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한풀 꺾이는 듯하자 대중문화계에도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2년여 동안 비대면 상황이 일상화되었던 공연계도 기지개를 펴고 있다. 지난 달 정규앨범 [연가]를 발표한 송가인도 공연을 준비 중이다. 5월 28일부터 시작되는 ‘연가’ 콘서트를 앞두고 송가인이 취재진을 만나 대면공연의 기쁨을 털어놓았다.
“바쁘신대도 불구하고 갑작스런 기자간담회에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신곡 앨범이 나왔고, 예능 프로그램, 음악 프로그램 등 방송에도 열심히 나가고 있고, 콘서트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난 달 발매된 앨범에는 타이틀곡인 ‘비 내리는 금강산’을 비롯하여 ‘기억 저편에’, ‘장미꽃의 전설’, ‘월하가약’, ‘밤차에서’, ‘사랑의 꽃씨’, ‘내 사랑 비타민’, ‘물음표’, ‘비 내리는 금강산(ver.내레이션)’, ‘시간이 머문 자리’ 등 모두 10개의 트랙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이번 앨범에는 정통 트로트곡이 많다. 타이틀곡인 ‘비 내리는 금강산’은 남북분단이라는 아픔을 겪고 있는 실향민의 애환을 담고 있다. 그 사람들의 그리움을 담은 정통 트로트곡이다. 그리고 ‘기억 저편에’는 여태 제가 한 번도 보여드리지 않았던 7080 스타일의 노래이다. 다른 느낌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Q. 컴백 하루 전에 뮤직비디오 파일이 날아가는 사고가 있었다는데.
▷송가인: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는 모습이 담겼었다. 추운데 촬영을 했었는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 노래가 얼마나 대박이 나려고 이런 일이 생기나 생각했다. 좋게,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재촬영은 갯벌이 아닌 촬영여건이 좋은 해수욕장에서 했다. 팬들이 힘들게 안 찍어도 된다고 말씀해주셨지만 기다리는 분을 위해 그렇게 했다. 다시 찍어줘서 고맙다고 말해주시니 저도 감사하다. 추억으로 남을 뮤직비디오가 될 것이다.”
Q. 세미 트로트가 아닌 정통 트로트로 컴백한 이유는?
▷송가인: “국악을 전공했기에 제가 가장 잘 하는 것이 정통 트로트라고 생각한다. 제가 잘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맞는다 생각한다. 첫 무대에서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을 때에 젊은 세대들도 정통트로트에 반응을 보였었다. ‘단장의 미아리고개’ 내레이션을 어린 친구들이 따라하는 것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었다. 저의 주 관객층은 중장년층, 어르신이다 보니 그것에 포커스를 맞췄지만 젊은 친구들도 좋아한다. '비 내리는 금강산'은 나만 할 수 있겠다 싶어서 타이틀곡으로 선택했다. 이 곡을 들으시는 분들은 실향민 마지막 세대일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곡을 들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Q. 정통 트로트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다면.
▷송가인: “시대의 변화를 따라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의 뿌리는 잊지 않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서 여러 시도를 하는 것이 좋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랬을 때 대중들이 따라하고 평가해 주신다면 좋은 것이다. 지금 국악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렇게 도전하면서 케이팝도 발전한다고 생각한다.”
Q. 신곡에서 실향민의 이야기를 택한 이유가 있는지.
▷송가인: “옛날 같이 명곡들이 많이 안 나오는 것 같다. 요즘 세대는 그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보릿고개 같은 걸 겪거나 공감하기 힘든 시대이니. 그래서 주옥같은 노래가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 ‘비 내리는 금강산’은 이전에 만든 곡이다. 요즘 세대에 한번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통 트로트 중에서도 진한 스타일이다. 대중성도 필요하고 히트 여부에 걱정도 있었지만 그런 욕심은 버렸던 것 같다.”
Q.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 노래 '시간이 머문자리'를 불렀다.
▷송가인: “그 노래가 저에게 온 것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갔다면 어떤 느낌일까. 저에게 그런 노래에 맞는 애환이 있기에 맡기지 않았을까.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노래로 보답하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대학에서 리포트 쓸 때 위안부에 대한 것을 제대로 알게 되었다. 그 때 너무너무 화가 나더라. 당사자들, 가족들은 더 가슴 아플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해드릴 수 있는 것은 노래였다. 그래서 열심히 불렀다. 조금이라도 그분들에게 위안이 되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뿌듯하다고 생각한다.”
