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는 저주 받은 불상이 나타난 마을에서 마음속 지옥을 보게 된 사람들 사이에서 인간의 군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극 중 배우 곽동연은 세상을 향한 분노와 인간에 대한 불신을 뿜어내는 폭력배 곽용주 역을 맡아 '괴이'를 통솔하는 희대의 악인으로 등장했다. 그는 '연니버스'(연상호 감독 세계관) 합류 후 폭력으로 지배를 일삼는 곽용주로 완벽 변신해 보는 시청자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Q. 연상호 감독과의 첫 작업을 나눴고 '연니버스'에 합류했다. 작업 소감은 어떠한가?
연니버스라는 말을 계속 듣다 보니 나도 곽동'연'이라서 합류되는 자격 조건이 충분했다는 생각이 든다.(웃음) 많은 소통을 하지는 않았지만 용주라는 인물을 애정하신다고 들었다. 작가님, 감독님의 전작들을 좋게 봤었어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작업했다.
Q.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첫 주 유료 가입 기여자 수와 시청 UV 역대 1위를 차지했다. 더불어 칸 국제 시리즈 페스티벌에 초청되기까지 했는데 소감이 어떠한가?
감독님에게 일단 감사하다. 잘 봐주셔서 감사하다. 칸에 방문한 자체가 설렜다. 칸이라는 도시가 가진 상징성이 크기에 신기했다. 스크리닝 행사가 끝나고 행사를 보는 도중에도 외국인 관객분들은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스스럼이 없더라. 우리나라 문화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문화가 있는 것 같은데 외국 분들은 그런 부분에 스스럼이 없어서 신기했다.
Q. 온전히 오컬트를 다루는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평소에 관심이 있었는지, 어떤 면을 보고 출연 결심을 했는지 궁금하다.
'사바하', '곡성' 같은 작품을 좋아하고 장르에도 관심이 많았다. '괴이'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들어가 있지만 실제 이런 일이 벌어졌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를 담은 작품이었기에 재밌었던 것 같다.
Q. 극 중 본인이 맡은 동네 양아치, 폭력배인 곽용주에 대한 구체적인 과거 서사가 없는데 배우가 생각하신 곽용주는 과거에는 어떤 인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연기에 임했는가?
용주는 과거 불완전한 가정에서 자랐고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면서 어머니의 연인 사이에 있는 아저씨들, 새 아빠들에게 굉장히 수위 높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당하면서 자아가 형성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인물이었기에 현재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합리화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런 일이 있음에도 바르게 성장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용주는 뒤틀린 채로 태어나 환경까지 주어져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가치관과 관념이 뒤틀린 인물이라 생각했다.
Q. 곽용주라는 인물에 이입하는 과정에서 동정과 연민을 느낀 것 같기도 하다. 배우로서, 혹은 인간으로서 곽용주라는 캐릭터의 어떤 면에서 애정을 느꼈는지 궁금하다.
감독님과 상의하는 과정이 길어서 이랬었겠다고 상상했지만 이런 부분으로 인해 캐릭터에 동정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 인물이 이렇게 된 이유는 알고 있어야 하지만 합리화하려는 시도는 배제하고 싶었다. 애시당초 문제가 있는 인물이다. 상황만 생기하면서 연기했고 애정보다는 그가 느끼는 감정과 수많은 행동들을 더 본능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에 집중했다.
Q. 전작들에서 맡았던 악역과 다르게 이번 역할을 연기하며 차별점을 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 인물이 존재하는 이유, 기능적인 목표가 전혀 다르기에 전작에서 연기했던 인물을 떠올리거나 결을 참고한 순간은 없었다. 곽용주는 절대악에 가까운 인물이고 공동체에게 미칠 영향, 서스펜스를 조금 더 많이 생각하고 연기했다.
Q. 극 중에서 곽용주는 대표적인 악인으로 보이지만 그가 폭력을 행사하거나 도를 넘은 행동을 할 때마다 그것에 동조하고 방관하는 이들 또한 악인으로 보인다. 인간 곽동연이 생각하기에 '괴이'의 등장인물 중 가장 나쁘다고 생각하는 인물은 누구인지 궁금하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성적인 사고, 인간적인 관념으로 비롯되는 행동들이 설 자리를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 목숨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 실제로 사람들이 동조되는 소사회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는데 짚어주셔서 감사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 어른들이 다 한 폭력배에게 동조되어 있을 때 도경이라는 어린 학생이 "당신들 다 뭐 하는 것이냐"라고 일갈하는 장면이다. 수많은 사람들 중에 가장 나쁘냐고 하면 각자의 판단 기준에 따라 누군가는 용주, 누군가는 군수를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래도 꼭 한 명을 꼽자면 개인적으로 군수다. 서로 이용하는데 나이나 사회적인 배경을 생각했을 때 군수 아저씨가 더 나쁜 사람 같다.
Q. 본인이 만약 사람들이 미쳐가는 상황을 마주하고 있다면 곽용주가 아닌 인간 곽동연으로서 어떻게 대처했을 것 같은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많이 상상을 하는 장면이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바람직한 처사는 강한 주장을 하지도, 너무 모르는 체 하지도 않고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들, 이상 증세가 나타난 사람들이 나타난 것이 맞다면 나도 격리를 시켰을 것 같다.
Q. '괴이'라는 작품에 참여하며 '괴이'가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마음은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카피가 '괴이'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계들에 대한 이야기인 것 같다. 내가 내 마음 또한 바라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 같다. 가까운 부부, 모자 관계에서도 서로 가질 수 있는 오해와 불신을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Q. '괴이' 이후에 곽동연 배우가 보여줄 새로운 모습이 더욱 기대된다. 현재 배우로서 꿈꾸고 있는 역할이나 기대치가 있는가?
아직 자라나는 꿈나무다. 나이가 한 살 한 살 지나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의 폭이 넓어진다는 생각이다. 많이 제안을 주시면 좋겠다. 그중에서도 형사 같은 특수한 직업군을 조명한 작품에서 그런 직업군에 오래 몸담은 이들의 성격을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을 연기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