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콘텐츠 시장...나부터 변화해야 하고 도전해야 한다."
KBS 월화드라마 '경찰수업'을 연출했던 유관모 감독이 글로벌 시청자들을 위한 새로운 콘텐츠를 위해 친정을 떠나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겨냥하기 위해 드라마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이명우 감독이 설립한 더 스튜디오 엠에 합류했다. 현재 국내 시청자들을 넘어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격정 사극 멜로물 제작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올 하반기 새로운 한국 콘텐츠의 미래를 열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변화하고, 도전하고 있다.
Q. 최근 드라마 '경찰수업'으로 성공을 거둔 이후 KBS를 떠나 더 스튜디오 엠에 합류했다. 심경의 변화가 많았을 것 같은데 소감은 어떠한가?
물론 KBS는 내가 사랑하는 친정이다. 하지만 더 이상 젊은 친구들이 TV를 보지 않는 시대이자 실시간 방송, 본방 사수 이런 것들이 없어진 시대가 됐다. 이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요즘 시청자들은 콘텐츠를 짤로 보고, OTT로 접하고, 게다가 새로운 콘텐츠가 나오면 옮겨 다니면서 본다. 기존의 미디어가 적응하기 힘든 상황이고 연출자로서 이 현상에 대해 발 빠르게 맞춰나가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예전에는 잘 된 히트작을 낸 다음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미니시리즈 입봉도 안 하고 나가는 연출자들이 많다. 시대가 변했다고 생각한다. 나부터 변화하고 도전해야 한다. 변화가 많이 일어나서 후배들도 많이 답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새롭게 도전하고 자유로운 환경에서 표현의 자유를 가진 상태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연출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합류 제안을 건넸던 이명우 감독의 어떤 점에 가장 끌렸는가?
(이명우 감독님과) 서로 '왜 이제야 만났나' 생각했다. 출신 방송국이 다르지만 이전부터 알던 느낌이었고 초반부터 통했다. 넷플릭스에 '디스 이즈 팝'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세 번째 에피소드가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전 세계 모든 히트송들을 다 녹음한 스웨덴의 작은 스튜디오에 대한 에피소드인데 ABBA(아바)부터 시작해 80년대, 90년대를 풍미했던 아티스트들, 브리트니 스피어스까지 그곳에서 다 녹음을 했다. 그 작은 곳이 성지가 된 것이다.
ABBA의 가사들을 보면 영어 문법적으로는 정확하게 맞진 않지만 감정을 울려서 스웨덴 가수이지만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고 사랑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더 스튜디오 엠도 작은 스튜디오지만 우리가 글로벌 시청자들을 위한 영어로 쉽게 접근해 성공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더불어 다큐멘터리에서도 나오지만 그 스튜디오에서 일하던 모든 스태프들이 히트작을 배출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마치 가족과도 같은 사이가 된다. 그들에게는 그곳이 놀이터이자 추억이 쌓인 공간인 곳이다. 진심을 가지고 한 결과물이었다. 그 스태프들이 다 할아버지들이 되어 소파에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처럼 우리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Q. 이명우 감독 또한 칭찬을 너무 많이 해서 두 감독의 관계가 돈독한 것이 느껴진다. 마치 친형제를 보는 느낌이다.(웃음)
우리가 감정의 동물이니까 이성적인 것보다는 감정이나 느낌을 따르지 않나. 느낌이 좋더라. 이직을 결정하기 전 많이 고민했다. 회사가 지닌 비전도 있었지만 어떤 시장적인 논리를 넘어 글로벌 프로젝트를 만들고 싶었던 마음을 움직였다. 같이 할 수 있는 철학에 마음이 동해야 끌리는데 그런 점들이 좋았다. 그리고 이명우 감독님 기운이 너무 좋으시다. 눈이 총명하지 않나.(웃음) 이 형과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이야기를 들을수록 그 포부만큼이나 더 스튜디오 엠에서 앞으로 꾸려나갈 연출작들이 궁금해진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차기작에 대해서 미리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정보들이 있는가?
차기작은 격정 멜로 사극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에서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만들고 있다. 당연히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사랑을 받아야 하지만 더불어 글로벌 시청자들에게도 인기를 얻을 수 있게 이명우 감독님과 함께 설계하고 있다. 영화 '기생충'이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경우 문화적인 장벽이 낮아지는 무언가가 있었기에 글로벌로 히트작이 됐다. 그 부분을 찾고 있고 조사하고 있다.
Q. 사극 장르라니, 굉장히 신선한 도전이다. 넷플릭스 '킹덤'과 같은 성공 사례도 있지만 아직까지 단순히 '사극'이라는 장르는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익숙하지 않기에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랑에는 국경이 없지 않나. 사극이란 장르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의 문제 같다. 모든 작품에 새로운 시선을 당연히 넣으려고 한다. 더불어 다른 나라의 시청자들이 봤을 때 '한국에는 이런 것들이 있구나'라는 신선한 부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기본은 새로운 연출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이 끊기지 않게 연출하고 싶다. 감정이라는 것은 세계 공통적인 것이지 않나.
격정 멜로는 관능적인 것도 있지만 심리적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는 연출이 중요하다. 감독마다 다양한 연출 방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작가님이 현재 작품을 열심히 쓰시고 계신데 함께 전체적인 톤을 설정하고 연구하고 있다.
Q, 격정 멜로 사극, 특히 격정 멜로 단막극 '크레바스'로 입봉을 했던 유관모 감독의 작품이기에 더 빨리 만나보고 싶다. 언제쯤 전 세계 시청자들이 만나볼 수 있는지 정해진 계획은 있는가?
올 하반기에 촬영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 캐스팅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 굉장히 공들이고 있다. 섣부르게 말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에너지를 모으고 있어서다. 글로벌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