 한계적인 인간의 생명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것 또한 영화적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한다.
Q. 그런 면에서 주인공인 여성의 잔인한 복수로 인해 탄생한 명장면들로 유명한 작품 ‘오디션’도 비슷한 결인 것 같다.
만들면서 고생한 작품이다.(웃음) 어떤 의미로는 여성의 복수기다. 주인공에 인격성을 부여하고 주인공의 입장이 되어서 완성해가는 제작 방식이었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남자 눈으로 보면 무섭겠다 싶어서 만들었는데 그것이 맞는가에 대해서 생각했다. 독특한 스트레스를 느꼈다. 오히려 야단을 맞지 않을까 했는데 프랑스에 가서 여성 저널리스트들이 반응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놀랐다.
Q. 이러한 고어한 작품들을 만들면서도 중간중간 위트를 잃지 않는 부분이 미이케 다카시 표 연출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부분은 일부러 의도한 것인가?
글쎄...(웃음) 오히려 나의 결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서 웃어야 하는 것인가, 무서워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나는 왜 이렇게 됐는지 고민한다. 호러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런 점에 위화감을 느낀다. 내가 반성하는 부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