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에 개봉 예정인 영화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감독 김지훈)는 학교폭력의 잔인함, 그리고 그것을 덮으려는 가해자 부모들의 끔찍함을 소재로 하는 작품으로 명문 한음 국제중학교 학생 중 학교폭력 피해자의 자살 사건이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극중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의 아버지인 강호창 역을 맡은 설경구는 부모로서, 한 명의 인간으로서 선과 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기를 훌륭하게 소화해내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Q.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에 출연한 계기는 무엇이었는가?
김지훈 감독과는 '타워'라는 작품을 하면서 연결이 됐고 학교 후배이기도 하다. '타워' 찍고 나서 개인적인 만남을 이어왔다. 준비하고 있는 것들을 전해 들으면서 제목이 강렬하고 기존에 보지 못했던 제목이어서 일단 제목에서 오는 궁금함이 있었다. 시나리오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았던 것이 생각난다. 오랫동안 작업이 계속됐는데 이야기가 구체화 될 때 나에게 제안이 들어왔다. 대본이 강렬하게 느껴졌다. '타워'와는 다른 느낌이어서 호기심이 들었다.
Q. 학교폭력에 대한 작품이다. 작품에 임하며 많은 생각이 들었을 것 같다.
큰 뉴스는 방송을 통해서 전해지는데 같이 공분하는 것 같다. 꾸준히 있어왔던 일이고 근래까지도 벌어지는 일이다. 강도가 세졌으면 세졌지 나아지는 것 같지는 않다. 새로운 것은 없지만 지능화 됐다. 개인 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의 괴롭힘이 반복되는 것 같다.
영화 하나가 세상을 바꾸지는 않겠지만 꾸준히 건드려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용서 받을 기회마저도 부모들이 없앴다는 잔인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부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식은 괴물이 되고 부모는 악마가 된다'는 카피가 정확한 말인 것 같다.
Q. 처음부터 끝까지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끌고 가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러기에 실제 부모로서 더욱 표정이나 내면 연기에 있어서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실제로 연기할 때 경험에서 나온 표정이나 감정들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때 기억을 떠올려 보면 별개인 것 같다. 부모로서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마음들을 대입을 해서 연기를 하지는 않았다. 나는 오로지 대본, 시나리오에 충실하려고 했다. 물론 내가 부모라서 기본 바탕은 있겠다. 그건 부인할 수 없다.
Q. 최근 대중들에게 많은 작품을 연이어 공개하고 있는데 '니 부모 얼굴이 보고싶다'의 강호창은 '야차'에서 등장하는 지강인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야차'는 대놓고 매력 있다고 말하는 캐릭터 같다.(웃음) 상당히 부담스럽더라. 이번 작품은 개인 캐릭터의 매력보다는 어우러짐이 중요한 영화여서 거기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Q. 다른 역할에도 이입이 많이 됐을 것 같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어떻게 영화를 봤는가?
문소리 배우와 천우희 배우에게 이입되더라. 답답하고 속상하고 아파하면서 봤다.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들의 부모 입장이 아니라 나도 모르게 천우희 배우와 문소리 배우에게 이입이 되어서 보게 되더라.
Q. 송정욱 캐릭터가 여성 캐릭터로 바뀌었고 천우희 배우를 섭외에도 직접 나섰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원래 남성이었는데 여성으로 가면 어떻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후보가 나왔다. 나는 바로 천우희 배우가 생각났다. 친구 같은 느낌도 있고 단단한 느낌도 있다. 한 번 고사를 했다. 아까워서 한 번 더 매달려보자는 마음으로 연락하고 부탁했는데 고맙게도 마음을 고쳐먹어줬다.(웃음) 영화를 보니 천우희 씨 역할이 커보이더라. 어느 순간 그 감정을 따라가고 있더라.
Q. 성유빈 배우와는 세 번째 함께 호흡을 맞추고 있다. 부자로서의 호흡은 어땠는가?
후배를 평가할 수 없고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다. 처음 봤을 때 고등학교 1학년인가 그랬는데도 과묵하고 생각이 많은 친구였다. 그런 내적인 모습이 있다. '생일' 작품을 할 때도 힘든 이야기였는데 그런 소재에도 도전을 하고 싶어 하는 배우인 것 같다. 나이답지 않게 강직하고 묵직한 느낌이 있었다. 어떻게 성장하고 커갈 지 궁금하다. 함께 연기했을 때는 그 묵직함이 찍으면서 도움 됐다. 더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내 아들을 믿을 수 있게 도움을 받았다.
Q. 무거운 소재이기에 연기를 하면서도 책임감이 많이 들었을 것 같다. 특히 학교폭력을 당하는 영상을 보거나 자신의 자식이 가해자가 되는 모습을 보는 잔인한 신들도 많이 등장하는데 촬영하면서 심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촬영 때는 못 봤고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다. 핸드폰 내에서 동영상 담겨 있는 모습은 봤다. 그 외의 것은 언론시사회 때 처음 봤다. 상당히 끔찍했다. 머리로는 저것보다 더 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영화에서 이미 끔찍하지만 순화시켰다는 생각이었다. 실제로는 악랄하고 끝도 없이 갈 데까지 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임감보다는 무능력한 느낌이 들었다. 어른으로서 무능력하고 힘이 없었다.
Q. 학교폭력이라는 민감한 주제를 다루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가?
괴물이 되어가고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 부모의 모습을 거부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부모의 역할에 대해서 더 생각하게 됐고 관객분들도 그 고민을 가지고 공유를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