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 배우의 파격적인 변신이 화제다. 왓챠 오리지널 시리즈 ‘최종병기 앨리스’에서 앨리스를 쫓는 악역 스파이시 원장 역으로 활약을 펼친 배우 김태훈은 이번 역할을 통해 새로운 악역의 탄생을 알렸다. 광기 어린 표정과 분노로 가득찬 내면 연기로 시청자들을 단숨에 사로잡은 그는 이번 해 ‘최종병기 앨리스’의 최종병기로 자리 잡았다.
Q. ‘최종병기 앨리스’ 출연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최종병기 앨리스'는 읽었을 때 재밌었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하기로 하고 감독님을 만났는데 처음 만남부터 좋았다. 스파이시 어떻게 하냐고 물었더니 "모르겠다"고 답하셔서 웃으며 시작했다. 그것이 불안하거나 그러지 않았고 감독님이 마음껏 정해놓지 않고 하라고 하셨고 확신을 주셨다. 정해 놓지 않고 내 느낌 그대로 마음대로 하라는 의미인 것 같았고 좋았다.
Q. 스파이시는 작품의 중심을 이끌어 나가는 메인 악역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스파이시라는 인물은 어떤 캐릭터인가?
사람을 그냥 죽일 수 있고 건강하지 않은, 정상적인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앨리스와의 관계는 컨트롤이 안 될 정도로 감정이 들어가 있는 경우다. 그 이유에 대해 내 나름대로 상상을 많이 했다. 단순히 자신을 배반했기에 앨리스를 죽이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조직에서 앨리스를 키우며 애정이라는 것이 형성될 수 있었던 사이였지 않을까 라는 상상을 했다. 스승과 제자로, 혹은 인간 대 인간으로서 일수도 있다. 오히려 냉정하고 잔인하지 못한 지점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것은 그냥 나의 해석일 뿐이다.
Q. 이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참고한 빌런 캐릭터들이 있는지 궁금하다.
일부러 찾지는 않았는데 (느낌만 이야기하자면)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였던 것 같다. 스파이시가 많이 나오지 않고 짧게 나오지만 강력한 에너지가 있는 사람이 있었고 긴장감이 조성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Q. 대부분 스파이시가 등장하는 신은 홀로 분노하거나 앨리스를 쫓으며 소리지르는 신이 많다. 촬영하는 순간 조금 고독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웃음) 본인은 어떠했는가?
(웃음) 사실 외로운 건 ‘가족입니다’ 때 더 외로웠을 수도 있다. ‘최종병기 앨리스’의 경우 외로웠다기 보다는 혼자서 내는 분노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뜬금없이 소리만 지르고 인상만 쓰고 있으면 이 작품의 맞는 스파이시에 맞는 행동이 아닐 것 같아서 그것을 표현하고 집중하느라 노력했다. 외롭거나 느낄 틈이 없었다.
Q. 작품 속에서 다수의 액션신을 소화해야 했다. 특히 산도 오르고 총기도 다뤄야 했는데 촬영하면서 힘든 순간은 없었는가?
작년에 ‘나빌레라’를 촬영하다가 십자인대가 다쳐 수술을 받았다. 그래서 이후 촬영했던 '잭팟'에서 의도치않게 다리를 절뚝이는 사람으로 나오게 됐다. ‘최종 병기 앨리스’는 작년 후반 촬영이었어서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과하게 운동을 하기에는 조심스러운 상태였다. 7, 8부에 액션이 좀 있어서 그 안에서 최선을 다 했고 무술의 고단수인 에너지보다 잔인한 정서와 이런 것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Q. 본인이 봐도 눈에 띄는 명장면, 명대사가 있는가?
명장면을 찍을 때 성취감도 있고 즐거움도 있다. 그런 지점에서 '최종병기 앨리스'는 그런 면에서 즐겁게 한 장면들이 많았다. 한국 와서 앉아서 건희를 협박하는 장면을 첫 촬영인가, 두 번째 촬영 즈음 초반에 찍었는데 처음 건희를 봤다. 그때 느낌이 좋더라. 세현이도 그렇고 배우로서의 자세도 좋지만 인간으로서도 매력이 있다. 단순히 예의 바르고 착한 것이랑은 다르다. 이 두 배우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앞으로도 기대된다.
Q. 다른 배우에 대한 평가를 들으니 배우 본인에 대한 평가도 궁금해진다.
나에 대한 평가가 가장 박하다. 배우는 어쨌든 전달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말이 온전히 전달이 됐으면 좋겠고 모든 사람이 공감이 될 수는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는 경우가 있기에 이룰 수 없는 목표를 향해 가는 것 같다. 그러기에 평가도 중요하다.
Q. 스스로의 평가에 엄하다고 했는데, '최종병기 앨리스'에서의 연기가 100점 만점으로 친다면 몇점인가?
점수는 생각하기 힘든 것 같다. 앞에서 박하다고 이야기했는데(웃음) 96점 이야기하면 이상하지 않나. (웃음)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최종병기 앨리스’가 준 활력, 애정은 90점 이상이다.
Q. ‘최종병기 앨리스’도 그렇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잭팟’이라는 영화로 방문을 하게 됐다. 이번 해 누구보다도 바쁘게, 다작 배우로서 활동하고 있는데 소감이 궁금하다.
‘잭팟’은 단편으로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단편만이 가질 수 있는 표현, 인물, 역할을 했던 작품이다. 옴니버스 단편이라 정말 고생한 TOP 3 안에 속하는 작품이다. 일반 세트보다 허름했고 욕조에 들어가 있고 흙탕물에 고개를 담그며 연기를 해야했기에 육체적으로는 고생을 조금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럼에도 배우란 선택 받는 직업이고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이 감사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렇게 다양하게 역할 변화들이 있고 해볼 수 있다는 것이 운이 좋은 것 같다.
배우들은 비정규적인 일상을 가지고 있고 일반 회사원들보다는 널널하게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지 않나. 매일 무언가를 찍지는 않는다. 이 배우님, 이 감독님과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동기부여가 된다. 하지만 그런 확신이 없어도 하는 작품도 있다. 해 나가야 하는 일이다. 도전의 의미다. 그런 마음으로 지금도 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