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정영 ⓒ 에스더블유엠피 제공
일 끝나고 엄마에게 전화하고 싶게 만드는 배우 김정영이 영화 '경아의 딸'로 돌아왔다.
불법 촬영으로 인한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된 딸 연수(하윤경 분)와 경아(김정영 분) 모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경아의 딸'(감독 김정은)은 균열을 일으키는 모녀 관계를 조명하며 사회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가족 간의 진심 어린 사랑을 풀어냈다. 극 중 배우 김정영은 딸 연수만을 보고 자란 엄마 경아 역을 열연하며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여정을 그려냈다.
Q. 디지털 성범죄라는 사회적인 문제가 담긴 영화 '경아의 딸'에 출연을 결심했다. 그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소재를 먼저 듣고 대본을 읽었는데 너무 직접적이거나 선정적으로 표현했더라면 안 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엄마와 딸, 모녀 관계의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보편성을 획득한 것 같았다. 저것은 내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감독님을 만났는데 이전에 찍으셨던 단편 영화도 너무 좋았고 감독님도 좋았다. 젊은 감독이 조심스럽게 접근했고 공부하면서 찍었다.
Q. 이 영화는 더불어 세대 차이에서 오는 차별과 편견을 다루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 경아가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자가 됐을 때 엄마가 경아를 먼저 다그치지 않나.
엄마도 과거의 시대를 살면서 자신이 위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다. 그도 피해를 보고 자란 인물이다. '나는 견뎠으니 너도 그렇게 살아라', '너만 몸조심하면 된다', '옷 비치는 것 입지 않으면 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았나. 영화 '경아의 딸'은 이런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의 시대에 살았던 엄마가 각성하는 이야기인 것 같다.
배우 김정영 ⓒ 에스더블유엠피 제공
Q. 모녀 관계에 집중하는 영화다 보니 함께 연기한 하윤경 배우와의 호흡도 중요했을 것 같다.
모든 배우가 사실 편했다. "엄마의 잘못도 아니고, 내 잘못도 아니야"라고 말하는 장면 찍기 전에 하윤경 배우를 만나서 대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대사가 최선인지 고민했다. 상현 역의 김우겸 배우도 그 자리에 참석했다. 그리고 하윤경 배우가 독립영화를 많이 해본 경험이 있어서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Q. 엄마로서, 그리고 한 여성으로서 촬영하면서도 마음이 아팠을 것 같다.
심리적으로 답답했다. 보기도 답답하더라. 이런 일을 겪으면 도와달란 말을 하기도 힘들다. 지인과 가족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다. 최종 영상물에 시원하게 소리 지르는 장면도 없어서 더 그랬던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연수가 한 걸음을 딛는 신이 나올 때 굉장한 정말 진심으로 응원해 주고 싶고 박수 쳐주고 싶었다.
Q. 개인적으로 경아의 탄원서가 등장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는데 배우 본인이 인상 깊었던 명장면이나 명대사가 있는가?
처음 불법 촬영물을 보고 딸을 몰아붙이던 경아가 나중에 연수와 남자친구가 한때 진심으로 사랑했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이 그렇게 슬프더라. 그 장면이 엄마가 딸이 '이 아이도 사랑을 한 것이다'라고 온전히 이해하고, 하지만 그 결과가 이렇게 돌아온 것을 인식하는 장면이라 볼 때 마음이 엄청 아팠다. 그리고 딸에게 정말 미안했다고 전화로 사과를 하는 장면도 인상 깊었다. 그렇게 진짜 어른이 되는 장면 같았다.
배우 김정영 ⓒ (주)인디스토리 제공
Q. '경아의 딸'은 남녀노소를 떠나 가족 관객 모두가 볼 수 있는 영화 같다.
GV 때 연배가 있으신 분도 있었고 남녀 상관없이 많은 분들이 있으셨다. 남자아이들은 엄마가 보고 싶어진다는 이야기도 하더라. 주변의 아기 엄마들도 관심을 보이고 보러 갈 것이라고 했다.
Q.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뚫고 극장을 찾아올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어필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요즘 극장에 좋은 소식도 많고 좋은 영화도 많다. '경아의 딸'도 많이 보실 것 같다. '경아의 딸'은 다양성이 담보된 영화다. 다양성 부문 예매율 1위다. 좀 다른 의미의 가족영화고 무거운 주제이긴 하지만 가족들 모두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