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12일 개봉 예정인 영화 '파리, 13구'(감독 자크 오디아르)에는 낭만과 사랑의 도시 파리에서 고독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흑백영화로 제작된 이 작품은 낭만이라는 환상 뒤에 고독과 현실을 품고 있는 파리의 현실을 무채색으로 그려내며 관객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냈다.
Q. 새로운 이야기가 아닌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삼은 이유가 궁금하다. 어떤 면에서 끌렸고 각색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그쪽 세계에 대해 잘 몰랐는데 친구의 추천으로 알았다. 그래픽 노블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많이 끌렸다. 앰버 스위트라는 캐릭터, 노라도 마찬가지다.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캐릭터들을 그래픽 노블들을 통해 발견하게 됐고 흥미로웠다. 카미유 캐릭터는 유일하게 그래픽 노블에 등장하지 않고 새롭게 만들어진 캐릭터다. 처음부터 끝까지 등장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Q. 각본을 맡은 셀린 시아마 감독과의 작업은 어떠했는가?
두 명의 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는데 셀린 시아마 감독과 첫 번째 작업을, 이후 레아 미지위 감독과 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이 영화 촬영을 위해서 시간이 없었던 관계로 다른 감독인 레아 미지위 각본가를 만나서 작업했다. 여성 시나리오 작가와 첫 공동 작업을 했다는 것이 특별한 경험이었다. 섬세한 감정들이 큰 도움을 줬다.
Q. 대부분 파리를 배경으로 찍는 영화는 다채로운 색감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이 영화는 흑백으로 제작되어 낭만 뒤에 남겨진 고독과 우울감을 보여주는 느낌이 들었다. 무채색으로 그려낸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파리는 애증의 도시다. 나도 10년 넘게 살았던 지역이다. 13구는 파리 같지 않은 감정이 드는 지역이다. 파리의 풍광을 많이 사용했지만 색다른 파리를 보여주고 싶었다. 다른 파리 지역과 달리 박물관이 많지 않고 큰 빌딩들이 조금 있어서 이것을 흑백으로 찍으면 파리가 아닌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13구에서 영화를 찍기로 했다. 파리에서 느끼는 일반적인 감정들, 로맨틱하고 박물관이 많은 인상을 줄어들게 하고 싶었다. 나도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싶었다.
Q. 작품 중간에 에밀리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앱으로 사람을 갑자기 만나 성욕을 해결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전 세대와는 다른 사랑의 모습이다. 본인은 이러한 사랑의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금 세대가 관계를 쌓고 사랑을 나누는 방식이 과거의 내가 속했던 방식과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의 세대는 약속을 잡고, 이야기를 하고, 서로 유혹하는 과정을 가지고 잠자리는 성공했을 때 가지는 것이었다. 요즘의 세대는 만나자마자 잠자리를 한다. '잠자리를 갖고 그 이후에 사랑을 말할 수 있는가', '그 순서가 바뀌었을 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도 하고 있다.
Q. 지금 세대의 청춘들이 관계를 쌓아나가는 방식에 대해서 어떤 조사를 거쳤는지, 어떻게 서사가 만들어졌는지 궁금하다.
청춘의 관계에 대해서 조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주변에 널려 있고 뉴스와 미디어에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특별한 조사는 하지 않았다. 일상생활 속에서 지나치면서 본 여자가 핸드폰을 보는 모습을 통해 지금 '앱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고 있지 않을까, 가벼운 잠자리를 하러 달려가지 않을까'라고 상상했고 그렇게 이야기를 그려나갔다.
Q. 모두 함께 모여 리허설을 진행했다고 하는데 이 방법을 고수한 이유는 무엇인가?
영화 촬영 3일 전에 극장을 하나 빌려 리허설을 했다. 배우들끼리 만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기에 모든 배우가 만나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배우들이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촬영하는 날의 두려움을 줄여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해서 이런 방법을 시도했다. 러닝타임과 거의 동일한 시간의 리허설을 가졌다.
Q. 젊은 배우들과의 긴 시간을 함께 보내는 과정에서 배우들과의 소통을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배우들의 나이가 다르고 영화에 대한 경험차가 다르다. 루시 장은 경제학 전공하는 학생이었다. 영화에 대한 경험이 전무한 상태여서 반복적인 연습을 했다. 다른 배우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와서 촬영했다.
Q. 이해하기 위해 여러 번 돌려본 부분이 있었는데 카미유가 에밀리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 부분이었다. 휠체어를 고쳐주면서 흘렸던 눈물은 에밀리에 대한 슬픔 때문이었는지, 왜 갑자기 '쿨'하던 그가 변했는지 궁금하다.
영화의 다른 캐릭터들과 마찬가지로 카미유도 정확하게 설명되지 않는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있다. 영화 중간에 밝혀지긴 하지만 6개월 전에 카미유의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영화 전반부에서 에밀리를 만났을 때는 그가 그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그 눈물은 어머니에 대한 슬픔일 수도 있고, 에밀리에 대한 사랑일 수도 있다. 그런데 나중에 에밀리의 할머니가 돌아가시지 않나. 그런 공통점에 대해서 에밀리의 슬픔에 공감하고 감정이 더 깊어졌던 것 같다.
Q. 코로나19 시국으로 인해 내한이 힘든 상황이긴 하지만 이후 한국에 올 생각은 없는지 궁금하다.
부산국제영화제로 내한한 적이 있었다. 굉장히 즐거운 시간을 가져서 상황이 허락이 된다면 내한을 다시 하고 싶다. 한국의 여러 가지 점을 더욱 발견하고 싶다. 그리고 직접 내한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영화를 통해 배우는 점이 많은 것 같다. 언젠가 갈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