Q. 송가인은 ‘한(恨)’스런 트로트를 어찌 그렇게 잘 부르나.
▷송가인: “제가 그 세대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오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판소리를 전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절로 한이 나오는 것 같다. 국악을 기초로 했기에 이 자리까지 온 것 같다. 남도 출신이라는 영향도 있다. 진도라는 섬은 개도 문화재이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특별시간에는 문화재 선생님이 오셔서 수업을 하셨다. 대회에 나가 상도 타고, 공연도 하고.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런 문화가 제 몸에 서려있는 것 같다. 어머니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콘서트를 할 때 밝은 노래를 부를 때에도 관객분이 우신다. 슬픈 모양이다.”
Q.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면서 더욱 바빠진 것 같다.
▷송가인: “인기라는 것은 잠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바쁘다고 해봤자 얼마나 바쁘겠나. 그리고 저만 바쁠까. 바쁜 스케줄에 감사드린다. 코로나 때문에 무대에 서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만 이렇게 무대에 서는 게 미안하기도 하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 인기란 것은 떨어지기도 한다. 지금 최선을 다할 참이다.”
Q. 지난 2년 여,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 든 생각은.
▷송가인: “2년 동안 비대면을 하다 보니 여러 생각이 들었다. 저 혼자 분위기를 감당해야했다. 공연이 끝나면 들려오던 환호소리도 없다. 그 감정을 혼자 추스르는 게 힘들었다. 혼자 무대에 서는 게 두렵기도 하더라. 얼마 전에 팬들이 절 보러 오셨을 때 눈물이 왈칵 나더라. 코로나 해제되고 콘서트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슴이 벅차다. 노래하는 사람으로서 관객의 감정을 보고 싶다. 웃는 모습, 우는 모습, 소리 지르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다.”
Q. 자기 관리에 대해
▷송가인: “티는 별로 안 나겠지만 공연 앞두고 안 먹는다. 체중도 많이 안 나간다. 많은 분들이 저의 실물을 보면 조그만 모습에 많이 놀라신다. TV에서는 뚱뚱하게 나온다고. TV나오지 말고 전국을 돌아다녀라고 그러시는 분도 있다. 물론 악플도 많다. 뚱뚱하다. 얼굴이 터질 것 같다고.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는데 그런 말은 듣고 싶지 않더라. 노래로 칭찬 듣고 싶은데.”
Q. 이번 콘서트에 대해
▷송가인: “이전에 단독 콘서트에서 순식간에 매진되었다고 하더라. 좀 더 큰 공연장에서 할 것을. 자식들이 효자노릇하려다가 못했다. 어르신이 컴퓨터 사용법 느려서 예매를 못했다는 분이 많다. 저도 속상하더라. 이번 단독 콘서트는 전국적으로 하니 많은 분들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 실물을 보세요. 그렇게 뚱뚱하지 않아요. 실물을 보여드리고 싶다.”
Q. 송가인의 열렬한 지지자인 어르신 팬에 대해 한 말씀.
▷송가인: “어르신들도 인터넷 투표하는 사이트에서 저를 투표하신다. 우리 부모님도 못하는데. 나이 드신 분이 저를 위해 그렇게 해주시니 감동받을 수밖에 없다. 그런걸 보면 우리 부모님 세대가 자식들 뒷바라지만 하느라 자기(취미)생활을 할 여유가 없었구나 생각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고 팬카페에 들어간다. 어르신이 음원 스트리밍 하는 법을 배우고 계신다. 팬카페에서는 '스밍 교육'도 시켜주신다. 행사장에서 부스를 열어서 스밍 교육 해주시더라. 정말 감동 받는다. 제가 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노래 해드리는 것이다. 행사 끝나면 카페에서 팬 미팅도 자주한다. 팬들과 만나 이야기 나누고 사진도 같이 찍는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드리고 싶다.”
