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콘덴싱 광고를 듣는 듯한 나긋나긋한 목소리, 하지만 강도단의 수장으로 대규모 경제 범죄를 일으키는 반전 매력의 '교수' 역을 맡아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하드캐리한 배우 유지태는 이번 작품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선보였다. 완급조절이 완벽한 연기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창조해낸 그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Q.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작품을 공개하게 됐는데 공개 이후 글로벌 팬들의 다양한 후기들을 읽었을 것 같다. 혹시 기억에 남는 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쑥쓰럽지만 (웃음) 팬들이 남긴 리뷰를 다는 못 봤다. 기자님들이 써준 리뷰는 다 읽었다. 좋게 써주신 분들이 조금 더 많아서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웃음)
Q. 배우 본인이 생각하는 '종이의 집' 한국판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한국판의 강점은 빠른 전개, 공동경제구역이라는 설정인 것 같다. 리메이크에 대한 불안감은 없었다. 처음 기획안을 받았을 때 다른 한국 식의 모습을 보이고 싶은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감독님도 작가님도 너무 벗어나면 팬들이 실망을 할 수 있기에 너무 벗어나지 않는 수준에서 내가 아는 매력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Q. 이번 작품이 인권 문제나 이념에서 비롯된 문제들 등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을 조명한 것은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사회가 옳은 방향으로 걸어나가게 만드는 노력이었다고 생각한다. 평소 배우자분과 환경 문제나 인권 문제, 아동 문에 대한 좋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남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남북한 문제가 항상 이슈라고 생각한다. 중국 내에 있는 북한 탈북민에 대한 인권에 대해서도 꼭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파친코'처럼 특수한 경우도 있지만 이 작품 같은 경우는 케이퍼 무비고 대중적으로 접근을 해야 해서 여러 가지를 파고들면 많은 문제들이 생기기에 케이퍼 무비의 장르에 맞는 수준까지 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Q. 기존 스페인판 '종이의 집' 교수와 차별점을 두려고 많이 노력했을 것 같다.
연기를 할 때 개인적인 목표가 중요하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전체에 맞는 연기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원작이었다면 조금 더 치밀한 교수의 모습을 다른 식으로 보여줬을 것 같은데 원작을 본 사람들도 있고 케이퍼 영화를 소화하려면 설득력에 포커스를 둬야 했던 것 같다.
Q. 범죄를 일으키는 강도단의 수장, 그리고 좋아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좋아하는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상반된 이미지를 연기하는 데 있어 목소리 톤이나 내적인 연기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궁금하다.
대본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생략했던 부분을 배우의 감정과 뉘앙스로 표현을 해야 했다. 감정이라는 것이 재미있기도 한 부분이다. 대사나 신에서 글로 읽었을 때는 설명되지 않더라도 배우가 시너지를 낸다면 설득되어지는 부분들이 있다. 나뿐만 아니라 김윤진 선배님도 그런 느낌을 받으셨던 것 같다.
Q. 작품 내내 마치 콘덴싱 광고 내레이션을 듣는 듯한 나긋나긋하고 따뜻한 목소리가 인상 깊었던 것 같다.(웃음) 원작도 그렇고 한국판 리메이크도 도쿄의 내레이션으로 서사가 전개되긴 하지만 '교수의 목소리로 내레이션을 했다면 어떨까'라는 기대까지 들기도 했는데, 만약 본인이 내레이션을 했다면 어떤 작품이 나왔을 것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웃음) 목소리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교수 역할은 설득되고 신뢰감 있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빠른 전개를 통해서 작품이 흘러가다 보니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지거나 감정을 설명해주거나 이런 것들이 많이 배제됐다. 그러기에 더욱 목소리나 표면적인 느낌이 중요할 것 같다고 느껴서 목소리 녹음하고 촬영할 때 공을 들였다. 내 생각에는 도쿄 내레이션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밸런스, 질감이 풍부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Q. 극 중 팀원들이 많고 그 팀원들을 통솔해야 하는 역할로 등장했는데, 그만큼 많은 수의 배우들과 함께 호흡해야 하는 신들이 많았다. 그때 수장으로서 무게를 잡는 신들 속에서 선배 배우로서 부담감이 있었던 부분이 있었는가?
처음에 이 작품 기획이 교수에서부터 시작됐기에 남다른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촬영하면서 나는 헤드쿼터에 있고 강도들은 현장에 있고, 이런 식으로 나눠져 있었기에 촬영장에 가서 뛰어드는 것도 아닌 것 같았다. 한 발자국 멀어져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이원종 선배님도 계셨고, 박해수 배우가 잘 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고 밸런스가 잘 맞을 것이라 생각했다. 현장이 행복했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니까 잘 흘러갔던 것 같다.
Q. 케이퍼 무비 특성상 각 역할을 지닌 캐릭터들의 매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수도 매력 있는 인물이었지만 만약 다른 인물을 연기할 수 있었다면 강도단 중 어떤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었는지 궁금하다.
아무래도 이때까지 해온 역할들을 생각하면 베를린이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웃음)
Q. 박해수 배우 대신 베를린을 맡았더라면 아예 새로운 베를린이 탄생했을 것 같다. 어떤 점을 중점을 두고 연기했을지 궁금하다.
일단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나 같으면 성 정체성을 빼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했을 것 같다. 한국에서는 안티적인 사회의 시각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베를린의 캐릭터는) '종이의 집'이 지닌 자유로운 스타일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내가 베를린을 연기했다면 섹시한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을 만들어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OTT 특성상 TV에 방영되는 일반 드라마와 달리 플랫폼을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시청자라면 무한대로 볼 수 있다. 계속해서 공개될 이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는지 궁금하다.
일단 한국 콘텐츠의 장점을 잘 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기발한 구성, 패기와 열정들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