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연상호와 류용재가 인터뷰를 통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티빙 오리지널 '괴이'(감독 장건재)는 저주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과, 그 마을의 괴이한 사건을 쫓는 초자연 스릴러 작품이다. 기이한 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하는 정기훈(구교환 분)이 별거 중인 아내 이수진(신현빈 분)이 끔찍한 재앙을 맞닥뜨리게 되자 찾아 나서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Q. '괴이'에 출연한 배우들이 인터뷰에서 연상호 감독님의 '연니버스'에 합류해서 영광이라는 말을 하는데 이러한 반응에 대한 본인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연상호 - 너무 감사한 일이다. 내가 조금이라도 참여한 작품에 나오신 배우분들은 친하게 생각하고 있다.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적인 동료라고 한다면 단순히 배우와 감독, 배우와 작가만의 관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영화를 같이 만들어나가는 동료다. 그런 의미에서 동료가 늘어난다는 것은 기분이 좋다.
'연상호 유니버스'라는 말은 내가 만든 말이 아니다.(웃음) 감독도 아니고 공동 각본가 중의 한 명인데 잘못된 것 같다. '연니버스' 이런 것들이 말이 나오다 보니 일이 커지는데 나는 일종의 영화 스태프라고 생각한다. 장건재 감독은 새로운 작품을 하는 것일뿐인데 나의 시점이 중요해져서 생각을 많이 하는 계기가 됐다. 그런 점들을 최근 인식했고 그래서인지 앞으로 더 신선한 작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Q. '반도'에 이어 구교환 배우와 함께 다시 작업했다. 캐스팅은 어떠한 믿음으로부터 시작됐는가?
연상호 - 이야기를 끌어가는 주연 배우로서 구교환 배우의 역량이 강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괴이'라는 작품에서 그 역할을 해내줬다. '괴이'에서 곽동연 배우가 맡은 곽용주 같은 캐릭터가 더 개성이 있는 캐릭터일 텐데 구교환 배우는 그런 캐릭터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잘 해줬다고 생각한다.
Q. 본인들이 붙인 제목 '괴이'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류용재 - 연상호 감독님은 명료하고 심플한 제목을 선호하신다. '괴이'라는 작품이 더욱 잘 와닿지 않나 싶다.
연상호 - 비일상성에 대한 총칭으로 어떤 제목이 좋을까 생각했다. 초자연현상 같은 것도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는 '괴이'라는 제목을 선택했다.
Q. '괴이'라는 작품을 구성하는 작업의 시작은 어떠했는가?
연상호 - 드라마에서 나오는 '마음은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큰 모티브가 됐던 것 같다. 관심을 가지고 바라보지 않으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상처 같은 경우도 작은 것에 관심을 두고 바라보면 깊어지는 것 같다. 손에 난 딱쟁이처럼 신경이 계속 가게 되면 내버려 둘 수도 있어야 하는데 그걸 뜯어버려서 더 상처가 되어버리지 않나.
처음 떠올린 이야기는 한 아이를 잃은 부부의 이야기였다. 그 부부 사이의 큰 존재가 사라지게 되며 큰 상실감을 가진 부부가 회복할 수 있는지를 중심으로 상황들을 만들어갔다.
류용재 - 처음부터 오컬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재난물에 가까웠고 주인공이 내적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이었다. 중간에 많은 아이디어도 있었는데 이후에 귀불이라는 설정이 들어오면서 지금의 형태가 됐다.
Q. 재난극과 오컬트물의 결합이 주는 특별한 어필 포인트가 있을 것 같다.
류용재 - 재난극과 오컬트의 결합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기존 좀비물을 재난극이라고 바라본다면 한 번 발생되면 그 해당자는 죽여야 한다는 것이 결정되어 있는 반면에 '괴이'는 그렇지 않다. 기존 설정은 오컬트적으로 풀긴 했지만 재난극이 가진 속도감, 스케일 속에서 인간 군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연상호 - 좀비물도 오컬트물이었다. 지금은 시간이 지나면서 SF 영화처럼 변한 것 같은데 점차 진화를 하고 익숙해지는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이토 준지 작품 중에 '소용돌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후반부가 재난극 형태를 띄고 있다. 그 만화를 볼 때 의외로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그 두 장르를 잘 섞을 수 없을지 고민했다.
Q. 인간의 본성은 '연니버스'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메인 소재이기도 한데, 이러한 소재들을 관심사에 두고 매번 작품 속 세상으로 끌어오는 이유가 궁금하다.
연상호 - 아무래도 내가 하는 이야기가 비일상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비일상성에서 시작되다 보니 그 속에서 감춰졌던 사람들의 이야기, 내면이 드러나게 되는 서사가 계속 만들어지는 것 같다.
Q. '괴이'의 대본을 쓸 때 연출자로서의 시점을 반영한 부분이 있었는가?
연상호 - 연출자이기도 하기에 연출자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연출하다가 본인이 안 맞는 부분을 느낀다면 수정을 하실 것이니까 그 부분도 자유롭게 맡기는 편이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지 않나.
Q. 누구나 마음 속의 지옥이 있는데 연상호-류용재 작가 본인은 지옥이 어떤 형태인지, 어떤 순간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류용재 - (연상호 감독의) 지옥 같은 순간은 마감이지 않나.(웃음)
연상호 - (웃음) 개인적으로 딱히 지옥의 순간은 없는 것 같다.(웃음)
Q. 지금 이 순간에도 마음 속의 지옥을 가지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류용재 - 일단 억지로 무언가를 이겨내려고 한다고 해서 상처가 치유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객관화 해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간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