Q. SNL코리아에 출연한다고 하는데, 두렵지 않은가?
▷송가인: “촬영에 대해 미팅을 가졌다. 일정 논의하고. 많이 내려놓아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분장도 할 것이라고. 난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비호감만 아니라면. ‘코카인댄스’ 같이 이슈가 되는 것이라면 망가져도 상관없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저는 엄청나게 걱정이 된다. 톱 배우와 핫한 스타가 나가는 자리인데 얼마나 영광인가. 연기하는 것도 걱정된다. 대사 못 외울까 걱정된다고 하자 ‘저희가 잘 들어드린다’라고 말해주더라.” (‘스케치북’을 들어 보여주는 자세를 취했다) “걱정되지만 기대도 된다.”
Q. 최근 영화 [매미소리] 시사회 때 연기는 안하겠다고 했는데.
▷송가인: “진지한 느낌의 연기였다. SNL코리아는 그렇진 않다. 그때는 (연기를) 코로 했는지 발로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민폐가 되면 어찌지 생각했었다. 다행히 좋아해주셨다. 그런데 제 연기 때 웃으시더라. 저는 연기를 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배우가 연기를 해야 하고 가수는 노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진지한 연기는 안할 생각이다.”
Q. 콘서튼 준비는 어떻게 하고 있는가.
▷송가인: “죽어도 연습밖에 없다. 연습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집중이 안 된다. 연습밖에 답이 없다. 연기도, 노래도. 연습이 제일 중요하다. 최대한 어색하지 않게, 미숙하게 보이지 않도록 연습한다. 그렇게 해도 무대에서는 실수를 한다. 내가 한 공연 다시 보면서 반성 한다”
Q. 가수 데뷔 10주년인데.
▷송가인: “아직 체감하지를 못하겠다. 선생님이나 선배님 생각하면 아직 아기이다. 10년 가지고는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낸다. 20년, 30년, 50년 될 때까지 노력할 것이다. 국민가수의 길을 변함없이 걷고 싶다. 10주년이라고 팬분들이 축하해 주시는데 아직 낯설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다. 트로트 장르에서 부담감도 있고 책임감도 있다. 어깨가 무거운 것은 사실이다. 후배에게 먼저 모범이 되고, 진심이 되는 가수가 되고 싶다. 내가 하는 것을 보고 국악을 하는 친구가 많이 이 분야로 넘어왔다. 국악 하는 선생님은 안 좋아한다. 국악하는 친구들 다 뺏어간다고. 그런데 이전에 아이돌 붐 일었을 때 전부 아이돌 하겠다고 그랬잖은가. 하나의 시대현상이라고 본다. 이런 붐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더 노력해야할 것이다. 쉬지 않고 좋은 노래 들려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Q. 트로트의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송가인: “케이팝 해외진출과 맞물려 그런 이야기가 있다. 그런데 잘 모르겠다. 어떤 계기가 있어야할 것이다.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는. 누군가 트로트를 영어버전으로 한다든지 해서 화제가 되어야할 것이다. 가만히 있으면 누가 알아주지 않잖아요. 아이돌과의 콜라보도 해 볼만 하고. 그런 시도를 하다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역주행도 하는 시대니까.”
Q. 송가인의 다음 계획은?
▷송가인: “발라드 음악을 해보고 싶다. 조금 다른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다. 곡도 만들어보고, 가사도 써보고 그런다. 내가 하면 다른 느낌이 나오지 않을까. 끊임없이 노력한다. 다양한 장르를 보여주고 싶다. 올 겨울 쯤 발라드 곡 내고 싶다. 회사에도 이야기 해보았다. 송가인도 발라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송가인은 공연 끝나면 팬들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고, 사진도 같이 찍는 팬서비스를 한단다. 기자간담회가 끝나자, ‘사진 찍고 싶으신 분, 싸인 받고 싶으신 분 계신가요’란다. 기자들이 핸드폰을 꺼내고, 종이를 꺼낸다. 싸인을 정성스레 한다. 이름을 뭐라고 쓸까요? 누구시죠? “시어머니? 예. 시어머니에게 잘 해드려야죠.” 맞춤형 팬서비스에 열심이었다.
송가인의 ‘연가’ 콘서트는 서울(5월 28일~29일 잠실 학생체육관)을 시작으로 대구(6월 4일 대구 엑스코), 전주(6월 1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열린다. 다른 지역의 공연도 추후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포켓돌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