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만화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데스노트'를 익히 들어봤을 것이다. 노트 속 페이지에 이름을 적으면 이름이 적힌 사람은 죽게 되는 무서운 존재, 데스노트. 하지만 따분한 일상에 지친 사신 류크가 인간 세상으로 데스노트를 던지며 인간 세상에는 큰 파장이 일게 된다.
데스노트를 주운 주인공 야가미 라이토는 평소 법과 정의에 대한 의문이 많은 인물이다. 그는 결국 데스노트를 사용해 흉악범들을 차례차례 죽인다. 각종 흉악범을 죽이는 야가미 라이토는 대중들에게 '키라'라는 이름으로 각인되고 이에 그를 추종하는 팬덤까지 생긴다.
법이 지켜줄 수 없는 피해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가해자들을 처단하기 위해 자신이 믿는 정의를 밀고 나가는 라이토는 점차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고 끝내 자신을 방해하는 자는 모두 데스노트에 이름을 적는 만행을 벌인다.
이를 막기 위해 나타난 L의 존재는 상당히 위협적이다. 어떠한 사건도 풀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계적인 명탐정인 그는 야가미 라이토에 대한 관심을 놓지 못하고 그가 다니는 학교에 함께 입학하며 그를 예의주시한다. 그 과정에서 라이토는 자신이 키라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편, 키라 덕분에 자신의 부모님을 죽인 흉악범을 처단할 수 있었던 유명 아이돌 아마네 미사는 키라를 신봉하게 되고 그를 향한 메시지를 던지는 노래를 부른다. 키라의 정체가 라이토라는 사실을 찾아낸 미사는 자신의 사랑을 지키기 위해 그를 돕기 위해 이용당하는 것도 불사하고 그의 계획에 뛰어든다.
'데스노트'는 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 전체가 시침과 분침 영상으로 뒤덮이며 긴장감을 유발한다. 이어 등장하는 그래픽 영상은 음악과 장면의 변화에 맞춰 변주되며, 무대의 경사진 바닥-벽면-천장까지 3면으로 구성된 디스플레이는 3mm LED 1,380장으로 이루어져 170분의 공연 시간 동안 지루할 틈이 없게끔 만드는 무대 연출을 완성해 관객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같이 입학한 학교에서 경쟁심이 강한 라이토를 자극하기 위해 L이 테니스를 제안하고 결국 대결하게 되는 신은 배경의 LED 전광판의 연출을 통해 실제로 그들 사이에 흐르는 긴박감을 그대로 표현한다. 이러한 공간을 뛰어넘은 연출은 현실 세계와 무대의 구분을 없애며 극강의 묘미를 선사한다. 특히 L 역의 김준수, 그리고 야가미 라이토 역의 고은성은 테니스를 치고 점프를 하면서 서브를 하면서도 음정의 흔들림 하나 없이 훌륭한 하모니를 뽐낸다.
더불어 '데스노트'의 캐스팅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다. 5년 만에 L로 돌아온 김준수는 마치 거북목을 지닌 L의 캐릭터 그 자체가 된 듯 무대를 종횡무진한다. 야가미 라이토 역을 맡은 고은성도 마찬가지다. 순한 얼굴을 한 채로 점차 악마로 변해가는 야가미 라이토의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외에도 류크 역을 맡은 강홍석, 렘 역의 김선영, 그리고 아마네 미사 역의 장민제까지 극을 이끌어가는 중심으로 우뚝 서며 존재감을 드러내 관객들의 마음을 저격한다.
한편, 대결의 결과를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서사, 훌륭한 무대 연출, 그리고 엄청난 캐스팅 라인업으로 이뤄진 뮤지컬 '데스노트'는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오는 6월 19일까지, 그리고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오는 7월 1일부터 8월 14일까지 공연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